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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로운 수요1인] 인간 본연의 그늘을 탐미(耽美)하는 주도면밀하고도 테크니컬한 관찰자, '데이빗 핀처' (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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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로운 수요1인] 인간 본연의 그늘을 탐미(耽美)하는 주도면밀하고도 테크니컬한 관찰자, '데이빗 핀처' (3/3)
  • 양태진 기자
  • 승인 2021.08.11 15: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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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의 영화인이 전하는 다양한 메시지를 통해, 여남은 한 주가 '영화'로운 시간들로 가득 넘쳐날 수 있기를. 이에 혼삶인의 현명한 영화 '소비'를 적극 지지합니다.

소셜미디어로 억만장자가 된 과정과 한 여인의 실종 사건을 파헤치다, 막장을 향해 치닫는 부부의 놀라운 내면세계까지. 흑백영화 속 '맹크'의 추억(?)으로 되살아난 '핀처'식 놀라운 관찰자의 시선을 함께 향유할 수 있길 바랍니다.

(시사캐스트, SISACAST= 양태진 기자)

영화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로 제 43회 전미 비평가 협회 감독상을 거머쥔 '데이빗 핀처'는 대중이 원하는 시간으로서 향유될 만한 그런 영화의 연출에 다시금 박차를 가하게 되고,

2010년에 이르러, '페이스북'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소셜 네트워크>로 '골든 글로브' 감독상과 각본상, 작품상은 물론, '영국 아카데미' 감독상까지 수상하기에 이른다. 이 영화는 개봉 첫 주 약 2300만 달러의 수익을 벌어들이며 전미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8. <소셜 네트워크 (The Social Network)>, 2010

영화 <소셜 네트워크>의 메인 포스터 중 잘 안알려진 것 하나. 좌측부터 실존 인물이면서도 극 중 인물, '마크 저커버그'의 친구 '왈도' 역의 '앤드류 가필드' 모습(사진 왼쪽)과'냅스터'의 창립자로 분한 '숀 파커' 역의 '저스틴 팀버레이크' 모습.(가운데) 실제 페이스북의 창립자 '마크 저커버그' 역을 소화해 낸 '제시 아이젠버그'의 모습.(오른쪽)(사진=IMDB)

제8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는 음악상과 편집상, 각색상을 수상할 정도로, '벤 메즈리치(Ben Mezrich)'의 논픽션 소설 <우연한 억만장자(The Accidental Billionaires)>을 각색한 '아론 소킨'의 탁월한 역량이 돋보이는 이 영화는 소셜네트워크 서비스 '페이스북'의 창립 과정에 대한 치밀한 조사와 함께 긴장감 넘치는 편집과정으로 많은 평론가들로 부터 극찬을 받기도 한다.

물론 이 즈음, '데이빗 핀처'의 완벽주의는 그 빛을 제대로 발하는 시기에 도달하기도 하는데, 이 영화의 오프닝씬은 그 리허설만 무려 99번이진행되었다는 후문.

 

 

이 영화를 각색한 '아론 소킨'(사진 왼쪽)과 '데이빗 핀처'의 모습.(좌측) 주연을 맡은 '제시 아이젠버그'가 극 중 '마크 주커버그'를 연기하고 있는 모습 스틸컷 모음. '페이스북' CEO '마크 주커버그'의 실제 명함 또한 인상적이다.(우측)(사진=IMDB)

이 반복 과정에 대해 '데이빗 린치'는 당시의 배우들로 하여금 빠른 말로 휘몰아치는 연기를 할 수 있도록 일부러 지친 상황을 연출한 것이라며 다소 놀라운 의도를 밝히기도 했다.
 

'“제가 연출하고 싶은 건, 배우의 연기가 그들로부터 하여금 매우 익숙해진 공간으로서, 책가방을 내려놓은 후, 컴퓨터를 켜고, 냉장고를 열어 맥주를 꺼내 마시는 행동들이 살면서 수천 번 넘게 해온 것처럼 보이길 원합니다. 한 인물이 가장 익숙한 모양새로 몸을 뒹굴며 실제로 그곳에서 살았다는 느낌을 주는 것이죠.”

- '데이빗 린치'의 영화 <소셜네트워크> 관련 인터뷰 중에서

 

 

영화 <더 페이스북>의 촬영 현장 내 감독 '데이빗 핀처'의 모습.(상단) 역시 그의 모습과 함께 사진 왼쪽으로 각색가 '아론 소킨'의 뒷모습이 보인다.(하단)(사진=IMDB) 

> 영화로운POINT : 하버드에 재학 중이던 '마크 저커버그'('제시 아이젠버그' 분)는 보스턴대생 여자친구 '에리카'(극 중 유일한 가명)로 부터 차인 분노에 힘입어 여기숙사 얼굴 비교 사이트 '페이스매쉬(Facemash)'를 개발하지만 역시나 찬밥신세. 이에 '하버드 커넥션'의 기획 등 자금줄을 담당하는 친구 '왈도'('앤드류 가필드' 분)와 함께 '배타적인 커뮤니티'라는 아이디어에 착안하여 'The Facebook'을 만들어 내기에 이르는데, '냅스터'의 창립자 '숀 파커'('저스틴 팀버레이크' 분)까지 끼어드는(?) 복잡한 상황 속에서 결국 왈도와 마크는 소송과 분쟁으로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고 만다.

문제 투성이의 비사회적인 인간으로까지 그려지는 '마크 주크버그'. 그가 현 실존 인물로서 억만장자가 되기까지, 정말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진 듯한 이 혀를 내두를 수 밖에 없는 싱싱한 현실 이야기를 감각적인 편집과 연출력으로 버무려 낸 이 맛 좋은 영화 한 편은 꼭 놓치지 않길 바란다.

 

 

 

9. <밀레니엄 :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 (The Girl with the Dragon Tattoo)>, 2012

영화의 메인 포스터 두 편. 둘 다 영화의 내용을 상징적으로 해석해내고 있다는 점에서 잘 알려지지 않은 이 포스터로 영화의 분위기를 대신 느껴 볼 수 있길. 아직 영화를 보지 못한 이들이 있다면 말이다.(사진=IMDB) 

관객과 평단의 호평 속에 '데이빗 핀처'의 최고작으로도 손꼽히는 영화가 된 <더 페이스북>. 이듬해 열린 제8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는 이 영화의 음악을 담당한 '트렌트 레즈너'와 '애티커스 로스'에게 '뮤직 스코어'상을 수여하기에  이른다. 이 둘은 역시나 '데이빗 핀처'의 차기작인 <The Girl with the Dragon Tatoo>에도 참여하는 열정을 보이는데,

이 영화가 선보여진 이듬해에도, 제 84회 아카데미 시상식 측은 '스티그 라르손'이 쓴 동명의 책을 원작으로 한 이 스릴러 영화에게 편집상을 수여한다.영화의 각본을 맡은 '스티븐 제일리언 (Steven Zaillian)'은 영화 <쉰들러 리스트(1993)>와 <디 아이리시맨 (2019)>에 참여하기도 한 베테랑 작가로 정평이 나 있던 인물.

 

 

 

극 중 주인공 '미카엘 블롬크비스트'('다니엘 크레이크' 분)와 그의 내연녀인 '에리카'('로빈 라이트' 분)의 모습 스틸컷.(상단) '미카엘'과 극중 파트너를 이루는 천재 해커'리스베트 살란데르'('루니 마라' 분)의 폭발적인 분노 씬 하나.(중간) 이하 둘이 한 팀을 이뤄 극 전반을 끌어고 가고 있는 모습 스틸컷.(하단)

> 영화로운POINT : 한때 정의로운 기자였던 '미카엘 블롬크비스트'('다니엘 크레이크' 분)는 부패한 재벌 '베네르스트룀'을 폭로하는 기사로 소송에 휘말려 내연녀인 에리카('로빈 라이트' 분)와도 위기를 겪는다. 또 다른 재벌, 방예르 그룹의 전 회장 '헨리크'는 40여 년 전 사라졌지만 현재까지도 꽃을 보내오고 있는 손녀딸 '하리에트'의 행방을 찾아줄 것을 청하고 이에 의뢰를 받은 '미카엘'이 실종 사건과 연관된 이들의 뒤를 하나 둘 캐기 시작하는데,

이 때, 미카엘을 쫓다가 결국 그와 모종의 한 팀을 이루는 천재 해커, '리스베트 살란데르'('루니 마라' 분). 갖은 수모를 이겨낸 이 문신 여성과 함께 '미카엘'은 과연, 40여 년 동안 묘연함 속에 감춰진 '하리에트'의 행방과 더불어, 감당하기 힘든 수준으로 치닫는 재벌가들의 모략 등을 이겨내고 점점 더 미궁 속으로 치닫는 실종 사건의 추악한(?) 민낯을  밝혀낼 수 있을 것인지. 이 복잡하면서도 하나의 축으로 얽혀가는 진실의 실마리를 찾기위해 '데이빗 핀처' 식 연출력에 과감한 시간을 투자해 보는 것도 그리 나쁘지 않은 선택이리라 판단된다.

 

 

10. <나를 찾아줘 (Gone Girl)>, 2014

함께 있는 것 만으로도 힘겨워 보이는 영화 속 커플의 다양한 표정. 둘만의 시간이 자칫 행복할 때도 있었건만,(좌측) 아내의 실종 이전, 이 부부가 겪어온 권태기는 곧 생각지도 못한 나락으로 치달으며, 결국 생각할 수도 없을 만큼의 놀라운 결말을 달성(?)해 낸다.(우측)(사진=IMDB)

2014년에 이르러 한 범죄 스릴러를 완성해 낸 '데이빗 핀처'는 그로부터 약 2년 전에 출간되었던 '길리언 플린'의 동명 소설에 상당 부분 기댄(?) 채로, 아주 특별한 캐릭터를 구현해 낸다.

이는 바로 '로자먼드 파이크'의 눈부신 연기가 빛을 발했던, 실종된 아내 '에이미'인 것. 이에 대부분의 비평가들은 아낌없는 호평을 이어갔으며, 결국 배우 '로자먼드'는 아카데미상을 포함한 각 종 시상식의 여우주연상 후보로 지명되면서 이 영화의 존재감은 더욱 드높여져만 간다.

'데이빗 핀처' 또한 골든 글로브와 영국 아카데미 등의 감독상 후보로 지명되면서, 이 영화의 흥행은 곧 2014년 9월 뉴욕 영화제에서의 개막을 시작으로, 우리나라를 포함한 전세계 곳곳에서 - 웬만한 비평가들의 호평과 함께 - 큰 성공을 거두기에 이른다.

 

 

 

영화 촬영 현장에서의 '데이빗 핀처' 모습 모음. 모자를 쓰고 있는 인물이 굳이 감독이라 지칭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사진=IMDB)

> 영화로운POINT : 마음이 뜨다 못해, 잃어버린 애정 조차 내다 버리기로 결심한 남편의 마음은 과연 되돌릴 수 있는 것일까. 한 번 뒤돌아선 남자의 마음이란 결코 되돌릴 수 없다고들 말하지만, 이 영화는 그 불가능성에 대해 작은 일침을 가하려는 듯, 짐짓 놀랍도록 소름돋는 결말을 향해 치달아간다.

결혼 5주년을 앞두고, 부부의 갈등이 헤어짐이라는 변곡점을 만들어가던 어느 날, 남편이 급작스레 사라져버린 아내를 찾으려 하지만, 급기야 전국민으로부터 용의자라 낙인찍히는 절체절명의 위기 상황에 내몰리게 된다. 과연 아내의 실종은 물론, 이들의 상황은 무엇으로부터 비롯된 것인지 그 놀라움의 실체에 다가서 보는 것도 나름 의미있는 지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11. <맹크 (Mank)>, 2020

'데이빗 핀처'의 가장 최근작 <맹크>의 감각적인 흑백 포스터. 흑백 영화라는 무채색의 칼라감을  감각적인 연출력으로 승화시켰음을 상징하듯 네 개의 포스터가 각기 다른 매력을 뽐내고 있다.(사진=IMDB)

여지껏 불과 몇 편의 영화로 거장의 반열에 오르기 시작한 '데이빗 핀처'는 2013년,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하우스 오브 카드>의 제작으로 자신의 영역을 한껏 넓혀놓는가 싶더니, '알프레드 히치콕'의 <열차 안의 낯선 자들> 리메이크와 코믹 뮤직비디오 <비디오 싱크로니시티>, 영국 드라마였던 <유토피아>의 HBO사의 리메이크 작품 들을 모두 맡아 진행하기로 했음에도 세 편 다 취소되는 사태를 겪기도 한다. (이후, 영화 <월드워Z 2> 또한 제작 일정까지 잡아놓고 무산되는 상황을 맞이한다.)

2017년 10월에 이르러 다시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마인드헌터>의 제작에 참여한 ;데이빗 핀처'는 총 4편의 에피소드를 연출한 이후, 2019년 <마인드헌터>의 두 번째 시즌에서 또한 3편의 에피소드를 연출한다. 이어 2020년, 영화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의 제작자이자, 각본가인 '에릭 로스'를 통해 그의 차기작 <맹크>에 대한 일부 정보를 공개하기에 이르는데,

 

"이 영화는 1930년대의 흑백영화를 완벽하게 구현해 낸 작품입니다. 물론, 대중적이지 않을 수 있지만 상당히 놀라운 면을 선보일 것입니다."

 


 

영화 <맹크>의 촬영 현장에서의 '데이빗 핀처'의 모습 스틸컷 모음.(사진=IMDB)

> 영화로운POINT : 1940년 대의 위대하 영화, <시민 케인>의 각본가로 유명했던 '허먼 J. 맨키비츠'의 실화임에, 당시 초기 할리우드의 생생한 모습을 - 감독 '데이빗 핀처'의 아버지가 집필해 놓은 각본을 토대로 - 실감나게 구현해 놓았다는 점이 매우 주목할 만하다. 

무엇보다, 거장 '오손 웰즈'의 등장과 함께 그와 협력하면서도 온갖 불협화음으로 갖은 사건(?)의 중심을 지나는 '맨키비츠'를 이해하기 위해선, 당시 배경에 대한 사전 지식이 우선되어야 함은 물론,

과거 흑백 영화의 산물로서 이 독특하고도 놀라운 영화 제작에 관한 큰 틀 하나가 인간 내면의 눈부신 특색을 이야기함과 더불어 자신들만의 위대한 족적을 새겨놓고 있다는 점에 있어선 상당 부분 의미가 있어 보이긴 한다.

 

 

 

영화 <맹크>에 출연한 '아만다 사이프리드'는 '데이빗 핀처'의 연출 장면에 있어 단 한번의 '오케이' 싸인을 받기 위해 약 200번 정도 재촬영이 있었다는 후문. 또 그런 완벽한 정성(?)이 통한 것일까. 이 영화는 올해 열린 아카데미 시상식의 작품상 후보로 등극하는 등 쾌거를 올리기도 한다. 사진은 영화의 '클래퍼보드(clapperboard)'('슬레이트'라고도 불림)의 모습.(사진=IMDB)

인간의 불순한 의도와 그런 심리상태로 부터 시작된 욕망 하나가, 오히려 있는 그대로의 희망을 더 잘 이끌어낼 수 있을지도 모를 일. 이러한 고민스런 접근을 통해, 정교한 심리묘사의 달인 경지에 이른 한 위대한 감독이 있었으니 그가 바로 집요한(?) 관찰자, '데이빗 핀처'였던 것이다.

그의 완벽한 씬 구성 능력은 비현실 속 현실이 영원한 기억 안에 머물 수 있도록 함은 물론이요, 끊임없는 재확신의 과정을 거친 그만의 독보적인 연출력은 영상 속 모든 인간의 풍모을 풍미감 어린 시선에 한껏 녹아들도록 했다. 물론, 그 본바탕에 머문 고매한 장인정신이야말로 꾸준한 상승 곡선을 그려 왔음에, 우린 더 이상 손 따가운 박수를 보내지 않을 이유가 없는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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