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캐스트, SISACAST= 김주은 기자)

새벽 4시 30분. 아직 해도 뜨기 전 어두운 시간이지만 용인에 사는 직장인 최모 씨(25)는 알람소리에 눈을 뜬다. 지난해부터 시작한 '미라클 모닝' 때문이다. 자리에서 일어나 기상시간을 사진에 담고 자격증 책을 편다. 운동을 하거나 책을 읽을 때도 있다는 그는 미라클 모닝을 하고 나서 하루가 기다려지기 시작했다고 말한다.

최근 MZ세대(20대에서 40대 초 세대를 이르는 말) 사이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생활 습관이 있는데, 바로 미라클 모닝(miracle morning)이다. 미라클 모닝이란, 이른 아침에 일어나 독서나 운동 등 자기계발을 하는 생활 습관을 뜻한다. 미라클 모닝은 할 엘로드의 저서 <미라클 모닝>이 아마존에서 종합 베스트셀러 1위를 기록한 뒤 2016년 국내에 출간돼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알려지기 시작했다. 미라클 모닝을 하는 이들은 본격적인 일과가 시작되기 2~3시간 전인 새벽 4~6시 사이에 일어나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며 자기계발에 몰두한다.

미라클 모닝의 인기는 소셜미디어(SNS) 인스타그램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현재 미라클 모닝 관련 게시물만 38만 건이 넘을 정도로 MZ세대는 자신의 미라클 모닝을 사진과 짧은 영상 등으로 공유하고 있다. '#미라클모닝', '#미라클모닝챌린지'라는 해시태그를 붙이고 시간이 보이는 휴대폰 화면을 캡쳐하거나 책이나 운동하는 사진을 업로드한다. 명상, 요리, 산책 등 자기계발의 분야는 다양하다. 그동안 하고 싶어도 시간이 없어 하지 못했던 것들을 아침에 일찍 일어나 실행하고 이를 사진을 찍어 SNS에 공유하는 것이 미라클 모닝의 트렌드다.

미라클 모닝 7개월 차에 접어든 최 씨는 "저녁 10시에 잠자리에 들고 새벽 4시 30분에 기상하는 생활로 내일이 일찍오는 것 같고 내일이 기다려진다. 하고 싶은 것은 많은데 시간이 부족하다고 느끼는 직장인이라면 시간 활용 측면에서 미라클 모닝을 추천한다"라고 덧붙였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 자기계발을 하는 이러한 트렌드의 등장은 미라클 모닝 이전에도 있었다. 바로 2000년대 초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아침형 인간'이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 시간을 활용한다는 점은 미라클 모닝과 맥락이 같다. 그러나 미라클 모닝은 아침형 인간과 비교해 자기 자신에 초점을 맞춘다는 점이 다르다.

<아침형 인간>의 저자 사이쇼 히로시는 아침잠을 줄이고 하루를 더 먼저 시작해야 남들보다 성공하며 부자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미라클 모닝은 돈을 벌고 사회적으로 성공하는 것보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할 때 행복한지 아는 것에 집중한다. 아침 시간을 활용한 성취감을 통해 성장하고자 하는 MZ세대의 욕구가 반영된 트렌드라고 할 수 있다.

미라클 모닝이 등장한 원인으로 코로나19를 빼놓을 수 없다. 일상의 급격한 변화, 전보다 자유롭지 못한 생활, 계획했던 일들이 무산되거나 차질이 생기면서 앞날에 대한 불안감이 사회적으로 만연해졌다. 이를 규칙적인 생활 습관과 자기계발로 극복하려는 의지가 미라클 모닝이라는 트렌드로 나타나는 것이다. 또한,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집에서 혼자있는 시간이 늘고 인간관계에 시간과 에너지를 소비하는 것에 회의감을 느낀 이들이 미라클 모닝을 통해 자신에게 집중하고 성장하는 계기로 삼는다.

결론적으로 미라클 모닝은 남과 비교하고 경쟁해야 하는 세태에 지친 MZ세대가 코로나19라는 변화 속에서 혼자만의 시간을 통해 성장하려는 욕구가 반영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앞으로도 코로나19가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이는 시점에서 미라클 모닝과 같은 자신의 성장과 자아찾기에 집중하는 시간을 갖는 트렌드는 계속 등장할 것이다.

김주은 기자 ohlululala@naver.com 다른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