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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포커스] ‘코로나 고립’ 어르신들 “답답해서 우울증 걸릴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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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포커스] ‘코로나 고립’ 어르신들 “답답해서 우울증 걸릴 것 같아”
  • 김지영 기자
  • 승인 2022.02.14 14: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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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로당에 가는 게 유일한 낙이었는데… 요즘은 하루 종일 TV만 봐

(시사캐스트, SISACAST= 김지영 기자)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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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견디다보면 없어지겠지’라고 생각한지 2년이 되어가는데도 코로나19의 기세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3차 접종 이후에도 돌파감염으로 확진지가 속출하고 오미크론이라는 변이 바이러스로 인해 이제는 집단면역체계로 가야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들린다. 모든 국민이 힘겨운 삶을 이어가고 있지만 고립의 강도는 연령에 따라 큰 차이가 있다. 갈 곳이라곤 경로당이나 복지시설이 전부였던 어르신들의 경우 집밖 나들이가 막히면서 고립감이 훨씬 커 우울감을 호소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경로당 가서 얘기 나누고 함께 식사하는 게 유일한 낙이었는데…”

신설동에 사는 경모 할머니(72)는 요즘 낙이 없다. 특별한 일과 없이 지내는 하루하루는 의미가 없고 힘들기만 하다. 아침에 일어나서 아침식사 후부터 ‘이제 뭘 해야 하나?’라는 고민에 빠진다. 결국 그는 TV 보는 것 외에 다른 활동이 없다. 지난 1년 동안은 코로나로 인해 노인들이 갈만한 곳이나 모여서 취미활동을 할 수 있는 공간들이 폐쇄되어 가지 못했다. 이후 오픈되어 잠시 이용했지만 오미크론으로 인해 공간이 열려있다고 해도 다른 노인들이 나오지 않아 가지 않는다.

그는 “노인이라서 젊은 사람들보다 더 위험하니깐 아예 집 밖에 나가지 않는다”면서 “심심해서 경로당을 가도 사람들이 없고 주민센터에서 운영하는 배움터를 나가도 친구들이 나오지 않아 심심하기는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그나마 그가 외출 가능한 장소는 집 근처에 있는 전통시장이다. 활동이 줄고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니 입맛도 없어 끼니를 거르기도 일쑤다. 그래도 하루 종일 집에만 있기 답답한 날에는 전통시장에 나와 나물거리 하나라도 사가지고 들어간다.

그는 “코로나가 길어지면서 노인들의 사랑방인 경로당, 복지관 등의 시설이 폐쇄된 지 오래됐다”면서 “경로당에 나가 이야기 나누고 함께 밥 먹는 게 유일한 낙이었는데, 이제는 친구들과 같이 시간을 보낼 수 없으니 하루가 엄청 지루하다”고 밝혔다.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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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천동에서 조그마한 가게를 운영하는 이모(68) 할아버지는 매일 가게를 열지만 손님들이 발길이 뜸해 걱정이다. 그는 “한 동네에서 장사를 20년 넘게 하다 보니 웬만한 동네 상황은 다 알고 있다”면서 “예전에는 오다가다 들르는 어르신들도 많고 계란 한판 사가지고 가더라도 시시콜콜 얘기 나누는 주민들이 많았는데 요즘은 그런 게 통 없어 재미가 없다”고 말했다. 

“코로나 이전의 삶이 너무 그리워”

이 모(75) 할머니는 코로나가 가족과의 만남을 단절시켰다며 그로 인해 고립감이 심해졌다고 말했다. 예전에는 자식들이 수시로 드나들었지만, 요즘엔 딸과 사위가 가끔 들러 반찬이나 주고 가는 수준으로 왕래가 줄었다. 그는 “찾아오는 사람이 없다보니 요양보호사가 방문하는 날만 손꼽아 기다린다”고 전했다. 이어 “경로당도 문을 닫고 딱히 만날 사람도 없어서 혼자 보내는 날이 많다”며 “집 밖에 나와도 다른 사람이 없어 쓸쓸함만 커진다”고 하소연했다.

인천에 사는 정모 할머니(69)는 “코로나 이전의 삶이 너무 그립다”고 전했다. 그는 매일 아침 목욕탕에 가서 씻으며 하루를 시작, 그곳에서 만나는 동년배들과 담소 나누는 게 큰 낙이었다. 하지만 코로나 확산 이후 모든 것이 다 불가능해졌다. 특히 노인층이 고위험군이 된 현실에서 자식들조차 밖에 나가지 말고 집에만 있으라는 당부가 간곡해졌다.

그는 “집에서 5분 거리에 목욕탕이 있어 아침 일찍 목욕탕에 가서 뜨뜻한 탕 속에 들어가 있는 게 하루의 즐거움이었는데 이런 시기에 목욕탕가면 안된다고 자식들이 난리를 쳐서 목욕탕에 못 간지 1년은 더 됐다”고 말했다. 이어 “이처럼 삶의 낙이 사라지니 남는 건 답답함 뿐”이라면서 “이렇게 살면 코로나에는 안 걸리겠지만 우울증에 걸릴 것 같다”고 말했다.60대 파산도 8년 만에 최대치 기록해

@구글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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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파상을 운영하던 김 모(65) 할아버지는 코로나19 여파로 손님의 발길이 뚝 끊어지면서 지난해 문을 닫아야 했다. 시간이 지나면 예전 수준으로 회복될 줄 알았는데, 코로나19 사태가 좀체 나아지지 않으면서 임차료도 내지 못할 만큼 상황이 악화한 것이다. 여기저기서 빌린 돈부터 갚아야 했지만 보증금으로 밀린 임차료를 내고 나니 손에 쥐고 있는 돈도 거의 없었다. 급히 택시운전이나 경비원을 하려고 알아봤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았다. 결국 그가 택할 수 있는 선택지는 ‘파산 신청’이 유일했다.

이처럼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60대 이상 고령층의 고통이 배가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여파가 은퇴 후 개인 사업을 하거나 자영업을 하는 사람들의 비중이 큰 이들 연령대에 직접적으로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지난해 개인파산을 신청한 이들 중 60대 이상 고령자 수가 2013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한 것으로 파악됐다.

70세 이상 노인 파산, 지난해 3500명대 돌파

@법원행정처.
@법원행정처.

고령층의 파산 건수 급증의 원인으로는 코로나19 사태가 첫손에 꼽힌다. 재난 상황에 준하는 코로나19 여파로 실물경제가 둔화하면서 이들이 직격탄을 맞았다는 분석이다.

한 변호사는 “60대 이상의 경우 일단 정기 소득이 없고, 경기 악화로 이들 중 상당수가 일하고 있는 일용직 자리가 사라지면서 직접적인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고 지적했다. 파산 관련 전문가들은 고령층 파산이 향후 더 심각해질 것으로 전망한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에 따라 자영업자들의 파산이 급증하는 등 경제 불황에 대한 우려가 점차 현실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60대 이상 고령층을 보호할 수 있는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서울회생법원 관계자는 “소상공인이나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대출만기 연장 등을 지원해준 것처럼 경제적 약자인 고령층을 위한 보호 대책도 더 늦기 전에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시사캐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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