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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b&Job] 바늘구멍보다 좁은 대기업 취업문 대신 살길 찾는 청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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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b&Job] 바늘구멍보다 좁은 대기업 취업문 대신 살길 찾는 청년들
  • 최기훈 기자
  • 승인 2021.10.13 11: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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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캐스트, SISACAST= 최기훈 기자)

 

@픽사베이
@픽사베이

박민우(가명·32)씨는 대학 졸업 후 짧다면 짧은 1년 6개월 동안 직장생활을 했다. 사표를 내던지고 그가 선택한 건 재취업이 아닌 창업이었다. 온·오프라인으로 휴대전화 액세서리 등을 파는 작은 잡화점을 차렸는데, 사업은 만만치 않았다. 가게 임대료를 내고, 친구 몫을 떼어주고 나면 손에 들어오는 돈은 생각보다 적었다. 그러다 지난해 코로나19 직격탄을 맞고 오프라인 사업을 접었다. 친구와의 동업을 끝내고 서울의 가게도 뺐다. 

지금은 경기도 소도시의 물류창고 한쪽에서 하루 종일 주문을 확인하고, 배송작업을 하는 박씨는 “지금이야 근근이 이어가고 있지만, 언제까지 이걸 할 수 있을진 모르겠다”고 한탄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8월 기준 청년층 실업률의 5.8%다. 지난 2~4월 내내 10%대를 유지하다가 점차 가라앉아 올해 들어 가장 저조한 수치를 기록했다. 정부는 청년 고용난이 완화되고 있다고 주장했지만, 현장의 상황은 딴판이다. 

최근 한국경제연구원이 발표한 ‘청년 일자리 인식 설문조사’ 결과를 보자. 응답자(만 18세∼29세) 69.5%은 원하는 직장에 취업할 가능성이 낮을 것이라고 답했다. 또 향후 청년 일자리 상황이 더 나빠질 것이라고 내다본 청년들은 62.9%에 달했다. 이들은 좋은 일자리의 최소 연봉으로 3000~4000만원이라고 응답했다.(40.2%)

한국 청년들의 일자리 인식 전망.[자료=한국경제연구원]
한국 청년들의 일자리 인식 전망.[자료=한국경제연구원]

취업문은 좁고 창업시장은 황량하다. 스펙을 쌓으려고 해도 코로나19 탓에 여의치 않다. 우울한 현재를 반영하는 ‘청백전(청년백수 전성시대)’ ‘이태백(이십대 태반이백수)’ ‘이구백(20대 90%가 백수)’ 등 늘어나는 신조어가 한동안은 계속 쏟아질 공산이 크다.

특히 선망의 직장으로 꼽히는 대기업의 취업문이 좁아졌다. 대기업들의 채용 트렌드가 정기공채에서 수시채용으로 바뀌면서다. 수시 채용이란 좁은 문을 뚫기 위해서는 직무 경쟁력이 중요한데 대부분의 기업이 대졸 공채를 축소하고 있어 경험을 쌓을 기회를 얻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 때문에 아예 눈을 돌려 직업을 구하는 청년들이 적지 않다. 취업컨설턴트 관계자는 “세상에는 다양한 직업이 있다. 수많은 직업이 생겨났다가 사라지고, 들어보지도 못했던 생소한 이름의 직업도 많아졌다”면서 “꼭 남들이 바라는 직업이 아니더라도 충분히 매력 있는 업무를 찾는 게 중요한 시대가 됐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직업엔 귀천이 없고, 직종간 경계도 상당 부분 허물어졌다. 애초에 100세 시대에 하나의 직업만을 평생 가진다는 것은 어불성설일지 모른다. 사회적 편견과 쉽지 않은 업무 등으로 한때 기피 직종으로 꼽혔던 환경공무직(환경미화원) 모집에 20, 30대 청년들이 몰리고 있는 게 대표적이다. 2019년 9월 인천 서구가 환경미화원 5명을 모집하는 공고에 114명이 지원해 23대1의 경쟁률을 보였다. 이 중 20∼30대 지원자가 56명(49.1%)에 달했다.

공인중개사 시장에도 많은 청년이 몰리고 있다. 집값이 뛰면서 고액의 중개수수료를 얻을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이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에 따르면 현재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보유한 인원은 전국에 46만6589명에 달한다. 이 가운데 6월 말 기준 11만4123명(24.4%)이 개업공인중개사로 등록해 활동하고 있다.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신규 등록한 공인중개사는 7922명으로, 한 달 평균 1584명이 공인중개시장에 유입됐다.

좋은 일자리 최소 연봉 현황.[자료=한국경제연구원]
좋은 일자리 최소 연봉 현황.[자료=한국경제연구원]

이중에서도 가장 많은 청년이 몰리는 시장은 ‘배달 라이더’다. 배달은 선택이 아닌 필수, 나아가 ‘일상’이 됐다. 모두의 생계가 전례 없이 힘겨운데, 오직 배달업만 황금기를 누리는 것처럼 보일 정도다. 배달플랫폼업계에 따르면 배달라이더들의 월평균 보수는 300만원 후반~400만원 선으로 알려졌다. 일부 고수익 배달라이더 중에는 월 800만원의 수입을 거둔 사례도 있었다. 이밖에도 택시기사나 버스기사를 준비하는 청년층이 적지 않다. 이들 직업은 모두 생각보다 진입장벽이 높지 않고, 일반 직장인 대비 나쁘지 않은 수익을 낼 수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다만 이들 직업을 무작정 추종하는 건 문제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직업컨설턴트 관계자는 “미디어에서 소개하는 유망직종은 수많은 사람이 같은 생각을 가지고 준비하기 때문에 뒤늦게 출발하면 늦어 버리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면서 “모든 사람이 ‘전망 있다’고 생각하는 직종보다는 ‘나만 할 수 있는 차별화된 직종’을 선택하는 게 현명하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과거의 유망 직종이 지금도 잘나가는 것은 아니며, 예전에는 주목받지 못하던 직업이 인기 직종으로 떠오르기도 한다. 이전엔 취미 수준이던 드론 비행사, 페도티스트, 반려동물행동 상담원 등이 어느새 주요 직종 중 하나로 자리 잡은 것은 이를 잘 보여주는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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