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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익 선생의 벼ㆍ보리론과 표창원 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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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익 선생의 벼ㆍ보리론과 표창원 파문
  • 윤태현 기자
  • 승인 2017.01.26 14: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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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지풀이 성해지면 곡식은 덮이어 없어지는데, 어찌 성숙하게 되겠는가”

(시사캐스트, SISACAST= 윤태현 기자)

이익 선생은 <성호사설>에서 인재 양성에 대해 다음과 같이 일갈했다.

“벼를 심으면 벼를 수확하고, 보리를 심으면 보리를 수확한다. 벼를 심어서 보리를 수확하는 일은 없다. 나라에서 군자를 심는 것도 또한 이와 같다. 소인을 심으면서 군자가 되기를 기다리는 그런 이치가 있겠는가. 심은 것은 어떻게 할 것인가. 북돋아서 기를 뿐이다. 천하에 도가 있으면 덕이 천하를 따르게 한다. 간사한 말은 숨고 보이지 않으며, 선비는 모두 착한 것을 행하기에 분발하는데, 이것을 심는다고 이른다.”

가장 유력한 대권 잠룡인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20대 총선을 앞두고 영입한 표창원 의원이 박근혜 대통령 픙자 누드 그림 파문을 일으켰다. 문재인 전 대표는 파문이 일자 표 의원을 향해 "작품은 예술가 자유이고 존중돼야 하지만 그 작품이 국회에서 정치인 주최로 전시된 것은 적절치 않았다"며 "예술에서는 비판과 풍자가 중요하지만 정치에서는 품격과 절제가 중요하다고 본다"고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도 표 의원을 당 윤리심판원에 회부하며 서둘러 진화에 나섰지만 많은 국민의 분노를 잠재울순 없었다. 당사자인 표 의원도 사건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공개사과했지만 의원직 사퇴는 하지 않았다.

표 의원의 파문을 지켜보면서 우리 정치권의 인재 양성 시스템을 다시 한번 되돌아보게 된다.

여야를 막론하고 선거 때만 되면 사회 각계 각층의 인기인 영입 전쟁에 돌입한다. 검증은 필요없다. 당선 가능성이 최우선 기준이다. 벼인지 보리인지 구분하지 않고 논에 심을 수 있으면 무조건 꽂아 놓고 보자는 것이 우리 정치권의 현실이다.

이익 선생은 “후세의 다스림은 소인을 심는 것이 아님이 없다”며 “참소와 간사함을 좋아하여 권하고 상을 주니, 비록 곧은 도가 있는 사람이라도 곧 그들의 배척과 박해를 받는다. 까닭에 강아지풀이 성해지면 곡식은 덮이어 없어지는데, 어찌 성숙하게 되겠는가”라고 꼬집었다.

헌법재판소의 분위기를 보니 ‘벚꽃 대선’이 예상된다. 대선 캠프마다 치열한 인재 영입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여야 잠룡들은 표창원 의원의 사례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인재 영입에 신중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벼인지 보리인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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