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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TALK] 배달 시장 침체 속 경쟁 과열... "다 같이 망하는 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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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TALK] 배달 시장 침체 속 경쟁 과열... "다 같이 망하는 꼴"
  • 이현주 기자
  • 승인 2022.12.26 15: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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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캐스트, SISACAST= 이현주 기자)

코로나19 팬데믹에 호황을 누리던 배달 시장의 기세가 꺾였다. 거리두기 해제 후 배달 수요의 감소로, 지난 3년간 몸집을 불려온 배달대행업체들은 정체기를 맞았다.

위기에 직면한 업체들, 이제는 성장 돌파구를 찾기 위해 출혈경쟁까지 불사하고 있다.

안양시 만안구 배달대행업체 만나플러스 김현근 지사장.
안양시 만안구 배달대행업체 만나플러스 김현근 지사장.

"과열된 경쟁의 폐해를 고발합니다" 

경기도 안양시 만안구 배달대행업체 만나플러스의 김현근(29) 지사장이 답답함을 호소했다. 

배달 시장이 침체된 가운데 몇몇 업체들이 독점적 지위를 갖기 위해 공수표를 던지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보통 업체는 가맹점과 배달 계약을 맺고 관리비를 받는 방식으로 운영됩니다. 저희가 30만 원으로 계약을 한 상태에서 타 업체가 5만 원을 제안하면 당연히 가맹점주들은 더 저렴한 업체를 선택하게 됩니다. 보통 입지가 좁은 업체들이 성장하기 위한 전략으로 터무니 없는 비용을 내세우는데, 그렇게 되면 배달업체 모두 살아남기 힘들어집니다."

파이는 한정돼 있고, 더 많은 양을 차지하려는 업체들의 기싸움은 매일같이 이뤄진다. 자신의 파이를 지키기 위해 욕설과 협박도 서슴지 않는다.

"가맹점 계약 문제로 업체 간 다툼이 종종 일어납니다. 가맹점과의 계약을 가져갔다는 이유로 타 업체에서 격분해 찾아오는 일도 있었습니다. 경력이 있고 규모가 큰 업체들은 신생업체들을 짓누르며 독점적인 지위를 유지하려 하는데, 이 또한 공정경쟁을 저해하는 일이라 생각합니다."

배달 속도는 업체 경쟁력을 좌우하고, 도로 위에서는 치열한 속도 경쟁이 펼쳐진다. 과속, 신호위반 등 도로 위 무법자가 되기도, 돌이킬 수 없는 사고의 희생자가 되기도 한다.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빨리빨리'를 외칠 수 밖에 없는 현실, 배달 노동자들의 삶에 짙은 어둠이 깔린다.  

"1년에 배달기사 1~2명이 사고로 세상을 떠납니다. 속도 경쟁으로 도로 위 안타까운 사고들이 많이 일어납니다."

배달 노동자들은 늘 시간에 쫓긴다. 오토바이 사고도 부지기수다. 사고는 때때로 감당할 수 없는 짐을 얹어주곤 한다.

"사고 처리 비용이 발생하면 고스란히 빚을 떠안게 됩니다. 나이가 어리거나 경제적 여유가 없는 기사님들이 많은데, 몇 백만 원이 청구되면 감당하질 못합니다. 결국 또 다시 일을 해서 빚을 갚아나가야 하니 돈이 모아지진 않고 악순환의 반복입니다."

배달 시장에서 경쟁은 불가피한 일이다. 김 지사장은 선의의 경쟁, 그리고 상생을 강조했다.

"배달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독식을 꾀하는 업체들이 있지만, 결국 살아남는 길은 '상생'입니다. 저희 업체도 경쟁업체와 때때로 도움을 주고 받으며 함께 성장해가고 있습니다. 가격경쟁은 모두가 망하는 길이고, 속도경쟁은 수명을 단축하는 길입니다. 서로 물고 뜯는 경쟁이 아닌, 우호적인 관계 안에서 선의의 경쟁이 이뤄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대책없이 가격을 내리는 업체들과 도로를 질주하는 배달노동자들. 승자 없는 치킨게임이 이어지는 가운데 몸살을 앓는 배달대행업체들이 늘고 있다. 치킨게임의 끝은 공멸. 끝이 보이기 전, 공생의 길을 마련해야 할 때이다. [시사캐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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