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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르포] ‘방역 모범국’ 대만도 뚫렸다...지역감염 속출에 생필품 등 사재기 행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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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르포] ‘방역 모범국’ 대만도 뚫렸다...지역감염 속출에 생필품 등 사재기 행렬
  • 이아린 기자
  • 승인 2021.05.17 21: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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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캐스트, SISACAST= 이아린 기자 / 대만 특파원)

 

17일 오전, 식당이 밀집되어 있는 타이베이 쑹산구의 한 식당가 거리. 평소 점심시간이면 식당을 찾는 직장인들의 발길로 붐비던 거리가 코로나19 여파로 한산한 모습이다.
17일 오전, 식당이 밀집되어 있는 타이베이 신이구의 한 식당가 거리. 평소 점심시간이면 식당을 찾는 직장인들의 발길로 붐비던 거리가 코로나19 여파로 한산한 모습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효과적으로 통제해 ‘방역 모범국’으로 불린 대만의 방역 체계에 구멍이 뚫렸다. 

최근 지역사회 감염자가 속출하면서 연일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는 것.

이달 초만 해도 10명 내외였던 신규 확진자(해외유입 포함)는 12일 20명을 넘어서더니 15일에는 185명, 16일은 206명, 17일은 335명까지 늘었다.

335명의 확진자 중 완화구 찻집 관련 집단 감염 확진자만 155명에 이르고, 나머지 약 140명 역시 집단 감염 사례 등으로 자세한 감염경로를 조사 중이다. 335명 확진자 가운데 지역사회 감염 환자는 333명, 해외 유입 환자는 2명이다. 이로써 대만의 코로나19 누적환자는 2,017명으로 늘어났고, 사망자는 2명이다.

대만, 확진자 급증에 '초비상'

타이베이 신이구에 위치한 한 백화점. 코로나19 감염 우려에 고객들의 발길이 뚝 끊겼다.
타이베이 신이구에 위치한 한 백화점. 코로나19 감염 우려에 고객들의 발길이 뚝 끊겼다.

빠른 속도로 확진자가 급증하자 대만 보건당국은 환자가 집중된 북부 타이베이(台北)시와 신베이(新北)시의 방역 경계 등급을 이달 28일까지 3급으로 상향조치한다고 밝혔다.

또 외출 시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고 실내 5인 이상과 실외 10인 이상 사적 모임과 종교 행사를 금지하기로 했으며, 이를 어길 시 각각 최고 1만5천 대만달러(약 60만원), 최고 30만 대만달러(약 1천200만원)의 벌금이 부과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대만 전 지역의 룸살롱, 카바레, 가라오케, 주점, 클럽, 볼링장, 당구장, 실내골프연습장, 전자오락장 등의 영업 중지를 비롯해 타이베이시 모든 학교의 문을 18일부터 28일까지 2주간 닫는다고 발표했다.

당국의 강경한 통제조치에 놀란 시민들은 생필품과 간편 식품 등 사재기에 나섰고, 현재 백화점과 쇼핑몰, 관광지 등은 고객들의 발길이 뚝 끊긴 상태다.

라면·휴지 등 생필품 사재기 행렬에 정부 진화 나서

생필품을 사기 위해 마트에 몰려든 시민들이 계산을 하기 위해 줄을 서고 있다.

지난 15일(180명), 하루 전만 해도 29명이던 지역 발생 확진자 수가 하루 사이 세 자릿수로 늘자 놀란 시민들은 대형마트와 소형마트, 전통시장을 찾아 사재기 행렬에 동참했다.

오전 11시, 타이베이 쑹산구에 있는 한 마트에 들어서자 입구부터 줄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이는 다름 아닌 계산을 기다리는 대기 행렬이었다. 식료품 코너에 들어서자 진열대는 이미 텅 비어있었고, 육류와 수산물, 달걀, 휴지 등은 이미 동이 난 상태다. 장을 본 시간을 제외하고 계산까지 1시간 남짓 걸렸다.

장을 보는 동안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동네 마트와 시장 등의 상황들이 실시간으로 올라왔다. 상황은 비슷했다. 진열대는 텅텅 비어있고, 계산 대기 줄은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길었다. 마트에서 구매하지 못한 식료품을 사기 위해 곧바로 인근 전통시장을 찾았다.

시장 안은 발 디딜 틈 없이 수많은 인파로 북적였고, 육류와 수산물은 일찍이 다 팔려 채소와 과일만 겨우 살 수 있었다. 한낮 기온이 36도까지 오르는 더운 날씨 탓에 일부 상인들은 마스크도 쓰지 않은 채 고객을 응대했고, 곳곳에선 마스크를 왜 쓰지 않냐며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라면으로 가득 채워져있던 진열대가 텅 비어있다.
라면으로 가득 채워져있던 진열대가 텅 비어있다.

이 같은 사재기 행렬에 차이잉원 총통은 페이스북을 통해 “지난 1년여 기간의 대비로 원자재 등은 충분하고 상점들도 평소처럼 물품을 보충하고 있다”며 사재기 자제를 당부했지만, 시민들의 불안감은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았다.

악몽 같았던 주말이 지나고 일주일의 시작을 알리는 월요일 아침, 내일(18일)부터 유치원을 비롯한 초·중·고등학교 수업을 전면 온라인으로 전환한다는 타이베이시의 발표에 자녀를 둔 부모들은 당장 아이를 맡길 곳을 찾지 못해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일부 기업들은 2주 동안 재택근무를 시행한다고 밝혔고, 백화점이나 대형 쇼핑몰 등은 고객의 발길이 뚝 끊겨 마치 폭풍 전야처럼 고요했다. 길거리는 휑했고, 식당, 카페 등은 아예 문을 닫거나 배달 서비스만 하는 곳이 대다수다.

타이베이 신이구에서 한식당을 운영하는 A씨는 “주말이면 대기시간만 기본 20~30분일 정도로 늘 북적이는데, 코로나19 확진자가 늘자마자 매출이 반 토막이 나더니 이제는 그마저도 힘들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대만, 내일부터 외국인 입국 제한 실시

코로나19 확진자가 연일 속출하자 대만 중앙전염병 관리 센터(CECC) 천스중(陳時中) 보건복지부 장관은 오늘(17일) 오후 기자회견을 열고, 내일(19일) 자정부터 대만 거주증을 소지하거나 유효한 거주 비자를 발급받은 외국인을 제외한 모든 외국인 입국을 중단하며 대만에서 환승하는 항공기 운행도 중단한다고 밝혔다.

중앙전염병 관리 센터는 현재 코로나19 추세를 고려하여 국내 전염병 예방 안전을 유지하고 국민 건강을 보장하기 위해 코로나19 상황에 따라 외국인 입경을 제한한다며, 대중들에게 지속적으로 건강관리와 불필요한 외출 자제, 공공장소 출입 제한 등 방역 수칙을 준수해달라고 호소했다.

[글/사진 = 이아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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