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6 18:07 (금)
[이슈추적] ‘KT 먹통의 날’ 30대 직장인 강씨의 울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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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추적] ‘KT 먹통의 날’ 30대 직장인 강씨의 울분
  • 최기훈 기자
  • 승인 2021.10.29 20: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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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캐스트, SISACAST= 최기훈 기자)

 

@픽사베이
@픽사베이

지난 25일 오전, 30대 직장인 강연순 씨는 곤란한 상황에 빠졌다. 점심식사 전 고객사에 보내기로 했던 PT 자료를 발송하려고 했는데, 인터넷이 갑작스레 먹통이 됐기 때문이다. 고객사에 담당자에게 전화를 걸어 상황을 알리려고 했지만, 이마저도 연결이 되지 않았다. 

KT 고객센터도 불통이긴 마찬가지였다. 고객사에 보내기로 했던 약속시간이 지나고서야 네트워크가 연결되자 강씨는 분통을 터뜨렸다. 장애 원인도 나중에 뉴스를 통해서 확인했기 때문이다. 강씨는 “전국적인 네트워크 오류가 발생하면 대체할 수 있는 통신 네트워크를 연결해야 하는 것 아니냐”면서 “요즘 같은 초연결시대에 이런 오류가 발생한다는 게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한탄했다. 강씨는 “곧 약정기간이 끝나는데 더는 KT 고객으로 있을 순 없다. 다른 통신사로 이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KT 사과문.[자료 KT]
KT 사과문.[자료 KT]

지난 25일 오전, KT 고객들은 강씨와 같은 곤란한 상황을 겪어야만 했다. KT의 유·무선 통신 서비스에 장애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통화는 물론 데이터 연결도 제대로 되지 않았다. 주요 공공기관을 비롯해 전국 가입자는 서비스 이용에 큰 불편을 겪었다. 장애가 점심시간과 맞물리면서 상권도 어려움을 겪었다. 일부 음식점에선 카드 결제마저 먹통이 됐기 때문이다. 

심각한 문제였지만, 사태 파악이 즉각 이뤄지진 않았다. KT는 “국민 여러분께 불편을 끼쳐 죄송하다”며 “초기에는 트래픽 과부하가 발생해 디도스로 추정했지만, 면밀히 확인한 결과 라우팅(네트워크 경로설정) 오류를 원인으로 파악했다”고 밝혔다. 이는 장애 발생 뒤 2~3시간이 지난 뒤였다. 

나중에 밝혀진 KT의 전국 통신 먹통 사태는 명백한 인재였다. 조사에 따르면 이번 사고는 25일 11시 16분경 시작돼 DNS 트래픽 증가에 이어 네트워크 장애가 발생했고 12시 45분경 KT의 복구조치가 완료됐다. 약 89분의 서비스 장애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KT의 부실한 관리 체계에서 비롯됐기 때문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KT 부산국사에서 기업 망 라우터를 교체하던 중 작업자가 잘못된 설정 명령을 입력해 사고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라우터는 서로 다른 네트워크를 연결해주는 장치를 말한다. 이 라우팅 오류로 인해 전국적인 인터넷 네트워크 장애가 발생한 것이다. 

장애는 해당 작업자가 라우팅(네트워크 경로설정) 과정 중 프로토콜을 종료하는 ‘exit’ 명령어 입력을 빠뜨린 데서 시작됐다. 더 큰 문제는 명령어가 누락된 사실은 작성 과정은 물론, 사람이 직접 검토하는 사후 검증에서도 발견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KT 네트워크 오류 원인.[자료 과학기술정보통신부]
KT 네트워크 오류 원인.[자료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특히 네트워크가 차단된 상태에서 작성된 명령어에 오류가 없는지 여부를 확인하는 장치인 가상 ‘테스트베드’는 물론, 지역에서 시작된 오류를 확인한 뒤에도 전국으로 장애 확산을 차단하는 시스템조차 없었다. 네트워크가 연결된 상태에서 교체작업을 진행하다보니, 명령어 오류가 삽시간에 전국 네트워크로 확산된 것이다.

이런 가운데 당초 KT가 야간작업(01시~06시)을 승인했지만 작업이 주간에 수행되는 과정에서 장애가 발생하게 됐다는 점도 확인됐다. 특히, 작업 관리자 없이 KT 협력업체 직원들인 작업자들끼리만 라우팅 작업을 수행하는 등 작업 오류를 방지하기 위한 작업 관리 시스템이 부실했고, 네트워크가 연결된 채로 작업이 이뤄진 것으로 드러났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1시간이 넘도록 전국 단위에서 피해가 발생해 보상이 불가피하지만 KT가 어떤 보상책을 내더라도 소비자 불만을 가라앉히긴 어려울 것”이라면서 “1등 통신사를 자처해온 KT 입장에선 이미지 타격을 심각하게 입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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