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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통령, 무릎 꿇린 ‘길자연’…MBC 취재 중단 지시 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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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통령, 무릎 꿇린 ‘길자연’…MBC 취재 중단 지시 파문
  • 이상희 기자
  • 승인 2011.03.07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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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자연 “송구하다”…MBC 무릎 기도 취재 중단 지시 파문

정치권 안팎에서 보수 개신교의 비정상적 성장에 따른 권력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종교의 발전 방향은 그 사회의 발전 양상과 닮는다는 사회학의 기초 이론을 들지 않더라도 한국 보수 개신교에 대한 비판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유신정권 이후 한강의 기적이라고 불릴 만큼 급성장한 한국 경제와 마찬가지로 한국 보수 개신교도 이 시기에 급격한 양적 성장을 이뤘다. 독재정치는 종교를 통해 국민의 반발심을 무마시켰고 종교는 정부와 가깝게 지내며 교세의 보호를 받았다.
 

실제 국가조찬기도회는 지난 1966년 고 김준곤 목사가 세운 학생선교회(CCC)라는 보수교단에서 처음 시작됐고 지금의 대형교회 목사 중 일부는 군부독재 시절 조찬기도회에서 독재자들을 위해 기도했다.

그 당시 민주화 운동을 했던, 수많은 이들이 피를 흘리는 상황에서 그들이 ‘하나님의 뜻대로, 하나님의 나라가 되게 하소서’라고 한 기도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여전히 의문으로 남는다. 일부 진보적인 학자들이 당시 국가조찬기도회에 참석한 목회자들을 어용 종교인이라고 비판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독재정권과 함께 성장한 보수 개신교는 지금도 ‘친미주의적-반공주의적’ 태도를 버리지 못한다. 이명박 정부 출범 초기 미국산 쇠고기 반대 시위를 놓고 보수 대형교회 목사들이 주도한 촛불시위 반대 기도 집회는 그들의 모호한 정체성을 증폭시켰다.

이명박 정부 출범 초부터 시작된 종교편향성 논란은 지난 3일 제43회 국가조찬기도회에서 정점에 달했다. 이날 장로 대통령인 이 대통령과 권사인 김윤옥 여사가 무릎을 꿇은 채 ‘통성기도’를 했다. 물론 그 자리에 참석한 여야 정치인 모두, 무릎을 꿇었다.
 
그 당시는 조용기 여의도순복음교회 원로목사의 ‘대통령 하야 발언’, 길자연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대표회장의 국회의원 ‘낙선 운동’ 발언이 있은 직후였다. 파문이 일자 길 목사는 6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국민에게 송구하다”며 한발 물러섰다. 또 하야발언으로 물의를 빚었던 조 목사도 “그런 뜻이 아니었다”며 해명했다.

그러나 여전히 국민들은 이슬람채권법을 두고 대통령 하야 발언까지 한 보수 개신교가 대통령을 무릎 꿇게 함으로써 국가행정부 수반을 굴복시키려는 의도가 있었던 것은 아닌지,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목사 출신인 강명순 한나라당 의원은 7일 PBC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이석우입니다>와의 인터뷰에서 이와 관련, “이것은(이 대통령의 무릎 기도) 나라 사랑이다, 정말 사사건건 이렇게 자꾸만 부정적으로 하지 말고…(이명박) 대통령의 무릎은 국민들 것이라고 하지만, 이전에 하나님의 것”이라며 여전히 이 대통령의 무릎 기도에 긍정적인 해석을 내놓았다.

문제는 이 대통령의 무릎이 국민의 것이냐, 하나님의 것이냐가 아니라 목적과 수단을 혼동하는 목적전치현상이 만연된 보수 개신교의 자화상이 그대로 드러났다는 점이다.

종교자유정책연구원(공동대표 박광서)은 논란 직후 “대통령을 무릎 꿇게 하는 것은 자신들의 종교적 신념만이 최고라는 배타성을 넘어, 이제는 아예 종교가 정치위에 군림하겠다는 오만함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뿐만이 아니다. 소망교회 사태를 취재하던 <MBC> PD수첩 최승호 PD가 대기발령을 받은 가운데, 국가조찬 기도회 무릎기도 사건 취재가 국장지시로 중단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7일 MBC 시사교양국 PD들의 성명발표에 따르면 윤길용 시사교양국장은 ‘이명박 대통령의 국가조찬기도회 무릎 기도’사건을 취재하지 말라는 지시를 내렸다. 7일 오전 현재 이에 반발한 평PD들은 피켓시위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보수 개신교는 정치개입을 통해 양적성장에 반하는 법률안을 무력화시키고 비판 언론에 대한 편성권에 개입, 헌법이 규정한 정교분리 원칙을 스스로 훼손하고 있는 셈이다.

보수 개신교가 한국 사회에 남긴 긍정적인 요소를 간과할 수는 없다. 하지만 ‘유일신 사상’을 통해 개신만이 최고라는 ‘최고주의’, 대한민국의 모든 일은 하나님의 개입이라며 비민주적인 행태를 정당화시키는 ‘신비주의’, 복의 근원은 하나님이라는 성경구절을 들어 교회의 양적성장과 성도들의 엘리트주의를 정당화하는 ‘기복주의’ 행태가 비(非)개신교인들에게 어떤 눈으로 비춰질까.

누군가에게 보이기 위한 기도는 바리새인들이나 했던 하나님의 진노를 부르는 행위이며, 목적을 위한 기도는 그 자체가 우상숭배라는 것을 그들 스스로 거부하는 것은 아닌지, ‘조용기-길자연’ 목사 등 보수 개신교의 향후 행보에 국민들의 눈길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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