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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도로 땅굴 파내 기름 162만ℓ 빼낸 일당 검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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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도로 땅굴 파내 기름 162만ℓ 빼낸 일당 검거
  • 민소진 기자
  • 승인 2016.02.03 12: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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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달간 휘발유 등 161만9100ℓ, 22억 원 상당 빼돌려

(시사캐스트, SISACAST= 민소진 기자) 70m 길이의 땅굴을 파 송유관에서 162만ℓ의 기름을 훔친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고속도로를 관통한 땅굴 도유사건은 이번이 처음으로, 송유관 폭발 등 자칫 대형사고로 이어질뻔한 위험천만한 상황이었다.

3일 서울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경부고속도로를 횡단하는 땅굴을 파 송유관에서 기름을 훔쳐 판매한 일당을 검거해 송유관안전관리법 위반 및 특수절도 혐의로 정모(44)씨 등 4명을 구속하고 박모(28)씨 등 2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정씨 등은 지난해 5월부터 11월까지 6개월간 충북 청주시 흥덕구 옥산읍 오산리 경부고속도로 인근 송유관에서 기름 161만9100ℓ를 훔친 혐의를 받고 있다. 훔친 기름은 경기·충청권 주유소에 시세보다 저렴한 21억9000여만원에 처분했다.

이들은 송유관에서 100m 떨어진 고속도로 바로 옆 컨테이너 창고를 빌려 땅굴을 파기 시작했으며, 고속도로를 관통하는 땅굴이 완성된 뒤부터는 송유관에 고압호스를 연결해 하루에 4~6만ℓ씩 휘발유 75만4700ℓ, 경유 84만3900ℓ, 등유 2만500ℓ 등 한 달여간 총 161만9100ℓ를 빼냈다.

경찰 조사결과 자금총책 정씨는 도유총책 이모(40)씨, 땅굴총책 김모(45)씨와 공모해 땅굴시공, 자금지원, 운반, 감시 등으로 각각의 역할을 분담했고, 땅굴 내부에 환풍기, 배수시설, CC(폐쇄회로)TV까지 설치했다. 경찰은 이러한 준비비용에만 8억원 가량이 들어간 것으로 파악했다.

경찰 관계자는 "이번 사건은 도유를 위해 고속도로에 땅굴을 판 최초의 사례"라며 "송유관에 기름이 지나가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진동감지센서, 유종 감별기 설치 등 전문업체를 방불케 하는 중장비까지 동원됐다"고 설명했다.

경찰 조사결과 이렇게 훔친 기름은 미리 구입한 카고차량과 탱크로리로 옮긴 뒤 이씨의 이름으로 운영 중인 주유소에서 판매됐고, 주유소에서 다 소화하지 못한 나머지 기름은 경기도 용인, 안성, 충북 진천 등 각지 주유소를 통해 저렴한 가격에 판매했다.

경찰은 이들이 기름을 빼낼 때는 순찰조가 24시간 주변을 감시했고, 훔친 기름을 운반할 때는 수사기관의 추적 등 만일의 상황에 대비해 탱크로리 앞뒤로 승용차 2대가 따라붙는 등 영화를 방불케하는 작전을 수행해왔다고 전했다.

또한 이 과정에서 지역 경찰관 김모(45)씨는 이씨의 부탁을 받고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는지 여부 등 수시로 관련 정보를 제공키도 했다. 경찰은 경찰관 김씨에 대해서도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으로 대가성 여부 등을 수사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땅굴 내부를 확인한 결과, 곳곳에서 균열이 발견돼 지반 침하 가능성이 우려되는 상황이었고, 기름을 빼내는 과정에서도 폭발이 나 대형사고 이어질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한편 경찰은 달아난 땅굴시공 전문가 윤모(60)씨 등 2명을 추적하는 한편 이들에게 훔친 기름을 사서 판매한 주유소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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