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6 18:07 (금)
[크크맨의 카라이프] 착하게 화끈한, '링컨 에비에이터 PHE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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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크맨의 카라이프] 착하게 화끈한, '링컨 에비에이터 PHEV'
  • 이병진 기자
  • 승인 2021.04.28 16: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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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캐스트, SISACAST= 이병진 기자)

 

쳇바퀴 도는 도시에서의 삶이 대다수인 현대인들에게 아웃도어와 오프로드로 대변되는 SUV의 인기는 어떻게 해석될 수 있을까? 회사와 마트를 오가는 정체 심한 도시 위 아스팔트. 그 위에 서있는 SUV의 운전대를 잡은 당신. 아마도 지금은 비록 꽉 막힌 건물 숲 안이지만 언제든 원한다면 자연의 품으로 떠날 수 있다는 탈출과 도피의 아이콘이자 심리적 안정과 만족의 대상이 바로 당신이 지금 사랑하고 있는 SUV일 것이다. 현실과 이상 사이의 각극을 채우고 달래기에 SUV만한 물건도 없다.

게다가 전례 없는 바이러스 공포로 너무나 자연스러웠던 일상이 더없이 소중해지면서 SUV 열풍은 점점 더 거세지는 게 아닐까! 물론 주말이면 가족이나 친구들과 어울려 자연을 찾아 스트레스를 풀고 신선한 에너지도 얻는다. 퍽퍽한 삶에 SUV가 주는 제법 큰 의미는 단순하고 소박하지만 만족스러운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하는 혼족들에게도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런 측면에서 제법 호기심을 끄는 넉넉한 친환경 SUV를 리뷰한다.

SUV의 확장세는 좀처럼 꺾이지 않는다. 자동차 회사들은 트렌드에 맞춰 보다 다양한 모델들을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소형, 중형, 대형 SUV를 넘어 그 사이의 체급은 물론 쿠페처럼 멋스럽거나 스포츠카 부럽지 않은 슈퍼 SUV와 세단 뺨치는 럭셔리 SUV까지 등장했다. 시장 반응? 물론 기대 이상이다.

포드의 프리미엄 브랜드인 링컨의 SUV 판매 성적도 기대 이상이다. 에비에이터라는 커다란 고급 미국 SUV의 좋은 흐름에 최근에는 너무 커서 우리나라 환경에 어울릴까 싶은 네비게이터까지 내놓았다.

오늘은 링컨 SUV 판매 성적에 파란불을 켠 에비에이터. 작년 4월 출시 후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는 이 모델은 전체 판매량의 1/3이 넘는다. 그중에서도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을 리뷰한다.

링컨 에비에이터 PHEV는 부드럽고 묵직하고 강력한 고급 미국 SUV다. 미국차 특유의 화려함과 풍성한 편의 장비를 품었다. 더불어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특유의 효율성과 강력한 달리기 실력을 동시에 추구하는 다소 특이한 성격을 지녔다.

우선 겉모습부터 살피면, PHEV라고 일반 모델과 차이는 거의 없다. 운전석 앞 펜더에 전원 선을 연결해 충전할 수 있는 단자와 디자인과 크기가 다른 21인치 휠 정도에 그친다. 링컨 스타 엠블럼과 레터링에 친환경 모델임을 상징하는 파란색이 더해졌다. 차이는 딱 여기서 그친다.

이 차의 특징과 매력은 출력 성능에 있다. 일반적으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는 달리기 성능보다 효율에 치중한다. 배터리로 전기차처럼 주행 가능한 장점과 하이브리드 시스템보다 진일보한 친환경 기술로 적은 연료로 더 멀리 주행하고, 더 적게 배기가스를 내뿜는다. 이른바 완벽한 전기차로 가는 여정 사이의 징검다리 같은 장르의 모델이다.

하지만 에비에이터 PHEV는 다르다. 일반 엔진 버전보다 훨씬 더 강력하다. 405마력을 내는 3.0리터 V6 에코부스트 트윈터보 엔진에 75kW 출력의 전기모터를 붙여 힘을 더한다. 엔진과 전기모터가 합세해 만들어내는 최고 출력이 무려 500마력을 넘는다. 시스템 최대 토크 또한 86.7kg.m나 된다. 이 정도 출력 성능을 지닌 SUV는 손에 꼽는다. 그것도 친환경 SUV 중에서는 거의 유일하다.

이토록 화끈한 출력 성능을 품었지만 생김새는 의젓하고 세련됐다. 선과 면을 살려 커다란 차체의 존재감을 강조하면서 미국차 특유의 중후함과 트렌디함을 함께 챙겼다. 필러를 검게 처리해 지붕이 공중에 뜬 듯 만든 플로팅 루프는 5065mm라는 차체가 더 길게 느껴진다. 뒤로 갈수록 낮아지는 지붕 선은 육중한 SUV를 트렌디하고 경쾌하게 만든다. 이전부터 유지해 온 테일램프를 잇는 가로로 길고 선명한 선과 크롬 가니시, 네 개의 배기구 등은 PHEV 모델답지 않은 존재감을 과시한다.

전자식 도어 핸들을 당겨 실내로 들어선다. 차분하고 클래식한 실내다. 군더더기가 없다. 선과 면을 강조한 겉모습과 흐름을 같이 한다. 변속기를 버튼식으로 만들어 센터패시아 송풍구 아래에 피아노 건반처럼 넣었다. 디지털 계기반은 차체 크기에 비해 다소 작게 느껴지지만 다양한 정보를 시원하게 앞 유리 밖으로 비춰주는 헤드업 디스플레이가 보완한다. 30방향으로 움직여 이상적인 자세를 만들 수 있는 퍼펙트 포지션 시트는 잘 만든 고급 소파 이상의 안락함과 자세 유지에 그만이다.

음역대를 고르고 힘 있게 재생하는 알루미늄으로 고급스럽게 치장한 레벨 울티마 3D 오디오 시스템은 프리미엄 브랜드의 대형 SUV의 존재감을 과시한다.  에비에이터 일반 모델이 기본형인 리저브와 6인승 고급 버전인 블랙 레이블 두 가지인데 반해 PHEV는 7인승 그랜드 투어링 단일 트림이다. 2열 독립 시트로 좀 더 편안하고 고급스러운 시트를 품은 실내 구성을 선택할 수 없는 건 아쉽지만, 7인승 2열 역시 충분히 넓고 편안하다. 슬라이딩과 틸팅은 물론 공조장치와 인포테인먼트 메뉴 일부도 2열에서 다룰 수 있다.

에비에이터 PHEV의 매력이자 장점은 파워 트레인과 승차감이다. 가속페달에 무게를 더하자 큰 덩치가 경쾌하고 가뿐하게 반응한다. 걸출한 출력 탓에 가고 서길 반복하는 구간에서 가속페달을 주의해서 다뤄야 할 정도다. 2.7톤에 육박하는 에비에이터 PHEV는 출력에서 아쉬울 부분은 전혀 없다. 오히려 올라붙는 속도가 무서워 발에서 힘을 빼게 된다. 괴물 같은 출력은 쉬 지칠 줄 모르고 거구를 다그친다. 높고 큰 차체와 승차감 위주의 하체가 출력을 받쳐주지 못해 아쉬울 정도다.

고출력 모델이라고 늘 빨리 달리는 것을 추구하지 않는다. 넉넉한 출력으로 여유롭고 부드럽게 주행하다 필요한 그 순간 폭발적으로 힘을 내는 그 맛이 매력적이다. 특히 에어 서스펜션이 보여주는 나긋하고 묵직하고 부드러운 승차감을 보면 더더욱 그렇다. 하지만 옛날 미국차 특유의 물침대처럼 과하게 말랑거리고 흐느적거리던 승차감은 조금도 보이지 않는다. 묵직하고 안정적이고 끈적하게 타이어가 도로를 물고 늘어지며 진중하게 거동한다.

이토록 강력하고 화끈한 모델은 PHEV만의 장점까지 품고 있다. 플러그를 꽂아 배터리를 충전하면 기름 한 방울 쓰지 않고 전기차처럼 30km를 달릴 수 있다. 일일 주행거리가 20km라면 주유 없이 즐길 수도 있다. 표준 연비는 1리터로 9.3km다. 일반 엔진 에비에이터보다 1.2km를 더 달린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인데 기대치에 못 미친다고? 2.7톤에 육박하는 커다란 덩치와 500마력을 넘어서는 출력의 괴물 SUV라는 사실을 간과해선 안된다.

에비에이터 PHEV는 어쩌면 이율배반적일지 모른다. 효율과 친환경을 추구하는 PHEV 모델이면서 일반 엔진 모델을 훌쩍 뛰어넘는 출력 성능을 낸다. 대배기량 엔진으로 호방하고 시원하게 고속도로를 횡단하던 고급 미국차의 역사와 DNA가 만든 특별한 모델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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