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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 병과 대한민국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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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 병과 대한민국 정치
  • 윤관 기자
  • 승인 2016.08.31 14: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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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먼저 수술대에 오를 것인가?”

(시사캐스트, SISACAST= 윤관 기자)

 
‘네덜란드 병’ 이라는 지독한 질환이 있다. 즉, 천연자원에만 의존해 급성장을 이룩한 국가가 이후 물가 상승 및 환율 하락으로 제조업 경쟁력을 잃고 경제침체에 빠지는 현상을 일컫는 용어다. 혹은 '자원의 저주'라고도 한다.
 
네덜란드는 1950년대 말 북해에서 대규모 천연가스 유전을 발견해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일시적 경제 호황을 누렸다. 하지만 급격한 경제성장의 후유증으로 통화가치는 급등하고, 물가와 임금 상승을 유발했다. 그 결과, 석유제품을 제외한 제조업의 경쟁력 저하로 극심한 경제적 침체를 맞이할 수밖에 없었다.
 
최근 대한민국 정치권의 모습을 보면 네덜란드 병과 닮은 구석이 많다. 지난 총선 당시 야권은 처참한 참패를 예상하고 있었다. 안철수 의원의 탈당으로 더 민주당은 위기에 빠졌고, 야권 통합은 물 건너 간 다급한 상황이었다. 안철수 의원은 천정배 의원, 박지원 의원 등 호남권 인사들과 손잡고 ‘호남 자민련’이라는 비판도 아랑곳하지 않고 국민의 당을 만들어 호남 표심을 자극했다.
 
야권의 분열이 현실화되자 가장 환호한 것은 새누리당이다. 야권의 분열로 반사이익을 기대하던 새누리당은 180석 운운하며 오만에 빠졌다. 진박이라는 세력이 전국을 누비며 표를 깎아 먹었지만 그 누구도 깨닫지 못 했다.
 
4월 13일 개표함을 열자 기적이 일어났다. 압승을 기대하던 새누리당은 참패를 당했고, 만년 야당일 것 같던 더 민주당이 원내 제1당이 됐고, 안철수 의원의 국민의 당은 호남을 석권하는 기염을 토했다.
 
4개월이 지났다. 20대 총선 승리의 기쁨에만 의존하던 더 민주당은 친문계 지도부의 등장으로 ‘도로 민주당’으로 회귀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내년 더 민주당 대선 경선은 문재인 전 대표의 추대식이 될 듯하다. 한때 정당 지지율 1위에도 올랐지만 그 영광은 오래가지 않았다. 다시 2등에 머물고 있다.
 
새누리당과 더 민주당은 네덜란드병 증상과 비슷한 징후들이 나타나고 있다. 수년간 선거 승리의 달콤함에 빠져 오만방자한 추태로 참패를 당한 새누리당이나, 몇 년 만의 승리의 감격에 빠져 도로 민주당으로 회귀하고자 하는 더 민주당이 자생력을 키우지 않은 한, 또다시 국민의 외면을 받을 수 있다. 누가 먼저 수술대에 먼저 오를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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