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6 13:52 (금)
[한부모가정] "싱글대디로 산다는 것...힘은 들지만 후회하지는 않는다"
상태바
[한부모가정] "싱글대디로 산다는 것...힘은 들지만 후회하지는 않는다"
  • 김지영 기자
  • 승인 2021.11.29 15:1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퇴근 후 시작되는 육아로 녹초 되지만 아이와 함께하는 순간 가장 행복해 

(시사캐스트, SISACAST= 김지영 기자)

 

@픽사베이
@픽사베이

2019년 이혼 건수가 4년 만에 반등했다. 이혼 부부 절반 이상은 동거기간 20년 이상 부부나 4년 이하 신혼부부였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제 이혼은 특별한 사람들이 하는 특별한 일이 아니라 선택해서 결혼하는 것처럼 선택해서 헤어지는 ‘선택의 문제’가 됐다.

예전에는 부부가 헤어지면 아이들의 양육권은 대부분 엄마가 갖고 엄마와 생활을 하는 것이 자연스러웠다. 하지만 이제는 아빠들도 아이의 양육권을 주장하며 싱글파파로서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   
 
싱글대디, “서툰 아빠라 아이 머리 묶는 것도 힘들었다”

2년 전 아내와 이혼한 이씨(43)는 7살 딸을 키우고 있다. 이혼을 결정한 후 이 씨의 조건은 단 하나 본인이 아이를 맡겠다는 것이었다. 주위에서는 ‘딸은 엄마가 키우는 것이 안정적이다’ ‘직장 다니며 어떻게 아빠가 아이를 키울 수 있겠냐’ 등 수많은 이야기를 들었다.

실제로 이혼 후 딸아이를 키워보니 아빠가 아이를 키운다는 것은 ‘힘들다. 어렵다’라는 단어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들이 산적해 있었다. 처음에는 유치원 가기 전 아침을 먹이고 씻기고, 머리를 묶어주는 일들이 남자로서 서툴고 어려웠다. 

“이혼 후 얼마 전까지 유치원 선생님께서 매일 아침 머리를 묶어주셨어요. 제가 묶어주기는 하는데 요령이 없으니 깔끔하게 머리모양이 나오지 않고 아이도 머리가 불편하다고 하더라구요. 짧게 자르자고 설득해봤지만 아이는 절대 안 자른다고 고집을 피워서 어쩔 수 없이 선생님께 부탁을 드렸습니다.” 

퇴근 후 육아로 녹초 되지만 아이와 소통하는 시간이 가장 행복해 

@아빠의 일기장 책 캡처.
@아빠의 일기장 책 캡처.

이 씨의 하루를 들여다보면 숨 가쁘다. 오전 9시를 전후로 유치원에 아이를 맡기면, 오후 5시30분까지는 유치원에서 간식도 먹고 방과 후 수업을 하면서 지낼 수 있다. 하지만 이후에는 친구들이 모두 하원하기 때문에 아이 홀로 아빠를 기다린다. 보험설계사인 그는 6시까지는 아이를 데리러 가기 위해 저녁 약속도 하지 못한 채 급히 유치원으로 간다.

그는 하원 후 집으로 오는 길에 아이를 피아노 학원에 데려다주고 집으로와 저녁을 준비한다. 밥을 안치고 국을 끓여놓으면 아이를 데리러 간다. 7시가 조금 넘은 시각, 아이를 데려와 밥을 먹이고 샤워를 시키면 일단 한시름 놓인다. 매일 피곤하고 힘들지만 하루에 적어도 30분은 아이와 함께 노는 시간을 갖는다.

이 시간,  아이가 유치원 생활을 어떻게 하는지, 친구들과의 관계는 어떤지 살짝살짝 물어본다.

그는 “이 시간이 가장 힘들지만 가장 행복한 시간, 딸과 소통하는 시간이다”라며 “가끔 엄마가 보고 싶다고 말하는데 그럴 때마다 영상통화로 엄마 얼굴을 보게 한다”고 말했다. 현재 가장 큰 고민은 아이에게 부모의 이혼을 말하지 않아 엄마 아빠가 왜 따로 사는지 아이가 정확하게 인지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학교 가기전에 이혼상황에 대해 말해줘야 하는데 상처받지 않을까 걱정이 돼서 자꾸만 미루게 되요. 엄마 아빠는 따로 살지만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은 세상에서 가장 크다는 것을 알려주고 이해시키고 싶은데 어떤 방식으로 이야기를 해야 할지 고민입니다.”

아이에게 엄마는 필요하지만 엄마를 만들어주기 위해 결혼 할 수 없어

@픽사베이
@픽사베이

이렇게 아등바등 최선을 다해 딸아이와 살고 있지만 가끔 생각 없이 말하는 사람들 때문에 상처도 많이 받는다. 어느 날 지인이 집으로 놀러왔는데 느닷없이 아이에게 “이쁜 새엄마 생기는 거 어때?”라고 물어봐 아이를 놀래켰다. 아직 연애할 생각도 없는데 주변에서는 새로운 여자를 만나 빨리 결혼하라고 독촉하는 바람에 당황스럽다.

그는 “아이에게 엄마가 필요하다는 것은 절실히 느끼지만 엄마를 만들어주기 위해 결혼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아직까지는 이혼에 대한 상처도 아물지 않아 새로운 누군가를 만나 볼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요즘 많이들 이혼한다고 하는데 그 과정이 정말 힘들고 한때 내가 이 사람을 내 목숨보다 사랑했던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실망스럽고 자괴감이 든다”고 덧붙였다.

사실 전 부인과 감정의 골이 깊어 목소리 듣는 것조차 불편하지만 아이문제에 대해서는 빠짐없이 상의한다. 한 달에 한 번 주말은 아이가 엄마집에 가는데 아이가 가고나면 그때서야 밀린 빨래와 집안일, 낮잠 등을 자며 자유를 누릴 수 있다.

“이혼은 했지만 아이들에게는 충실한 부모 역할 할 것”

@SBS 미우새 프로그램 캡처.
@SBS 미우새 프로그램 캡처.

그는 딸아이가 감정이 예민하고 성숙한 편이라 앞으로가 더 걱정이다. 사춘기를 심하게 겪으면 어쩌나, 여자로서의 성장과정과 변화를 아빠로서 어떻게 설명해야할까 등 걱정이 된다.

“내년이면 학교도 가야하는데 1학년은 하원시간이 빠르다고 하더군요. 6시까지 아이를 어디다 어떻게 맡겨야 할지, 여러 개의 학원을 보내야 하는 건지 모든 게 다 걱정입니다.”  

그러나 그는 딸아이의 잠든 모습을 보면 근심 걱정이 사라지며 행복하다고 말했다.

“이혼해보니 가정에서 느끼는 행복이 참 소소하고 소중하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이혼한 부부는 아이 앞에서 어쩔 수 없이 죄인이 되지만 그 죄를 덜기 위해서 아빠, 엄마로서의 역할은 충실히 해야겠지요. 앞으로 우리 딸과 제가 험난한 고개를 수없이 넘어야겠지만 싱글대디로서의 삶을 후회하지는 않을 겁니다. 열심히 최선을 다해 하루하루 완성해 낼 겁니다.”            [시사캐스트]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