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시각이 각광받는 시대. 누군가의 일변도로 치우쳐진 생각이 제 갈 길을 잃었다면, '다시 생각하기'를 통해 그 길을 넓혀갈 수 있기를. 이와 관련한 '애덤 그랜트'만의 최신작, '씽크 어게인'을 소개합니다.
(시사캐스트, SISACAST= 양태진 기자)
창의적 시각의 근본 요체(要諦)는 무엇일까? 그것은, 흥미로운 것들에 관한 지속적인 관심에서 발현된 '스스로 생각하기'일 것이다. 그렇다면 그 능동적 행동이 싹틔우고 꽃을 피우는 과정에서 또 한 번 맞닥뜨려야 할 주요 요소가 있다면?
'기존의 생각 버리기'.
발빠른 환경 변화에의 올바른 대처를 위해서라도, 내면에 쌓아 놓은 무거운 책임감을 해방시켜 보다 나은 내일을 꿈꾸기 위해서라도, 무엇보다 기존의 것들로부터 진정한 자유를 되찾아 유연한 사고는 물론, 올바른 가치를 재발견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그러기만 한다면 창의적 결과물은 그저 뒤따라 올 뿐인 것.
사회학자 '머리 데이비스 (Murray Davis)'의 말을 빌리자면, '살아남은 생각은 진실보단, 흥미로움 때문에 가능'하단다. 다시 말해, 누군가의 생각이 흥미롭다는 것은 허술한 이전 의견에 대한 반박을 넘어 그 자신을 세상에 고취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것. 예를 들어, 달이란 지구의 마그마 비에서 나온 증기 속에서 처음 생성된 것일지도 모른다는 누군가의 흥미로운 주장처럼 말이다.
여러 의문부호에서 시작된 이 흥분의 지점을 차츰 거슬러 올라감에 따라 놀라운 호기심이 증폭되는 시기를 목도한다. 이때 형성되는 자칫 위대해 보이는 발견에 대한 희열은 매우 중요한 일탈적 깨달음으로도 읽히는데, 이처럼 '다시 생각하기'란 항목은 우리의 삶 속 맑은 샘물을 길어올리는 것과 같이 매우 쉬우면서도 유익한 시도를 제공한다. 바로 이 지점을 간파하고 있는 책이 '애덤 그랜트'의 <Think Again>인 것이다.
스스로 믿어온 것들에 대한 의심을 더할 때, 비로소 위안을 선사하는 책, <Think Again>
전작 <오리지널스>를 낸 이후, 약 5년 만에 돌아온 '애덤 그랜트'의 신작 <싱크 어게인>은 올해 3월 출간된 즉시, 아마존 베스트셀러에 등극하는 등, 국내에서 또한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며 각 종 서점가를 달구고 있다. 왜일까.
전통을 거부하며 새로운 유형의 인재상을 제시했던 전작에 이어, 사회적 통념과 상식을 뒤엎으며 이 시대가 필요로하는 진정한 새로움이란 무엇일지, 주도면밀한 성찰은 물론, 폭넓고도 상당 부분 적절한 사례를 중심으로 알기 쉽게 전달하고 있기 때문은 아닐까.
“나는 경험이 주는 교훈을 존중한다. 그렇지만 '증거'의 엄정함을 선호한다.”
- 애덤 그랜트 (책 <Think Again>에서)
이러한 저자의 말 속, '증거'의 불충분함으로 현재의 생각 또한 의심의 영역으로 내몰아질 때, 우린 거의 반사적으로 마음의 문을 닫아버리는 경향이 있다. 이에 저자는 이같은 습관 아닌 습성에 관해 '작은 독자재'라는 표현을 빌어, 마치 북한의 세습체제가 예속된 사람들의 생각을 통제하듯, 사실과 관련한 것들이 우리의 마음 속에 흐르는 것들을 마구 차단해 버릴 수도 있음을 경고하고 나선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전제군주 자아'라 부른다는데, 이러한 전문 용어 또한 작은 팁으로 알아놓으면 도움이 될 듯.)
이같은 내면의 독재자는 우리가 신봉하던 의견이 위협받을 때, 책임지고 전면에 나서기를 좋아한다는데, 이는 자칫 자기를 보호하기 좋아하는 신념으로 돌변, 아첨꾼의 말에만 귀를 기울이는 과도한 확신 편향으로도 치우칠 우려를 제기한다.
이에 대해 저자는 수많은 학생들이 답을 고쳐쓴 시험지의 대다수가 이전 답보다 더 정답에 가까운 것으로 확인되었음을 하나의 예시로 들며, 기존 의견이나 생각에 안주하는 ‘최초의 직감적 오류’를 벗어나길 제안하고 있다.
이 같은 내용을 중심으로 총 4부의 구성에 따라 개인 차원에서 다시 생각할 수 있는 방법들을 나열하기 시작하는 이 책은, '다시 생각하기'라는, 소위 현명한 마음가짐에 대한 기술적 접근을 끊임없이 시도하며, 기존의 생각이 틀렸다면 과감히 버릴 줄도 알아야 함에 모든 필력을 동원하고 있다.
이어 무엇보다 경청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저자는 상대방에 대한 관심을 기본으로 단순한 논리 지적에서 벗어나야 할 것을 제안한다. 협상을 통해 함께 추는 춤. 즉, 타인에 대한 설득은 이처럼 논리 대신 조화로움을 토대로 형성되어야 한다고 강조하는데, 이는 우주 공간에서 지구를 바라본 비행사들 대부분이 인류 전체의 공동선에 더 큰 관심을 가져온 사례를 예시로 들며, 다시 한 번 전체를 바라볼 줄 아는 자세에 치우쳐 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주고 있다.
또한 상대방의 관점을 수용할 수 있는 자세를 위시해, 어느 사실을 상대가 어떻게 알 수 있었는지,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고 또 던질 수 있어야 한다고 저자는 말하고 있다. 집단 내에 녹아있는 다양한 형태의 학습문화 또한 예로 들며, 오래되고 권위 있는 문헌이라 할지라도 오류가 있을 수 있음을 자각할 수 있도록 현 교육문화가 다각도의 변화를 주도할 수 있어야 함에 상당한 무게감을 싣고있다.
마지막 결론에 이르러, 최선의 직업과 경력만을 내세우기보다, 길고 긴 인생에 관한 여러 작은 계획들에 다시금 생각의 끈을 놓지 않길 권고하고 있는 '애덤 그랜트'. 그의 이러한 겸손의 호기심은 날마다 하는 일에 새로운 활기를 북돋아 줄 뿐만 아니라, 해방의 기운으로 행복 충만한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해줄 것이라 확신 하고 있다.
이처럼, 출구가 보이지 않는 터널에 선 누군가. 생각지 못한 일들이 의외의 지점에서 도출되거나, 그저 다른 어떤 길도 보이지 않는 현 시점에서, 그저 ‘모르는 것들에 대한 인정의 자세’만을 줄곧 유지할 수 있다면, 신선한 사고와 질 높은 개념들로 하여금, 곧 또 하나의 길이 열릴 것이라는 데엔 결코 의심의 여지가 없다.
사고의 유연성과 기민성을 촉발시키는 것만으로도 ‘확신의 함정’에서 벗어나 창의적인 지혜를 만들어 낼 수 있음에, 우린 결코 늦지 않았다. 열정은 기다림 속에 발견되는 것이 아닌, 능동적이면서도 주체적으로 개발될 수 있는 것임에 틀림없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