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4-03 15:37 (금)
철두철미한 삼성, “놀라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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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두철미한 삼성, “놀라워라”
  • 박정아 자유기고가
  • 승인 2008.01.24 12: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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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수수색만 요란…‘조직적 증거인멸’ 논란
삼성간부 모두 출석거부…‘수사 차질’ 우려
특검팀, 계좌 추적에 기대… 낙관은 ‘글쎄’

삼성에 대한 대대적인 압수수색이 시작됐지만 역시나 아직까지 뚜렷한 성과를 올리지 못하고 있다. 이틀에 걸친 조준웅 특검팀의 삼성그룹 대상 전방위 압수수색이 기대 이하의 성과를 거둔 것으로 알려지면서 삼성 전·현직 임원 명의 차명의심계좌 추적이 이번 수사의 성패를 좌우할 전망이다.

비자금 수사에서 물증을 확보할 수 있는 중요한 두 축 가운데 하나인 압수수색이 사실상 실패함에 따라 특검팀으로서는 계좌추적에 집중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계좌추적 영장 발부를 놓고 특검팀과 법원 간의 입장 차가 감지되면서 수사계획에 차질이 생길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특검팀이 초반부터 단기간에 여러 곳을 압수수색하는 `속도전’을 펼쳤지만 결국 성과는 없었던 셈. 이미 삼성측이 사전에 각종 증거들을 없애거나 숨겨 특검팀이 새로 건질만한 소득이 별로 없을 거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삼성측은 검찰 수사에 대비해 오래 전부터 중요 자료를 빼돌리거나 폐기해 왔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직원들을 동원해 자료를 폐기하는 모습이 여러 번 포착되기도 했다. 물리적 차원이기는 하나 전날 압수물 분량이 서류가방 몇개에 모두 담을 정도였다는 점도 이 같은 관측에 설득력을 더해준다.

특검팀이 동시다발적인 압수수색을 진행한 것도 `증거인멸이 예상된다’는 이유 보다는 `이젠 증거가 얼마 안 남았다’는 판단이 더 크게 고려된 게 아니냐는 분석까지 돌고 있다.

이 회장의 이태원동 자택을 전날 인근 개인 집무실인 승지원과 함께 뒤지지 않고 이날에야 압수수색한 점도 `수사 효율성’의 측면에서 쉽게 납득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이 회장 자택 압수수색은 결국 `증거 확보’ 보다는 `대 삼성 압박카드’이거나 `할 만큼은 한다’는데 의미를 둔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반면 특검팀의 압수수색 성과를 마냥 비관적으로만 바라볼 필요가 없다는 관측도 있다. 단 한번도 수사당국의 발길이 닿지 않았던 곳을 압수수색한 만큼 기대 외의 소득을 올렸을 수도 있고 그렇지 않더라도 특검팀의 수사 의지만큼은 분명히 보여준 게 아니냐는 해석이다.

◇비밀금고 없었다…삼성 조직적 인멸 확인

결국 삼성이 특별검사팀의 수사에 대비해 조직적으로 증거를 인멸해온 흔적이 확인되고 있다. 김용철 변호사가 주장했던 삼성의 비밀금고 역시 현재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조준웅 삼성 특검팀은 “삼성 본관 27층에 비밀금고는 없었다”며 “사무실 구조가 많이 달라져 있다”고 밝혔다. 또 이학수 부회장의 ‘안가’라고 불리는 태평로 빌딩 사무실의 구조 역시 바뀌어져 있었다고 덧붙였다. 특검팀은 “삼성에서 압색을 대비해 상당히 준비를 했다고 들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특검은 형법상 증거인멸은 통상 다른 사람의 형사 사건에 대해 증거인멸을 시도하는 것이기 때문에 논란이 있을 수 있다며 물건을 치우고 한 건 넓은 의미에서 증거인멸에 해당될 수 있지만 법적인 의미로는 곤란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이틀 동안 삼성 이건희 회장의 집무실과 자택, 그룹의 심장부인 전략기획실 등에 대해 강도높은 압수수색을 벌인 특검팀은 압수물 분석에 집중하고 있다.

압수물 대부분은 컴퓨터 작업 파일 등으로 보인다. 윤정석 특검보는 어젯밤 10시쯤 압수수색이 모두 끝났다며 “컴퓨터를 수색하다 보니 하루 종일 작업해도 디스크 한 장으로 나올 수 있으니 외부적으로 보이는 양은 중요하지는 않다”고 밝혔다.

윤 특검보는 이어 “한두 번의 압색으로 결정적인 증거물이 나올 수 있느냐. 그런 것은 어렵지 않나 하는 생각이다. 그동안 상당히 수사가 진행돼온 사건이고, 다른 곳에서도 압색을 했으니, 한두 번의 압색을 통해 결정적인 증거 자료가 나오길 기대하긴 어렵다고 봐야 한다”며 필요에 따라 추가 압수수색이 있음을 시사했다.

압수수색이 성과보다는 이건희 회장이 목표라는 상징적인 의미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상징을 위해서 압색하는 것은 수사 목적이 아니다. 단순히 상징성을 보이기 위해서만 했다고 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삼성 간부들 모두 출석거부… ‘수사 차질’ 우려

삼성 비자금 의혹을 수사하고 있는 조준웅 특별검사팀의 윤정석 특검보는 17일 오후 한남동 특검팀 브리핑에서 “참고인들이 계속 출석을 거부한다면 특검 수사 진행에 약간의 장애가 될 수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윤 특검보는 이날 “참고인들에게 직접 출석을 요구할 수 있고 삼성 임원의 경우 삼성측 변호인 2명을 통해 요구할 수 있는데 지금까지 (출석을 요구받은 참고인들 중) 조사받은 사람은 없다”며 이렇게 말했다.

특검은 지난 15일 성영목 신라호텔 사장을 비롯한 삼성 계열사 임원 4~5명에게 출석을 요구했으나 오늘(17일) 오후까지 참고인들이 출석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 중 성 사장은 변호인을 통해 업무상 이유를 들어 소환 일정을 연기해줄 것을 요청한 상태라고 특검은 밝혔다. 그러나 나머지 임원들이 출석하지 않은 이유는 밝히지 않았다.

지난 14~15일에 걸쳐 특검은 삼성 그룹의 ‘성지’라 일컬어지는 승지원부터 삼성 본관 전략기획실을 전격 압수수색했다. 그러나 특별한 성과를 거두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참고인 소환을 통한 진술확보는 특검에 있어 앞으로 전개될 수사의 핵심으로 떠올랐다.

특검팀은 이를 위해 우선 검찰 수사 과정에서 여러 개의 차명의심계좌를 보유한 것으로 드러난 삼성 임원들을 우선 소환키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5일 성 사장과 금융계열사 임원 4~5명에게 출석을 요구했고, 조만간 배호원 삼성증권 사장도 소환할 예정이다.

이날 윤 특검보는 “참고인들이 소환에 불응하거나 계속 연기할 경우 ‘동행명령권’을 사용할 용의가 있느냐”는 질문에 “그 점은 충분한 검토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답했다.

한편, 특검팀은 차명의심계좌 추적 등 비자금 조성과 관리 과정을 추적 중이다. 또 에버랜드 전환사채 저가발행 사건 등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에 대해서도 수사 자료들을 검토하고 있다.
 
윤 특검보는 “특본의 계좌추적자료 이후에도 영장을 발부받아 계속 계좌추적을 하고 있다”며 “에버랜드 사건과 관련된 재판기록과 수사기록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계좌추적이 ‘열쇠’

특검팀은 삼성 본관과 이건희 회장의 자택과 집무실, 핵심 임원들의 자택, 전산센터 등에 대한 압수수색에서 확보한 메모지, 수첩과 e메일 등 전산자료를 분석 중이다.

그러나 압수수색에 나섰던 수사관들이 빈손과 다름없는 상태로 복귀한 데다, 현금과 상품권 등 삼성 비자금이 보관돼 있을 것으로 추정했던 본관 27층의 ‘비밀금고’도 발견되지 않아 사실상 실패한 압수수색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특검팀은 이에 따라 검찰특별수사·감찰본부로부터 넘겨받은 1000여개의 차명의심계좌를 집중 분석하는 한편, 특본이 미처 손대지 못했던 연결계좌 추적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특검은 우선 이미 확보한 계좌를 분석해 자금 흐름을 살핀 후 비자금 조성에 관여한 핵심인물과 역할 등을 밝혀내고 관련자 본격 소환에 들어간다는 방침이다. 특검팀이 연결계좌 추적에 나설 경우 조사 대상이 되는 삼성의 전·현직 임직원과 계좌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이와 관련, 검찰 관계자는 “검찰에서 이미 차명의심계좌를 상당수 확보한 만큼 특검은 연결계좌를 들여다볼 수 있는 시간을 벌었다”며 “계좌추적 압수수색 영장과 소환 대상자도 크게 늘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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