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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urney의 싱글라이프- ㉝] 경계선을 넘나드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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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urney의 싱글라이프- ㉝] 경계선을 넘나드는 사람들
  • Journey
  • 승인 2021.04.20 13: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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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캐스트, SISACAST= 칼럼니스트 Journey)

 

어떤 관계에서든 ‘선’이라는 것이 있다.

선생님의 훈계에 동영상을 찍어 SNS에 유포하겠다고 대드는 학생, 상사라고 나이 불문 반말로 관계를 시작하는 직장 상사, 손님은 왕이라며 식당에서 종업원에게 반말로 지시하고 온갖 갑질을 하는 사람들, 심지어 가족 관계에서도 우리는 선을 넘는 경우를 아주 자주 접하고 있지 않던가?

자녀 양육에 대한 조언을 얻는 TV의 모 프로그램에서 사춘기 자녀의 방에 노크도 없이 들어가 다짜고짜 자기 할 말만 하는 부모는 자녀가 집중력도 없고 성격도 모나서 공부도 못하고 부모에게 버릇없이 군다고 말한다. 부모의 모진 말에 상처받아 반항하는 자녀에게 ‘너는 잘하는 게 없으니 앞으로도 시키는 대로만 하라’고 고함친다.

이들은 과연 어떤 선을 넘은 것일까?

최근 본 기사에서 아주 흥미로운 내용을 발견했다.

모 여배우가 배우인 남자친구에게 타 여배우와의 스킨십을 하지 못하게 하고 그 외에도 촬영장에서의 여러 행동들을 조종했다는 기사였다. 기사가 사실이건 아니건 일명 동영상 짤이라 불리는 짧은 영상은 아직도 SNS를 수놓고 있기에 원치 않아도 볼 수밖에 없었다. 영상 속에서 그는 포토존에 서서 동료 여배우의 손을 매몰차게 거부하고 있었다.

공인이 아닌 일반인 중에서도 사실 그런 행동을 보이는 성인은 매우 드물지 않나싶은 마음에 동영상을 몇 번이나 반복해서 보게 되었다.

더군다나 수 많은 기자들 앞에 서서 공식적으로 촬영을 하고있는 상황에서 그런 행동이 가능하다는 것이 매우 놀라웠다.

순간 나는 그 여배우의 인성이나 그에 앞서 논란의 중심이었던 과거 학폭 공개 내용이 궁금한 것이 아니라 남자친구였던(아직도 인지는 모르겠지만) 배우의 심리가 더욱 궁금해졌다.

내가 그 남자배우를 TV 화면에서 볼 때마다 그의 얼굴은 항상 어둡고 무표정했다. 그런 분위기를 매력이자 컨셉으로 배우 활동을 할 수도 있겠구나 생각하기도 했다.

그런데 지금 상황에서 그를 보면 그는 촬영 내내에도 마음이 편치 않았겠구나 싶다.

만약 여자친구의 구속이 싫었다면 충분히 관계를 정리하고 배우라는 멋진 본업에 충실할 수 있었을 텐데 이지경 까지 오게 된 그는 아마도 그녀를 많이 사랑했겠지.

그녀는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그를 대했고, 그는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자신의 존엄성은 물론 동료나 스텝 등 타인들의 존엄성마저 무시했다.

그리고 아직도 그들의 논란에 대한 결론이나 진실규명은 명확히 나지 않았지만 아마도 결론과 관계없이 앞으로 대중들은 ‘팩트’로 드러난 부분에 있어서는 더 이상의 동정, 사랑, 응원, 공인에 대한 동경이나 예우를 베풀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들은 정해져 있지는 않지만 넘어서는 안 될 사람의 격,

인간에 대한 존중의 경계선을 넘었기 때문이다.

 

누구나 남에게 상처받고 힘들었던 기억이 있을 것이다. 나 역시 과거에 발생했던 여러가지 부정적인 감정들이 ‘부정의 기억 창고’에 잠들어 있다.

그런데 최근 이들의 기사를 통해 과거 경험했던 부정적인 기억 중 비슷한 감정들이 간접적으로 되살아나며 매우 큰 불쾌감이 들었다.

과거 내가 경험한 스토킹에 대한 기억은 해당 기사와는 크게 상관없을지 모르는 케이스이지만 참으로 끔찍했다. 차라리 태어나지 않았으면 어땠을까 생각될 만큼 괴롭고 힘든 시간을 보냈다. 지나고 보면 그때는 지금보다 훨씬 어렸고 사회 경험이 너무 부족했기 때문에 더욱 힘들었을 것이다.

지금 만약에 그런 일을 또 겪는다면?

 

“스토킹 노노, 받아줄 생각 노노”

 

공인이 아니더라도 우리네 일상에서 유난히도 누군가에게 상처를 자주 많이 주고, 논란을 만들어내는 사람들이 있다. 우리는 이런 부류의 사람들이 반복해서 내게 더 잘못하는 것을 용서하고 기다릴 생각이 없다. 사람들은 나이를 먹고 연륜이 쌓이면서 나름의 경험들과 기억으로 쉽게 누군가를 믿지 못하게 되었다.

우리는 과거에 아무런 징벌 없이 자행되었던 수많은 거짓과 잘못된 상황들의 피해자가 되면서 다시는 기억하기 싫은 끔찍한 경험들을 겨우겨우 기억에서 지워내고 살아왔다.

약속된 공통의 선 이내에서 정해진 규범 속에 살다가 누군가 선을 넘어오거나 선을 넘어가면 혼란이 생긴다.

선을 넘어온 사람에게는 다시 선 밖으로 내보내야 하는 퇴출의 위기가, 선을 넘어간 사람에게는 다시 돌아오고 싶어도 올 수 없는 더욱 거대하고 단단해진 벽이 선을 감싼다.

이것이 공동체이고 사회다.

제멋대로 혼자 또는 소수의 사람들이 자신들의 지극히 개인적인 방법으로 사회에 속하고 싶다면 아마도 그들의 행동과 사상에 더욱 명확한 명분이 있어야 할 것이다. 타인을 자신의 ‘감정 액받이’처럼 대하는 1차원적인 수준에서 벗어나 더욱 똑똑해야만 하고 아무에게도 피해를 주지 않아야 할 것이다.

남녀관계에 결혼도 하지 않은 철저한 남인데도 불구하고 마치 자신에게 속한 물건처럼 대하거나 부리는 사람들, 이런 일들이 스토킹으로 이어지고 당사자들은 물론 가족까지 사지로 몰고가는 경우들은 우리의 삶 아주 가까이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이다.

내가 귀하면 남도 귀하고, 내가 싫은 건 남들도 싫어한다.

적어도 무인도에서 ‘이 땅이 내 땅이고 나는 왕이다’ 라고 외치며 혼자 살 능력이 없다면, 적어도 인격의 경계선, 관계의 경계선은 반드시 지켜야만 이 험한 인간 생태계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다. [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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