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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크맨의 카 라이프] 가족 차로 메르세데스-벤츠 EQE를 추천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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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크맨의 카 라이프] 가족 차로 메르세데스-벤츠 EQE를 추천하세요? 
  • 이병진 기자
  • 승인 2023.01.09 11: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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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캐스트, SISACAST= 이병진 기자)

 

사진=메르세데스 벤츠 제공

EQE는 메르세데스-벤츠가 내놓은 중형 전기 세단. 이른바 가족 세단 E-클래스의 전기차 버전이라 봐도 무방하다. 운전하기 적당한 차체와 그들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인 EVA2를 기반한 덕에 동급의 엔진 차보다 더 넓은 실내 공간을 품은 것만으로도 이미 가족 차로의 활용가치는 충분해 보인다. 하지만 정말 가족 전기 세단으로 EQE를 선택해도 후회가 없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대체로' 추천이다. 

작년 말 국내 출시한 EQE는 일단 단일 모델인 350+ 하나다. 파워트레인 구성은 뒷바퀴 차축에 모터 하나, 88.89kWh라는 넉넉한 배터리 팩을 차체 아래 촘촘히 깔아 넣었다. 덕분에 2.3톤이 넘는 헤비급 무게지만 국내에서 인증 받은 1회 충전 주행 가능거리는 최대 471km, 대부분의 실제 주행에서는 그 이상을 쉽게 달린다. 

사진=메르세데스 벤츠 제공

하지만 주행거리는 환경, 특히 날씨에 지대한 영향을 받는다. 배터리 관리 시스템이 제 아무리 좋다 해도 영하의 날씨가 연일 지속되는 국내의 혹한기 날씨 앞에서 배터리 효율은 떨어질 수 밖에 없다. 게다가 히터와 열선 시트 등 전기 저항을 활용해 열을 얻는 장치까지 켜고 달리면 주행 가능거리는 고무줄처럼 늘었다 줄었다 한다. 이는 아직까지 모든 전기차의 구조적 한계이니 이 모델만 탓 할 것은 아니다. 하지만 메르세데스-벤츠라는 브랜드의 이름값과 기술력, 그리고 볼륨 전기차 모델임을 감안하면 배터리 관리 시스템이 좀 더 치밀했으면 좋았겠다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EQE는효율성 챙기기가 무엇보다 중요한 전기차이기에 제1의 목표인 공기저항 줄이기에서 나온 디자인을 품었다. 물고기 또는 조약돌처럼 매끈한 차체는 마치 한 덩어리인 듯 부드럽고 날렵하고 유연하다. EQS보다 약간 작은 차체에 적용한 미끈한 디자인은 어색함의 정도가 EQS보다 덜하다. 하지만 막힌 앞 그릴과 실내 센터페시아에 작은 세꼭지별을 촘촘히 채워 넣은 것은 호불호가 갈릴 영역이다. 

사진=메르세데스 벤츠 제공

넓고 쓰임새 큰 실내 크기와 구성은 가족 세단으로 차고 넘친다. 휠 베이스가 무려 3120mm나 된다. 10세대 E-클래스(W213)와 비교해 180mm나 길어진 수치다. 실내 크기를 가늠하는 휠 베이스가 3m를 훌쩍 넘는 건 대형 엔진 차에서나 경험할 수 있었던 호사이자 사치다. 전기차 전용 플랫폼의 장점을 십분 활용한 EQE는 그렇게 고급 가족 전기 세단의 대명사 칭호를 붙여도 되겠다 싶었다. 

하지만 그러기엔 아쉬운 몇 가지 것들이 눈에 밟혔다. 일단 두 앞 좌석을 가르는 센터 터널이 과하다 싶을 만큼 크고 높다. 각각의 공간을 분리해 안정감을 주고 기존 엔진 모델의 느낌을 이어 가는 데는 장점이지만 전기차다운 공간 활용성이나 개방감 측면으로 보면 좀 아쉽다. 

사진=메르세데스 벤츠 제공

훌륭한 가족 세단이라 할 수 없는 단점은 뒷 시트에 있다. 각도 조절 되지 않는 뒷 시트 등받이 각도가 어정쩡해 몸을 편히 받아 감싸 앉지를 못한다. 자고로 가족 세단은 넉넉한 공간만큼 자세 편안한 뒷 시트가 중요한 법. 지인 여럿을 앉혀 봤지만 대부분 평이 흡족하지 않았다. 

EQE 350+는 뒷바퀴 차축에 전기모터 하나를 달고 최고출력 215kW(292마력), 최대토크 565Nm(57.6kgm)으로 뒷바퀴를 굴린다. 미니밴에 어울릴 듯 지름 큰 스티어링 휠의 록투록은 2.3회전. 지름을 감안하면 가족 차를 지향하는 평범한 핸들링 설정이다. 

가속페달을 지긋이 밟자 헤비급 차체도 지긋이 반응한다. 스위치를 켜듯 초반부터 터져 나오는 자극적인 전기차 감각 대신 변속기 톱니 바퀴를 물고 단수를 높여 달리는 엔진 차의 반응에 가깝다. 물론 엔진과 변속기가 없으니 매끈하고 정숙한 것은 기본. 가속페달을 급하게 다루거나 깊이 밟아도 여느 전기차처럼 급격하게 치고 달리지 않는다. 전기차 동승자들이 느낀다는 전기차 멀미는 걱정하지 않아도 좋을 세팅이다. 가족 세단으로 모터 출력 반응과 감각도 합격이다. 

사진=메르세데스 벤츠 제공

차분하고 부드러운 초반 가속감은 속도를 높여도 일관되고 일정하다. 차체의 가장 낮은 바닥 가운데에 가장 무거운 배터리를 품은 덕에 무게 중심은 낮고 안정적이다. 전기모터의 출력 표현이일정하고 일관적이다. 전기차의 출력 감각이 이 정도로 자연스럽고 안정적일 수 있을까 싶을 만큼 훌륭하다. 57kg.m가 넘는 토크를 언제든 자유자재로 내보이는 전기차답게 힘 부족은 느껴지지 않는다. 여기까지 가족 세단으로써 합격이다. 

아쉬움은 하체감각에서 드러난다. 사실 일반적인 기준에서는 아쉬움 없는 하체다. 하지만 가족 차에서 뒷좌석 승차감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기본적으로 묵직하고 부드럽고 나긋한 승차감은 기존 메르세데스-벤츠가 보여주는 고급스러운 질감이다.

하지만 요철이나 지저분한 노면을 달리면 잔 충격이 실내로 제법 선명하게 전해진다. 배터리 품은 무거운 전기차들이 해결할 수 없는 구조적 난제를 고급 모델들은 에어 서스펜션 등으로 해결하지만 EQE는 에어나 전자식 서스펜션을 적용하지 않았다. 기존의 댐퍼와 스프링 세팅으로 하체를 완성한 탓에 다소 단단하고 딱딱한 마무리까지 완벽히 지워낼 수 없었던 것이다. 

사진=메르세데스 벤츠 제공

EQE를 가족 전기 세단으로 추천하느냐는 물음에 ‘대체로’ 그렇다는 답을 내렸다. 볼수록 매력적인 디자인, 겉모습보다 넓은 실내, 꼼꼼하게 보면 급과 가격에 어울리지 않게 저렴한 플라스틱이 이따금 아쉽지만 대체로 좋은 소재, 브랜드 이름 값하는 치밀한 완성, 뒷좌석에까지 넣어 둔 열선 시트, 스티어링 휠 뒤 시프트 패들로 조작하는 회생 제동, 부메스터 오디오와 선명하고 터치 감각 훌륭하며 직관적인 인포테인먼트 등 장점은 차고 넘친다. 

완벽히 편안하지 않은 뒷시트 구조와 끝마무리가 다소 거친 승차감을 제외하면 고급 가족 전기 세단으로 EQE는 흠잡을 곳이 없다. 앞서 언급한 아쉬운 부분들은 누군가 에게는 치명적일 수도, 또는 별 게 아닐 수도 있다. 최종 선택은 언제나 당신의 몫으로 남는다. [시사캐스트]

 

 

자동차 전문 칼럼니스트 크크맨(이병진)
자동차 전문 칼럼니스트 크크맨(이병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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