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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혼라이프] “치솟는 집값도 문제지만 아이 낳으면 누가 키우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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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혼라이프] “치솟는 집값도 문제지만 아이 낳으면 누가 키우나요”
  • 김지영 기자
  • 승인 2022.03.10 13: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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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53%로 ‘비혼 독신에 동의’…‘각자의 삶의 방식 존중해’ 

(시사캐스트, SISACAST= 김지영 기자)

 

@구글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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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가족의 모습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부모와 미혼 자녀로 이뤄진 전통적인 가족 형태 비중이 줄어들고 1인 가구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젊은층에서 비혼 독신을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이들이 많아 앞으로도 이런 경향은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그들은 “내 삶은 내가 선택한다”면서 “지지고 볶고 사는 것보다 여유롭게 싱글라이프를 즐기는 것이 현명한 인생”이라고 말한다.

코로나 이후 ‘비혼 라이프’ 비중 늘어나

지난해 취업한 직장인 박모(32) 씨는 동갑내기 여자친구가 있지만 결혼 이야기는 차마 꺼내지 못하고 있다. 그는 “사귄 지 3년 정도 된 여자친구가 있는데 결혼할 시기가 온 것 같다. 하지만 취업한 지 이제 1년 정도밖에 되지 않았고 모아둔 돈도 많지 않아 결혼할 형편이 못된다”고 말했다.

@인쿠르트 제공.

이어 “여자친구도 이런 상황을 알기 때문에 결혼을 독촉하지는 않지만 내심 서운한 것 같다”고 전했다. 자영업을 하고 있는 송모(35)씨는 집값 폭등을 겪으면서 비혼주의자에 가까워졌다. 그는 “요즘 서울 지역에서 살려면 10억 이상이 필요한데 코로나19 여파로 장사를 한날보다 못한 날이 더 많아 돈을 모으기는커녕 빚만 쌓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만약 결혼한다고 하면 경제적인 부담이 더해지기 때문에 못할 것 같다”면서 “결혼을 한다고 해도 아이를 낳으면 누가, 어떻게 키워야 할지도 막막하다”고 토로했다. 지난해 한국 가족의 평균 가구원수는 2.3명으로 2010년 2.9명, 2015년 2.8명에서 크게 줄어들었다. 1인가구 비중은 2015년(21.3%)에 비해 9.1%포인트 늘어나 30.4%를 차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부부와 미혼자녀로 이루어진 가구 비중은 31.7%로  2015년보다 12.5%포인트 감소했다. 이러한 현상은 사람들 인식 변화로도 나타났다. 가족의 다양한 생활 방식ㆍ가치관에 대한 국민 수용도가 2015년에 비해 전반적으로 높아졌다. 비혼 독신(34.0%), 비혼 동거(26.0%), 무자녀(28.3%)에 동의하는 비율이 높아졌다.

“자유로운 영혼인 사람들은 독신으로 사는 것도 괜찮아”

@인쿠르트 제공.
@인쿠르트 제공.

특히 비혼 독신에 동의하는 20대는 53%로 모든 연령층 중에 가장 높았다. 20대는 비혼동거(46.6%), 무자녀(52.5%)에 동의하는 비율도 높게 나타났다. 20대 다음으로는 10대가 비혼독신(47.7%), 이혼ㆍ재혼(45.0%), 무자녀(47.5%)에 대해 동의하는 비율이 높았다. 방송인 사유리처럼 결혼하지 않고 아이를 낳는 비혼출산에 대한 동의 비율은 15.4%로 2015년보다 5.9% 포인트 올랐다.

독신으로 살것이라는 36세 곽모씨는 “내 인생을 다른 사람과 비교해 볼 때 한 가지 없는 것은 남편일 것”이라며 “남자친구를 사귀고 만나는 것은 언제든지 가능하지만 결혼이라는 제도 아래 얼마나 행복하게 삶을 영위해 나갈지는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이어 “영혼이 자유롭다는 말을 많이 듣는 나로서는 결혼은 상상에서나 가능한 일”이라고 덧붙였다. 이정심 여가부 청소년가족정책실장은 “20대의 절반 정도가 비혼 독신, 비혼 동거, 무자녀에 대해 동의하고 있어 앞으로 가족 형태의 다변화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가사노동은 당연히 엄마가의 몫 “싸우기 싫어 도와달라는 말도 안해”

@희망세상 캡처.
@희망세상 캡처.

가족의 형태는 달라지고 있지만 가사노동과 돌봄은 여전히 여성이 주로 담당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사노동과 자녀 양육 등을 아내가 전담하는 가정의 비율이 남편이 전담하는 가정보다 크게 높았다. 장보기, 식사준비, 청소 등 가사노동을 아내가 한다는 응답은 70.5%였다. 남편과 아내가 똑같이 하는 비율은 26.6%, 남편이 한다는 비율은 2.8%로 나타났다.

자녀양육과 교육을 아내가 주로한다는 응답(57.9%)이 남편이 한다는 응답(2.9%)보다 압도적으로 많았다. 특히 12세 미만 자녀를 돌보는 일과 관련해 준비물 챙기기(83.0%), 일상생활 돌봄(77.3%), 학습 관리(74.9%) 항목에서도 아내가 한다는 비율이 크게 높았다. 맞벌이를 하고 있는 이모(44)씨는 “아이들이 개학을 해서 이것저것 챙겨야 할 것이 많지만 남편은 바쁘다는 핑계로 뭐 하나 도와주는 게 없다”면서 “퇴근 후 집에 와 아이들 알림장 체크하고 숙제 봐주고 준비물을 챙겨주면 12시가 훌쩍 넘는다”고 하소연했다. 주부 양모(42)씨도 “아이들을 돌보는 일, 학교에 관련된 일 등은 오롯이 나의 몫”이라며 “이런 문제로 몇 번 싸우고 난 뒤부터는 더 이상 다투기 싫어 얘기조차 안한다”고 말했다.

1인가구 가장 바라는 건 ‘주택이 안정되는 것’  
1인 가구에게 가장 부담되는 항목은 주거비(35.7%)로 나타났다. 다음으로 식비(30.7%)와 의료비(22.7%)라고 응답했다. 연령별로 보면 30대(53.0%)가 주거비에 가장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조사됐다. 40대는 49.4%, 20대는 43.2%, 50대는 40.5%가 주거비를 가장 큰 부담으로 인식했다. 1인 가구의 절반(50.1%)은 정부에 바라는 지원으로 주택 안정 지원을 들었다. 이어 돌봄 서비스 지원(13.4%), 건강 증진 지원(9.7%), 가사 서비스 지원(7.0%) 순으로 나타났다.

혼자 살면서 겪는 어려움으로는 42.4%가 “균형 잡힌 식사를 하기 어렵다”는 점을 꼽았다. 다음으로 “아프거나 위급할 때 혼자서 대처하기 어렵다”(30.9%), “가사를 하기 어렵다”(25.0%)고 답했다. 1인 가구에 ‘향후 혼자 살 의향이 있는지’를 물은 결과 ‘그렇다’(72.1%)는 응답 비율이 ‘아니다’(27.9%)보다 두배 이상이었다. 1인 가구의 소득은 50만∼100만원 미만(25.2%)이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석재은 한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현재 우리 사회보장제도는 대부분 4인 가구 기준으로, 1인 가구에는 4등분해서 지원하는 방식이다. 그러다보니 기초생활보장제도상 주거비나 생계비의 경우 1인이 실제 생활하기 어려운 수준이 된다. 1인가구가 늘어나는 만큼 이에 맞춰 사회보장 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라고 지적했다. [시사캐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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