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번아웃과 싸우는 누군가를 위한, 벼랑 끝 승부사가 건네는 내면 반전 프로젝트 '下편'
(시사캐스트, SISACAST=양태진 기자)
감정의 소용돌이에 휘말릴 때, 의식을 공중의 열기구처럼 띄워 무엇이든 작아보이도록 상상, 웬만한 문제도 사소히 느껴볼수 있도록 하는 '위로 떠오르기 기법' 외에도
뼈아픈 실책의 기억에서 감정을 걷어내는 '할리우드식 영화관 시각화'를 이 책 '내면 근력'은 이어 소개하고 있다. 실패의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이들을 위해 10년간 다듬어졌다는 이 기법은, 뼈아픈 실책과 수치스러웠던 기억들을 머릿속으로부터 마치 흑백 무성영화의 한 장면처럼 재생시킴으로 감정의 찌꺼기를 털어낼 수 있다라는데,
그에 관한 지시 절차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1. 눈을 감고 영화관을 상상하라.
2. 그 영화관에 들어가 텅 빈 객석 한가운데 앉는 자신을 상상하라. 그리고 몸에서 빠져나와 극장 뒤편의 영사실로 들어가는 상상을 하라.
3. 영사실 안에서 눈 앞 유리창에 손을 대본다. 차가운 감촉을 느끼며 객석에 앉아 있는 자신을 내려본다.
4. 이제 영사기를 켠다. 극장 스크린에 감정을 걷어내고 싶은 상황의 흑백 영상이 흐르고, 객석에서 영상을 보는 자신을 내려 보라.
5. 영상을 다 보고 나면, 재생 속도를 올려 다시 튼다. 처음엔 2배속으로, 그 다음엔 4배속, 그다음엔 8배속. 이동안 자신은 내내 영사실의 유리창 뒤에서 이를 모두 지켜보고 있다.
6. 다시 자기 몸으로 돌아가라. 그리고 자리에서 일어나 화면으로 걸어들어가라. 사건의 마지막 장면에 등장하는 자신이 되는 것이다. (이하 생략)
헌데 이 와중에 주목할 점은, 이러한 기술들이 일상의 틈새에서 제대로 다스려질 수 있으려면, 평소 필수적인 기술 하나를 습득해놔야한다고 주문한다. 그것은, 부드럽고 적당한 이완과 날카로운 집중을 - 이완된 상태에서 집중하는 '부드러운 집중'도 포함 -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것이라는데,
테니스 선수가 서브와 서브 사이의 짧은 틈 사이에서 호흡을 고른 채로 이완과 집중 사이를 오가듯, 그리고 PGA* 선수가 순간순간 정교한 시각화 의식을 통해 우승컵을 거머쥐듯이 말이다.
* PGA(Professional Golfers' Association·미국프로골프협회): 세계 최고 수준의 남성 프로 골퍼들이 모여 기량을 겨루는 권위 있는 프로 골프 투어 기구. 스포츠 영역을 넘어, 각 분야에서 '가장 치열하고 엄격한 프로들의 최상위 리그'를 상징하는 대명사로도 빗대어진다.
이외에도, 결정적 순간에 폭발적인 집중력을 이끌어내는 오감의 '앵커(Anchor)'나, 스스로의 한계를 넘어 평정심을 유지할 수 있는 자기 절제의 뇌과학적 원리 등은, 읽는 이로 하여금 당장 나만의 일상에 대입해 시험해보고 싶을 만한 지적 충동을 불러일으킨다.
상상해 보라. 매일 아침 지옥철의 소음에 시달리며 회사의 모니터 앞에 털썩 주저앉는 한 평범한 직장인. 그의 쳇바퀴 같은 일상이 만성적인 피로와 슬럼프에 갇힌 채, 남들의 승진 소식과 SNS로 쏟아지는 화려한 성공 담론에 치여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른 것도 모자라 거듭되는 업무 실책은 물론,
퇴근한 뒤에도 소파에 파묻혀 의미 없는 TV화면만 넘기며 마음이 더 쪼그라드는 만성적 번아웃에 갇힌 그때,
이 책이 쥐여주는 단단한 렌즈를 일상에 덧대기 시작한다면 과연 어떠한 일이 벌어질까.
침대 머리맡에 이 책을 두고 매일 잠들기 전 감사를 헤아리면서도, 출근길은 물론, 회의실 문을 열기 전 1분 동안 숨을 고르며 '부드러운 집중'에 시동을 건다. 그리고는 마음속 '오감의 앵커'를 작동해 주변의 냉소와 날 선 평가를 원천 차단해 낸다.
어느덧, 지난달의 쓰라린 실패가 불쑥 고개를 쳐 들 때면, '할리우드식 영화관'의 영사기를 돌려 감정의 얼룩을 흑백 화면 저편으로 담담히 흘려보내고는, 더이상 타인의 인정을 구걸하듯 매달리지 않고 결과의 두려움 대신, 오늘 내 몫으로 주어진 과업 자체를 사랑할 줄 아는, 굳건한 내면의 심지를 확실히 다잡아내는 것.
이러한 변화는 거창한 기적의 탈을 쓰고 오지 않는다. 어제까지 자신을 짓누르던 패배감의 무게가 서서히 털어내지면서 식어버린 일터의 책상 위로, 전에 없던 맑은 눈빛이 묵묵히 펜을 잡아쥐는 스스로를 느껴가는 것이다. 이러한 거대한 파동은 아주 조용한 가운데에서 아주 조금씩, 그 누구도 알아차리지 못하는 가운데에서 찾아오는 법이니까.
그렇다면 이제껏 우리는, 얼마나 많은 나날을 맘대로 조절할 수도 없는 타인의 평가와 아직 오지도 않은 결과라는 미래에 저당 잡혀 살아왔던가. 이에 이 책 '짐 머피'의 손끝에서 벼려진 세밀한 테크닉들은, 우리에게 그러한 후회가 더할나위 없는 소중한 깨달음의 원천으로 작동할거라 나지막이 일러주고 있다.
그리고 그러한 감정의 폭풍우 속으로 무작정 휘말려 들어가는 대신, 스스로 한 걸음 빠져나와 나를 제대로 응시할줄 아는 힘. 그 정갈한 '거리 두기'야말로 일상의 소진을 막아세우는, 가장 확실한 내면의 방호벽이 될 것이라면서 말이다.
두개골이 부서지는 참사를 딛고 다시 물살을 가르며 세계 1위에 오른 수상 스키 점프 챔피언의 서사는 결코 저 먼 이국의 스타들에게만 허락된 신화가 아니다.
타인의 시선이라는 감옥에서 걸어 나와 오늘 하루 내 안의 탁월함을 온전히 대면하기로 결심한 순간, 쳇바퀴 같던 우리의 평범한 일터와 일상 역시, 기적 같은 반전이 피어나는 가장 숭고하면서도 짜릿한 훈련장으로 다시 태어나는 법이니까.
사실 우리가 발딛고 선 이 세상은, 승자와 패자라는 야만적인 이분법으로 가득 차 있는 것 같아도 꼭 그렇지만은 않다. 아니 적어도, 이 책의 저자 '짐 머피'의 논리에 따르면, 전혀 그럴 수 조차 없는 세상이다.
남을 밟고 올라서야만 살아남는다는 제로섬의 공포, 그리고 한 번의 낙오가 인생의 영구적인 실패로 낙인찍히는 이 사회적 조급증 속에서 우리는, 늘 불안이라는 연료로 하루를 연명해온 것이건만,
'짐 머피'는 전설적인 미식축구 감독 '프로스티 웨스터링'의 입을 빌려, 승리에 대한 세간의 정의를 완전히 뒤엎는 질문을 던진다.
세상이 환호하는 트로피를 손에 쥐었더라도, 자신의 최고점에 닿지 못했다면 그것을 과연 온전한 승리라 부를 수 있는가, 반대로 경기에서는 졌을지언정 자신의 잠재력을 극한까지 쏟아부었다면, 그것이 어찌 패배일 수 있겠는가 라는 물음.
남을 짓밟고 일어서는 세속적 승리가 아닌 나만의 내면 깊은 곳에서 두려움 없이 차오르는 온전한 평정심과 영혼의 자유로 인한 승리만이, 진정한 삶에서의 승리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무조건적인 사랑엔 두려움이 없다. 지금 하는 일이나 스포츠, 자기 자신, 경쟁 상대를 무조건 사랑할 때 긍정적이고 두려움이 없는 에너지가 내면의 깊은 곳에서 공명한다. ...(중략) 고통을 함께 나눌 마음의 준비가 됐을 때 비로소 그 영광 또한 함께 나눌 수 있는 법이다."
- p.272
그리고는 이어 이 책이 안내하는 가장 파격적인 경지는 바로, '적수(경쟁 상대)를 사랑하는 법'이다. 나를 무너뜨리려 달려드는 상대를 증오와 시기의 대상이 아닌, 내 안에 잠들어 있던 극한의 탁월함을 밖으로 끌어내 주는 거울이자 필연적인 동반자로써 껴안는 태도.
상대를 이기겠다는 집착에 사로잡히는 순간 시선은 아직 오지 않은 불확실한 미래로 흩어진다. 하지만, 눈앞의 경쟁자를 깊이 존중하고 승부의 과정 자체를 사랑할 때의 정신은 오롯이, '지금 여기'라는 찰나의 몰입 속으로 수렴하기 때문에 결국, 진정한 내면의 승리란 타인을 쓰러뜨려 증명하는 지배력이 아니라, 결핍과 비교라는 에고의 감옥을 박차고 나와 나 자신이 닿을 수 있는 가장 숭고한 본모습을 벼려내는 일인 것이다.
우리는 어쩌면, 타인을 이기기 위해서가 아닌, 타인의 시선에 굴복하지 않기 위해 오늘도 끝없는 피로의 트랙을 달리고 있는 것일지 모른다. 당신이 그토록 필사적으로 좇고 있는 그 승리란, 진정코 당신의 영혼을 살찌우는 참된 결실인지 아니면, 세상이 파놓은 인정의 덫에 걸려 제 살을 깎아 먹는 눈먼 질주에 불과한 것인지, 제대로 한 번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
이에 결국, 이 책의 마지막 장을 덮을 때쯤이면 우리는 비로소 무엇 하나만큼은 꼭 깨달을 수 있을지 모른다. 흔들리는 손끝을 다잡은 채로 (우승을 가를) 1.8미터의 퍼트를 성공시키는 골퍼의 손길처럼, 각자의 거친 일상에서 저마다의 방패를 굳건히 세우는 힘은 언제나 바깥 힘이 아닌 내 안의 근력에서 길어 올려진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럼 다음 정거장으로 나아갈 당신의 내면 한구석에, 어찌 보면 세상 어떤 방패보다도 단단한 지침서로써의 이 책을 묵직하게 얹어두길 권한다. [시사캐스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