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6 18:07 (금)
[경제트렌드] “옷값이 왜 이렇게 비싸요?” 10년 만에 최대 상승
상태바
[경제트렌드] “옷값이 왜 이렇게 비싸요?” 10년 만에 최대 상승
  • 김지영 기자
  • 승인 2022.12.07 21:2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의식주 가격 기록적 고공행진 ‘씀씀이 줄였는데 지출은 되레 늘어나’

(시사캐스트, SISACAST= 김지영 기자)

 

@픽사베이
@픽사베이

의류 물가가 10여 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외식·가공식품 등 먹거리 물가가 여전히 높은 가운데 의류 가격까지 올라 서민들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나타내는 근원물가도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고물가 현상이 장기화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11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5%로 외환 위기 이후 최고치였던 7월(6.3%)에 비해 1.3%포인트 떨어졌지만,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도대체 물가가 떨어진 게 맞는지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농축수산물 가격이 안정되면서 전체 물가 상승률은 낮아졌지만, 옷부터 외식‧가공식품, 주거 관련 비용까지 ‘의식주’ 가격은 기록적인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외식이나 배달 줄였는데도 외식비 지출은 늘어나

@통계청 제공.
@통계청 제공.

주부 김모(44)씨는 “남편이 주는 월급은 그대로인데 물가가 너무 올라 시장 가는 것이 두렵다”라면서 “겨울이 돼서 아이들 외투를 하나씩 사줘야 하는데 옷값까지 올라 선뜻 사주지를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학교 1학년과 초등학교 3학년 자녀를 둔 대기업에 다니는 장모(47)씨 가족의 지난달 가계부는 40만원 각까이 적자가 났다. 식료품비와 외식비 등 먹거리 지출이 1년 전 135만원에서 지난달 173만원으로 40만원 가까이 늘어나 “시장 가기가 겁난다”고 했다. 아파트 관리비(전기료, 가스 요금 포함)와 주택담보대출 이자 등 주거 관련 지출은 같은 기간 170만원에서 252만원으로 80만원 이상 늘어났다.

늘어난 두 자녀의 학원비(100만원→150만원)와 신용카드 할부로 낸 재산세 등까지 통장에서 빠져나가자 돈이 모자라 마이너스통장 대출이 쌓였다고 했다. 장씨는 “작년 이맘때만 해도 대기업에 다니는 남편 월급까지 합쳐 매달 90만~100만 원씩 돈이 남아 저축을 하나 대출금을 미리 갚았는데, 올여름부터 적자 살림”이라며 “외식이나 배달을 줄였는데도 외식비 지출은 오히려 늘었다”고 했다.

11월 의류·신발 물가 상승률 5.5%↑…10년5개월만 최대폭

@패션포스트 제공.
@패션포스트 제공.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11월 의류·신발 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같은 달보다 5.5% 올랐다. 이는 2012년 6월(5.6%) 이후 10년5개월 만에 최대 폭이다. 항목별로 보면 의류 물가가 아동복·유아복(9.6%), 여성 의류(5.4%)와 캐주얼 의류(6.0%) 등을 중심으로 5.8% 올랐다. 의류 세탁·수선은 10.6% 올라 두 자릿수 상승률을 보였고, 신발도 4.0% 올랐다.

의류 물가의 상승은 최근 글로벌 공급망 차질에 따른 원재료 상승 압력이 반영되며 섬유제품 출고가가 올라간 영향으로 풀이된다. 물가 상승률은 지난 7월(6.3%) 정점을 찍은 뒤 지난달 5.0%를 기록하면서 하락세를 보이고 있지만 근원물가가 문제다. 근원물가는 국제유가 상승 등 공급 측면의 영향을 많이 받는 농축수산물과 석유류 등을 제외하고 산출하는 것으로, 물가의 추세적인 흐름을 보여준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근원물가인 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 지수의 상승률은 10월과 같은 4.8%로 2009년 2월(5.2%) 이후 가장 높았다. 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 근원물가 지표인 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 지수 역시 4.3% 올라 2008년 12월(4.5%) 이후 최대 상승폭을 보였다.

 “옷값 너무 올라 아이들 옷만 겨우 사줬다”

@유네미 제공.
@유네미 제공.

지난달 의류‧신발(세탁비 포함) 물가지수는 107.33(2020년을 100으로 본 상대적 지수)으로 1년 전에 비해 5.5% 올랐다. 2012년 6월(5.6%) 이후 10년 5개월 만에 가장 큰 오름폭이다. 11월 기준으로는 2011년(6.3%) 이후 11년 만의 최대 상승 폭이다. 통계청 관계자는 “옷감 재료인 면 등 원자재 가격이 올랐고, 주요 생산지인 중국의 인건비, 가공비가 크게 올라 의류 회사들이 최근 가격을 크게 올렸다”고 했다. 겨울철 수요가 많은 장갑은 18.7% 올랐고, 실내화(14.1%)와 청바지(11.1%) 등도 10% 넘게 올랐다. 

대학생 박모(23)씨는 “사고 싶은 옷이 있는데 옷값이 너무 올라 며칠째 보고만 있다”라면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데 버는 돈 보다 나가는 돈이 더 많아 시간을 늘려야 하나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주부 이모(45)씨도 “아이들이 쑥쑥 커서 옷을 사줘야 하는데 요즘 옷값이 너무 비싸서 인터넷에서 여기저기 사이트를 다 뒤져서 제일 저렴한 가격의 옷을 사준다”라며 “남편이나 내 옷은 못 사고 애들 옷만 겨우 사주는 형편”이라고 말했다. 

“내년 초까지 5% 수준에서 물가 상승률이 이어질 것”

@jtbc뉴스화면
@jtbc뉴스화면 캡처.

이처럼 근원물가가 고공행진하고 있는 건 개인서비스 오름세가 꺾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개인서비스 상승률은 6.2%로 10월(6.4%) 대비 소폭 둔화하는 데 그쳤다. 이 중 외식은 8.6% 상승했는데, 생선회(외식·9.0%), 공동주택관리비(5.3%), 구내식당식사비(5.5%) 등이 올랐다. 가공식품 역시 10월(9.5%)에 이어 지난달(9.4%)에도 높았다.

통상 경기가 둔화하면 수요 측 압력이 낮아져 근원물가가 하락하지만 그간 누적된 비용 인상분이 해소되지 않으면서 근원 품목, 가공식품 가격이 내려가지 않고 있다고 분석했다. 외식과 가공식품 등은 한 번 오르면 잘 떨어지지 않는 만큼 한동안 고물가 현상이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근원품목은 가격이 오르면 잘 떨어지지 않는 지속성이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이어 “내년 초까지 5% 수준에서 물가상승률이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시사캐스트]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