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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트렌드] 달라진 결혼풍속도, 거품 없는 실리주의 대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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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트렌드] 달라진 결혼풍속도, 거품 없는 실리주의 대세
  • 김지영 기자
  • 승인 2023.01.12 13: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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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신부보다 30대 신부가 많고 연상연하 커플도 늘어나

(시사캐스트, SISACAST= 김지영 기자)

 

@깨소금웨딩 제공.
@깨소금웨딩 제공.

요즘은 결혼식장에 가게 되면 20대 신부보다 30대 신부를 더 많이 볼 수 있다. 과거에는 20대를 결혼 적령기로 생각했지만, 이제는 옛말이 됐다. 10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2021년 혼인 건수는 19만3천건으로 이중 아내가 초혼인 경우는 15만7천건이었다. 이와 함께 결혼식의 규모도 크고 화려한 것보다는 작지만 기풍 있고 고급스럽게 하기를 원하는 예비부부들이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결혼식은 엄숙하고 숭고해야 한다는 고정관념 무너져

@롯데호텔 제공.
@롯데호텔 제공.

코로나19가 잠잠해지고 있는 요즘 결혼식에도 양극화 바람이 일어나고 있다. 코로나19가 한참 유행할 당시 수시로 변하는 정부의 방역 정책과 감염병의 확산을 막기 위해 제한된 하객 수는 자연스럽게 ‘소규모 웨딩’으로 이어졌다. 어렵게 식을 치러야 한다는 억울함은 고급스러운 예식으로 대신하겠다는 보상심리로 대체됐다. 실속을 챙기면서 특별한 결혼식을 올리려는 신랑 신부의 행보도 계속됐다.

한 웨딩플래너는 “3년 전과 비교해 가장 달라진 것은 기성세대의 인식”이라며 “결혼 적령기가 늦어지면서 경제적 독립을 이룬 신랑 신부가 주도권을 갖게 됨에 따라 결혼식은 엄숙하고 숭고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무너지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초 결혼을 한 김모(37)씨는 “코로나19로 계획했던 결혼식보다 6개월 정도 미뤄서 식을 올렸다”라며 “그때는 마음이 힘들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코로나19가 좋은 방패가 됐다”고 말했다.

그는 “직장인들에겐 친하지도 않은데 휴일에 쉬지 못하고 예식장에 가는 것 자체가 소모적인 행동”이라며 “우리의 경우 어린 나이도 아닌데 시끄럽게 결혼한다고 떠들기보다는 소규모로 결혼식을 진행했고 우리가 직접 쓴 손 편지로 청첩장을 대신해 많은 축하를 받았다”고 덧붙였다.

남녀 평균 초혼 연령, 30년 전보다 5∼6세 높아져

@듀오 제공.
@듀오 제공.

초혼의 연령대도 바뀌었다. 연령별로 여성의 초혼을 분석해 보면, 30대에 결혼한 경우가 7만6천900건(49.1%)로 절반에 육박했다. 그다음으로는 20대 7만1천263건(45.5%), 40대 6천564건(4.2%), 10대 798건(0.5%), 50대 724건(0.5%) 등의 순서였다.

30대 여성의 초혼 혼인 건수가 20대 여성을 추월한 것은 1990년 통계 작성 이래 처음이다. 1990년에는 20대 여성의 초혼 건수가 33만3천건으로 30대 여성(1만9천건)의 18배에 달해 압도적으로 많았다. 2000년에는 20대 여성의 초혼 건수(24만1천건)가 30대 여성(3만1천건)의 약 8배였다. 2010년에는 20대 여성의 초혼 건수가 17만3천건으로 30대 여성(8만5천건)의 약 2배였다.

이처럼 20대 여성의 결혼은 줄고 30대 여성의 결혼은 늘면서 점점 격차가 줄어들더니 재작년에는 역전에 이른 것이다. 남성의 경우 이미 2005년에 30대의 초혼 건수(12만1천건)가 20대(11만9천건)의 초혼 건수를 넘어섰다. 남성 역시 1990년에는 20대에 첫 결혼을 한 경우(28만9천건)가 30대(7만2천건)보다 훨씬 많았으나 점차 결혼 연령대가 높아졌다. 2021년에는 30대 남성의 초혼 건수가 9만9천건(61.7%)으로 20대 남성(4만4천건·27.6%)의 2배를 웃돌았다.

40대 남성의 초혼 건수는 1만5천건(9.0%)이었다. 재작년 평균 초혼 연령은 여자 31.1세, 남자 33.4세로 집계됐다. 1991년에는 여자 24.8세, 남자 27.9세였는데 30년 만에 각각 6.3세, 5.5세 높아진 것이다.

“작지만 특별하고 더욱 고급스럽게” 

@메이필드 호텔 제공.
@메이필드 호텔 제공.

웨딩 업계 관계자들은 “코로나 이후 최근 결혼을 준비하는 예비 신랑 신부는 식의 규모는 작더라도 특별하고 고급스럽게 하기를 원한다”라며 “식의 규모가 작아졌다고 예산까지 줄어든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초창기의 트렌드였던 스몰웨딩이 허례허식을 생략하고 가까운 지인들과 함께하는 행사였다면, 최근의 스몰웨딩은 ‘프리미엄’에 방점을 찍는 모습이다.

신라호텔과 워커힐호텔에서의 결혼식은 럭셔리 웨딩을 꿈꾸는 신혼부부의 로망이다. 주로 유명 연예인이나 재벌가 자녀들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특급 호텔 예식은 수천만원에서 1억원에 달하는 고가의 가격에도 예약이 쉽지 않다. 호텔 측에 따르면 주요 시간대의 웨딩은 올해 상반기까지 모두 마감됐다.

프리미엄 스몰웨딩으로 유명한 강남의 한 웨딩홀은 일찌감치 올해 하반기까지 예약이 불가하다고 공지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예비부부들이 주로 활동하는 온라인 카페에는 “상견례보다 식장을 먼저 잡아야 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예비부부들은 “이제는 누군지도 모르는 하객들로 채워진 식장에서 후다닥 식을 끝내는 형식적인 결혼이 아닌 내가 아는, 진심으로 나의 결혼을 축하해 줄 지인들을 초대해 대접하는 결혼식을 꿈꾼다”고 전했다.

최대한 깔끔하면서도 기풍 있는 결혼식이 좋아

@아펠가모 제공.
@아펠가모 제공.

지난해 말 결혼을 한 정모(33)씨는 “소수 정예의 하객들만 초대해 식사와 답례품도 고급스러운 것을 준비해 드렸다”라면서 “크게 호불호가 없는 고가의 와인을 하객들에게 선물했다”라고 말했다.

그는 “오래도록 기억에 남고, 정성스럽게 준비한 자리라는 점을 보여주고 싶어 최대한 깔끔하면서도 기풍 있게 결혼식을 치뤘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결혼 트렌드가 바뀜에 따라 웨딩 업계의 움직임도 분주하다. 고급 예식 브랜드 아펠가모 측은 “기존 성스럽고 엄숙하던 신부 대기실에 플랜테리어와 플라워 콘셉트의 인테리어를 접목해 차별화된 공간을 연출하는 것은 물론 품격 있는 연회를 선보일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시사캐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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