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8 14:21 (일)
[이 시대의 말과 생각④-김형오 한나라당 의원]
“‘새벽별 보기’ 두달, 정부개혁-규제완화 최선다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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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대의 말과 생각④-김형오 한나라당 의원]
“‘새벽별 보기’ 두달, 정부개혁-규제완화 최선다해”
  • 데일리안 김인배 편집국장, 장용석 기자
  • 승인 2008.03.07 15: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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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정부 실세 김형오의원 인수위 해단하며…

“몸은 힘들었지만 새 정부 로드맵 기여해 보람” 소회
“제대로된 나라 만들테니, 잘못은 언제든 지적해달라”
“40여일 남은 4.9총선 대비 부산 내려가 일해야 할때”

“나라위해 큰 로드맵 그린다고 생각하네 뿌듯”
“인수위 최대 지상과제 경제살리기에 많은 생각”
“일하기 너무 바빠 로비 받을 시간-기회 없었다”

장관 내정자들 부자내각 비판 봤지만 건전한 분들
‘글로벌 코리아-인재대국’등 5대 국정지표로 추진
 “MB, 끊임없이 변하려 노력하고 주저함이 없는 분”

25일이면 이명박 새 정부가 2개월간에 걸친 정권 인수인계 작업을 마치고 향후 5년간의 여정에 본격 나섰다.

이에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해단식이 열린 22일 오후 그동안 인수위 부위원장으로서 정부조직 개편 등 관련 활동에 전념해온 한나라당 김형오 의원을 만나 그간의 소회와 향후 새 정부의 국정 운영 방향 등에 대해 들어봤다.

이날 인터뷰는 <데일리안> 김인배 편집국장의 진행으로 김 의원의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약 1시간 동안 이뤄졌다.

김 의원은 먼저 지난 두 달간의 인수위 활동과 관련, “매일 같이 새벽 별 보며 집을 나와 밤늦게 들어가면서 육체적으로 힘든 점도 있었지만 정말 ‘일하는 모습’이 무엇인지를 국민들에게 보여준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본다”며 또 “이명박 정부가 출범과 동시에 제대로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는 당초의 약속은 어느 정도 지킬 수 있었던 같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이번 17대 인수위가 노무현 대통령의 지난 16대 인수위 때와는 달리 ‘맞춤형’ 업무보고 등을 통해 비록 짧은 기간이나마 ‘정부 개혁’과 ‘규제 완화’ 등에서 실용적인 성과를 이루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며 관련 실무자들의 노고를 치하하기도 했다.

다만 그는 ‘작은 정부’를 표방했던 인수위의 정부조직 개편안이 통합민주당과의 협상 과정에서 ‘일부 후퇴’한 것과 관련, “직접 법률안 성안과 협상 과정 등에 참여한 사람으로서 민주당 측이 이 문제를 ‘밀어붙이기’ ‘발목잡기’ 식으로 정치 쟁점화한데 대해 상당히 가슴이 아프다”고 토로했다.

이어 신당 손학규 대표에 대해 “한나라당에 있을 때부터 가까운 사이였는데 이번 협상 과정을 지켜보면서 좀 달리 생각하게 됐다”고 서운함을 표시했다.

또 그간 인수위 활동을 둘러싼 ‘월권’ 또는 ‘설익은 정책 남발’ 등의 논란에 대해선 “의욕이 넘치다보니 미처 숙성되지 않은 내용이 공개된 경우도 있고, 또 총선을 앞두고 일부 관계자들이 언론에 노출되기 위해 나선 부분도 있다”면서 “국민들의 따가운 비판에 대해선 겸허히 수용하겠다”고 거듭 밝혔다.

김 부위원장은 인수위 활동 후반부에 가장 큰 여론의 질타를 받았던 인수위 국가경쟁력강화특위 소속 인사들의 ‘집단 향응’ 논란 등과 관련해선 “일부 당사자들의 경우 억울함을 주장할 수도 있지만 국민들의 눈높이에서 판단해야 한다”면서 “새 정부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앞으로 5년 내내 매일 같이 옷깃을 여미는 자세로 겸손한 마음을 갖고 일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일부 장관 후보자들에 대한 ‘부자 내각’ 비판과 관련해선 “지난 10년간 진보적 색깔을 띤 정부가 나라를 이끌다보니 국민들 마음속에 부자들에 대한 거부감이 생겼다. 돈이 많다는 이유만으로 무조건 그 사람들을 거부하는 건 옳지 못하다고 본다”며 “대한민국이 잘 사는 나라가 되려면 먼저 부자가 많은 나라가 돼야 한다. 정정당당하게 돈을 번 부자들이 많은 건전한 사회를 만들어가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그러면서도 현 장관 내정자들에 대해 “각 분야에서 능력 있고 또 각자 열심히 일해서 부(富)를 형성한 분들이긴 하지만 국민 앞에 좀 더 겸손하고 겸허한 자세로 봉사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인수위 활동을 통해 새 정부의 로드맵을 그리는데 기여했다는데 가장 큰 보람을 찾는다”는 김 의원은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에 대해 “항상 새로움을 추구하고, 끊임없이 변하려 노력하는 사람이다”며 “남들은 ‘불도저’라고 얘기하지만 의사결정 과정에선 동전의 앞뒷면은 물론, 심지어 옆면까지 보며 신중의 신중을 거듭한다”고 평가했다.

그는 그런 이 당선인이 대한민국을 그 국격(國格)에 맞게 세계로부터 인정받는 나라로 만들 것을 확신한다면서 “정말 제대로 된 나라를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할 테니, 국민들은 이명박 정부를 믿고 도와주되, 잘못하면 언제든 지적해 달라”고 당부했다.

아울러 김 의원은 향후 계획을 묻는 질문에 불과 40여일 앞으로 다가온 ‘4.9총선’과 관련, “이젠 지역구(부산 영도)에서 열심히 일해야 할 때”라고 덧붙였다.

다음은 이날 김 의원과의 인터뷰 요지

- 지난 2개월간의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대장정을 마친 소회는 어떤가.

“지난 12월26일 인수위가 발족한 뒤로 오늘까지 딱 두 달이다. 새벽별 보며 (집에서) 나와서 밤늦게 들어가는 과정이 두 달 동안 계속됐는데 한 1년 정도 된 것처럼 시간을 빡빡하게 썼다. 처음 1주일째는 굉장히 피곤했는데 한 보름 되니까 하루 3~4시간 자면서 아침엔 김밥, 점심엔 샌드위치 먹어가면서도 ‘이렇게도 살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인수위 부위원장이 이렇게 일했는데 실무를 맡았던 위원들은 정말 고생 많이 했을 것이다. 나이는 나보다 좀 젊더라도 몸은 하나니 얼마나 고생이 많겠나 하는 생각에 좀 미안하기도 했다. 그래서 후반부엔 좀 쉬어가면서 일하자고 했고 ‘템포’도 좀 늦췄다.

이번 17대 인수위를 지난 16대 때와 비교해보면, 지난번엔 정부 부처로부터 업무보고를 받는데 보름 정도 걸렸고, 그 이상의 기간을 노무현 대통령의 지역순회 활동에 할애했다. 반면 우린 단 한 차례 지역순회 없이 업무보고도 6일 만에 끝냈다. 그것도 5년 전엔 한 부처당 현직 장·차관을 상대로 하루 종일 하던 업무보고를 우린 기획관리실장 이하로만 해서 2시간 이내에 끝냈다.

이게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나름 의미가 있는 게 장·차관은 노 대통령에 의해 정치적으로 임명된 사람들로 곧 물러날 사람이란 점이다. 때문에 우린 그들과 업무를 협의할 게 없는 것이고 (새 정부에) 남아서 우리와 함께 일할 공무원과 협의한 것이다.

또 지난번엔 (인수위가 각 부처로부터) 업무보고를 받은 뒤에 앞으로 뭘 해야 할지를 추려냈는데 우린 처음부터 ‘맞춤형’으로 (업무보고를 진행)했다. 조직 현황과 예산 등은 1~2페이지 분량으로 줄이고 앞으로 당선인의 공약 집행 과정에 중요한 정부 기구들이 과연 그 공약을 어떻게 실현할 수 있을지 평가해달라고 했다.

당장 실현 가능한 것, 실현은 가능하나 시간이 좀 필요한 것, (공약대로 하면) 예산 많이 들어서 수정해야 하는 것 등에 대해 의견을 제시하라고 요구했다. ‘예산 10% 절감’ 공약 관련해서도 ‘부처별로 (할 수 있는 것들을) 짜내봐라’는 식으로 간단하면서도 실용적이고, 또 체계적인 방법으로 주문했다.

5년 전엔 노 대통령이 각 지역 사람들과 교류하고 민심을 공감한다는 이유로 각 지역을 돌아다니며 새 정부와 자신의 이념을 전파했는데 우린 그런 것을 일체 하지 않았다. 그러다보니 정치 중심적이던 5년 전 인수위에 비해 우린 정책 중심, 특히 경제와 교육 문제 중심으로 일을 해왔다.

물론 그런 과정에서 의욕이 넘치거나 미처 숙성되지 않은 내용들이 보도돼 곤욕도 많이 치렀다. (인수위가) ‘너무 앞서가는 것 아니냐’ ‘성급한 것 아니냐’는 얘기도 들었는데 그런 국민들의 견해나 따가운 비판에 대해선 겸허히 수용해야 한다고 본다.

다만 지난번 인수위 때는 ‘실언’이나 ‘오보 모음집’이 나올 정도로 오류 투성이였다면 우린 그런 걸 없애려고 철저히 노력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설익은 정책’에 대한 보도가 좀 나온 것은 20년 만에 대선 5년과 총선 4년 주기 함께 만나는 시기라 인수위에 들어온 사람들 중 총선 출마에 대한 의지가 강한 경우 ‘언론 노출증’이 있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 인수위 지도부의 일원으로서 출범 당시 최우선적인 관심 사안은 무엇이었나.

“당연히 정부조직법이다. 정부를 개혁해야 한다는데 가장 큰 주안점을 뒀다.
인수위는 크게 △정부부터 솔선수범해야 개혁해야 한다는 것과 △경제 살리기를 위해선 무엇보다 규제를 완화하고 개혁해야 한다는데 주안점을 두고 일해 왔다.

말로만으로도 경제가 살아난다면 좋겠지만 공장 한 채 짓는데 3~5년씩 걸려 대통령 임기 끝날 때 들어서면 무슨 의미가 있겠나. 그래서 6개월 후면 공장을 지을 수 있도록 규제를 개혁하도록 했다.”

- 그간의 인수위 활동 가운데 가장 보람 있었던 일은.

“난 그동안 기자, 공무원, 그리고 정치권에서 국회의원을 하면서 나름 많은 경험을 쌓았고, 또 나라를 위해 뭔가 일해보고자 했다. 그러나 10년간 야당 생활을 하면서 정치인으로서 성숙되다 보니까 사실상 정부에서 일할 기회가 없어지고 말았다.

그나마 다행히 이번 선거를 계기로 인수위에서 일하면서 정부가 이런 일은 해야 하고, 또 이런 건 하지 말아야 한다는 큰 로드맵을 그리는데 기여할 수 있었고, 그런 점에서 상당한 보람을 느낀다.”

- 가장 힘들었던 일은 무엇인가.

“한두 가지가 아닌데…. 처음엔 육체적으로 힘들었다. 정치인이 10시간 이상 책상 앞에 앉아 있는 게 많이 힘들었다.

또 내게 전혀 보고되지 않거나 사전에 조율되지 않은 내용이 인수위발(發) 정책 발표인 것처럼 언론에 나와 국민들을 당황스럽게 했을 때 굉장히 부끄러웠다. 나름 당내 ‘정책통’임을 자부하는 나인데 국민의 오해를 살만한 정책을 사전에 주도면밀하게 검토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그랬다.

그리고 인수위 관계자들의 몇 가지 실수. 언론인 성향 분석한다고 자료 요구한 등등 실수 때문에도 가슴이 아팠다. 자꾸 그런 것 때문에 인수위 활동의 진의가 국민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못하고 비판을 받는 것 같아 좀 그랬다.”

- 정부 조직이 이제 18부4처에서 15부2처로 개편된다. 비록 원내 제1당인 통합민주당 측의 반발 때문이긴 하나, 당초 인수위가 13부2처를 내놓으며 주장한 ‘작은 정부’의 취지가 훼손된 게 아니냐는 생각이 든다. 일부에선 ‘작은 정부’를 만들기 위한 의지가 부족했던 건 아니냐는 지적도 있는데.

“맞다.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지적이다. 정부조직법의 성안 단계에 직접 관계한 사람으로서 13부2처를 관철시키지 못하고 2개부가 늘어난데 대해 상당히 가슴이 아프다. 그러나 다행히 크게는 아니고 조금만 훼손됐다.

정부조직을 13부2처로 만들 땐 다 나름의 고민과 이유가 있었고, 논리와 체계도 있는 것이어서 서로 주고받을 게 아닌데 민주당이 정치 쟁점화 하는 것을 보고 우리 정치가 좀 더 빨리 발전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민주당 손학규 대표와는 한나라당에 있을 때부터 가까운 사이였는데 이런 식으로 ‘밀어붙이기’ ‘발목잡기’에 나서는 것을 보고 달리 생각하게 됐다.

또 언론도 그런 손 대표를 오히려 더 높이 평가하는 걸 보고 ‘사람이 이렇게 해야 정치적으로 성공하는가 보다’는 좀 역설적인 면도 느꼈다. 난 손 대표의 행위가 (정치적으로) 바람직한 모습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정부조직법 개편과 관련해 해양수산부를 존치시켜야 한다는 (손 대표의) 요구는 참 이해하기 어려웠다.

해수부의 수산 정책 관련 기능은 ‘농림수산식품부’로 가고, 해양 기능은 기존의 건설교통부 기능과 함께 ‘국토해양부’로 통합되는 게 이번 정부조직 개편의 핵심사항 중 하나다. 이걸 번복하란 건 결국 정부조직을 개편하지 말라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저쪽(민주당)에서도 (대선 때는) ‘정부조직 슬림화’를 공약했으면서 이제 와서 못하게 하니, 지난 며칠간 국회 소수당의 비애를 톡톡히 경험했다.

국회 법사위에서 법통과가 지연된 것도 참 답답하기 짝이 없다. 법사위는 자구 수정하는 곳인데 주무 상임위인 행자위를 통과한 법안의 본질 부분을 민주당 의원 두 명이 각기 다른 이유로 ‘이것 내놔라’며 보이콧해 무력감을 느꼈다.
 
총선용의 이런 후진적 정치행태는 지양돼야 한다. 한두 명 아집 때문에 국정이 마비되고 국가경영이 표류한 책임은 결코 면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런 소아(小兒)병적인 모습을 보인다고 해서 지역구에서 표가 나오는 게 아니다.

- 이번 정부조직 개편 문제를 보면서 국민들 사이엔 역설적으로 ‘이명박 정부의 안정적인 국정 운영을 위해선 여당인 한나라당이 이번 총선에서 과반 의석을 꼭 확보해야 한다’는 점을 인식하는 효과도 있지 않았겠나.

“인수위의 사소한 실수들, 그리고 신임 국무위원 후보자들의 작은 문제가 국민들에게 알려짐에 따라 야당은 (총선) 전세를 뒤엎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모르나, 자꾸 (새 정부의) 발목을 잡고 일을 못하게 한다면 정말 국민들로부터 버림받는 야당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난 5년간 나라를 어지럽힌데 대한 반성은 하지 않고, 역대 선거사상 국민들로부터 가장 많은 지지를 받아 압도적인 대선 승리를 이끈 대통령과 그의 새 정부가 일하지 못하게 만드는 야당은 정말 곤란하다.

이명박 정부와 함께 국회는 앞으로 국정 운영의 양대 축인데, 만일 야당이 계속 ‘반(反)이명박’만 주장하며 이번 정부조직법에서처럼 사사건건 시비를 걸고 발목을 잡으면 어떻게 해야 할지 걱정된다. 아마 국민들이 총선에서 (한나라당에) 과반을 몰아주지 않을까 싶다.”

- 부위원장이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장을 역임한 이유로 일각에선 인수위가 정보통신부를 살려두지 않겠냐는 기대를 하기도 했다. 정통부 폐지 때문에 곤혹스럽진 않았나.

“솔직히 그런 면이 있다. 자기가 뿌리를 뒀던 곳에 변화가 와서 그곳이 없어지게 된다면 가슴 아프지 않을 사람이 없다. 내가 그동안 국회에서 관계한 곳이 공교롭게도 정통부, 과학기술부, 농림부, 해수부 등으로 대부분이 이번 부처 통폐합의 중심에 있다. 그래서 가슴이 아팠고 생각도 많았다.

정통부와 해수부는 사실상 우리나라에만 있는 부서라 해도 과언 아니다. 우리 외에 한두 나라 정도에만 더 있었다. 전부 우리가 세계 최초로 만든 부서이고 아직 유일하게 남아있는 곳도 있다.

그러나 정통부는 사실 시대적 소명을 다 했다. 정보통신은 매우 급박하게 돌아가는 분야인데 우리는 정통부 10여년 통해 IT(정보기술)강국이 될 수 있었다. 그러나 내가 과기정위를 떠난 지 벌써 4년인데 그 전부터 정보통신 분야를 아는 사람들은 ‘(정통부의) 시대적 소명이 다하고 있다’는 얘기를 해왔다. 이미 정부 부처로서 정통부의 소명은 끝났다고 본 것이다.

또 지난 4년 간 우리나라의 IT산업도 발전 지향적이 아니라 현상유지 또는 하강하는 추세를 맞았다. 이제 IT는 융합 산업으로 가야 하는데, 그 타이밍을 조절하는 역할을 정통부가 제대로 하지 못했다.

특히 정통부 스스로도 구조조정의 필요성을 느끼는 상황인데다, 방송과 통신의 융합이 일어나는 면을 고려해 방송통신위원회로 정통부의 주요 기능을 흡수시켰고, 정통부가 관련됐던 산업적 측면은 지식경제부로 옮긴 것이다. 아울러 디지털콘텐츠 부분은 문화부로 가는 게 시대 흐름에도 맞고 IT융합의 신기술 만들 수 있다는 판단에서 그렇게 결정했다.

지식경제부란 부처를 만든 것은 우리가 세계 최초다. 이젠 모든 산업이 단순히 하나의 독립된 분야로 성장, 발전할 수가 없다. 지금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잘 나간다고 하는 게 조선, 자동차 등의 분야인데 이젠 모두 IT산업과 결합할 때 시너지 효과를 가질 수 있다.
 
IT산업 ‘나 홀로 발전’하기보다는 또한 이들 기존 제조업과 결합해야 보다 더 큰 발전을 이룰 수 있고 또 BT(생명기술), NT(나노기술) 등 신(新)첨단산업과 연계해야 한다. 그래서 지식경제부를 만든 것이다. 과거처럼 제조업 중심의 ‘굴뚝 산업’이 국가 경제의 근간을 이루는 게 아니라, 모든 산업이 결합하고 융합해야 한다는 시대 흐름에 맞춘 것이다.”

- 그러면 정통부는 ‘명예퇴역’한 셈인가.

“그렇다. 정통부 스스로도 이미 1년여 전에 자체 기능을 없애고 방통위로 개편하는 내부 안을 만들었지만 많이 알려지지가 않았다. 누가 (정통부 폐지를) 선도했다기보다는 이미 4년여 전부터 새로운 시대적 소명에 따라 바꿀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여러 곳에서 같이 전개됐다.”

- 인수위 활동 과정 중 일부 인사들의 향응 논란 등 물의가 빚어졌다. 국민들은 이명박 정부에 대해 ‘경제 살리기’ 외에도 다양한 것들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집권세력의 도덕성은 시대와 무관하게 필수 덕목이고, 한나라당의 경우 과거 부패 세력이란 낙인이 찍혔던 입장이어서 아주 절실한 극복과제이기도 하다. 때문에 과연 국민들이 이명박 정부를 믿고 안심할 수 있겠냐는 지적이 제기되기도 하는데.

“아주 좋은 지적, 뼈아픈 지적이다. 정치생활을 하다보면 한나라당은 좀 보수에 가깝고 민주당 등은 좀 진보적이라고 하는데 보수의 최대 약점이 바로 부정부패다. 반면, 진보 세력은 좀 무능하단 점과 무책임하다는 게 약점이 된다. 노무현 정부는 그런 진보 세력의 약점에다 일부 부패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문제는 진보 세력이 부패 사건이 연루됐을 때와 보수 세력이 부패했을 때에 대한 국민들의 시각이 완전히 다르다는데 있다. 진보 세력은 부패하더라도 ‘그동안 몇 년 굶어 힘들어서 그랬을 수도 있다’며 이해하려는 경향이 있고, 때문에 금전적인 면에서 생각보다 부패에 연루된 액수가 많을 때 ‘이럴 수가 있냐’며 국민들의 분노가 후폭발한다.

반면, 보수 세력은 부패 스캔들이 터지면 ‘안 그래도 걱정하는 마음에 불을 지른다’고 해서 더 큰 타격을 받고 국민들이 묻는 책임도 더 엄중하다.

이번에 인수위 기간 중 일어난 ‘장어 사건’의 경우 당사자들의 입장에서 참 억울할 수도 있다. 뭔지도 모르고 끌려갔다가 밥 한 그릇 먹고 1만 원짜리 기념품 받아온 게 전부인 사람도 있다.

그러나 아무리 인수위 사람들이 새벽에 나와 김밥과 샌드위치로 끼니를 때우며 일해도 국민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국민은 (인수위를) 정권 실세들이 모인 곳으로 보기 때문이다.

(국민들은) 인수위 말 한마디면 안 되는 게 없는 걸로 생각한다. 우리가 아무리 변명해도 국민들은 ‘힘들어서 싫으면 네가 (인수위에서) 나오면 되는 게 아니냐’고 말한다. 그래서 몸가짐과 행동거지가 남들보다 더 똑바라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 10년간의 잘못된 걸 바로잡기 위해선 무엇보다 자기 자신이 똑바라야 한다. 그러지 않고서 어떻게 남들에게 똑바로 하라고 할 수 있나. 결국 이번 사건이 새 정부에 좋은 교훈을 준 것 같다. 또 다행히도 인수위의 불미스런 사건이 대형 스캔들이 아니라 우발적이고 사소한 것들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이 따끔한 회초리로 나선 것은 그만큼 새 정부에 대한 기대가 높음을 말해준다. 새 정부는 정말 매일 같이 옷깃을 여미는 자세로 남보다 더 열심히 일하고 더 겸손하겠다는 마음을 5년 내내 가져야 한다. 이번 사건이 새 정부에 큰 경종을 울렸다고 본다.”

- 인수위원들을 대상으로 외부에서 개별적 혹은 집단적으로 로비가 많지 않았냐는 시각도 있는데.

“다행인지 불행인지 아침 일찍 출근하고 밤늦게 퇴근하고, 또 여럿이 한 곳에서 생활하다 보니 그런 로비 받을 시간이나 기회가 없었다. 일하기 바빴다. 해야 할 게 너무 많았기 때문이다.”

- 최근 장관 내정자들의 재산 문제 등을 놓고 ‘대한민국 1% 내각’ ‘부동산 내각’ ‘부자 내각’ 등의 비판 여론이 있는데 어떻게 보나.

“우리나라가 지난 10년간 좀 진보적 색깔을 띤 정부이다 보니 부자들에 대한 환경이 굉장히 열악했다. 증오나 죄악시까진 아니더라도 알게 모르게 우리 마음속엔 돈 있는 사람들에 대한 상당한 거부감마저 생겼다. 그동안엔 이유야 어떻든 무조건 돈만 많으면 국민들로부터 거부감이나 일탈감을 느꼈다고 한다면 이젠 좀 정상적이 돼야 한다고 본다.

대한민국이 잘 사는 나라가 되기 위해선 먼저 부자가 많은 나라가 돼야 한다. 가난한 사람이 많으면 행복할 수가 없다. 특히 시장경제를 지향하는 민주주의 사회의 부자는 법을 잘 지키고, 정당히 딴 흘려 돈을 벌며, 탈세하지 않고 권력과도 결탁하지 않아야 한다. 그런 부자가 많을수록 건전한 사회가 된다고 생각한다. 아울러 가진 자들이 좀 더 겸허한 자세를 가져야 한다.

난 돈이 많다는 이유만으로 국민들이 그런 사람들을 거부하는 건 옳지 못하다고 본다. 그 사람이 당당히 자기 노력의 대가로 돈을 벌고, 세금도 제대로 물었다면 바람직한 것이고, 또 그런 사람 더 많이 나오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번 내각 후보자들의 경우는 각 부분에서 일가를 이뤘기 때문(에 재산이 많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제일 돈이 많다는 그 사람(유인촌 문화부 장관 내정자)은 TV탤런트 출신으로 아주 건전하게 산 사람이다.
 
한 분야에서 열심히 일하면 부(富)를 형성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 다른 분들도 다 능력 있다. 물론 국민들 눈으로 볼 때는 (소위 부자들이) 많긴 하다. 때문에 더 겸손하고 겸허한 자세로 봉사해야 한다고 본다.”

- 인수위 활동을 마무리한 현 시점서 이명박 정부, 범위를 넓혀 한나라당을 포함한 이명박정권의 향후 5년간 국정 기조와 방향성을 요약한다면.

“인수위는 크게 ‘활기찬 시장경제’ ‘글로벌 코리아’ ‘인재대국’ ‘섬기는 정부’ ‘능동적 복지’ 등을 5대 지표로 삼고 21대 전략 193개 국정과제를 뽑았다. 결국 이 모두는 앞으로 5년간 대한민국의 위상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한다는데 있는 만큼 그대로 추진해야 할 것이다. 그렇게 해야 대한민국이 세계 속에서 제대로 평가받는 나라가 될 수 있다.

또 대통령부터 세계적인 지도자 반열에 들어서야 하고―이건 곧 가능할 듯싶다. 벌써 취임식 때부터 외국의 많은 국가원수들이 온다고 하지 않는가.―국회를 중심으로 한 정치인들도 후진국 아닌 선진국 수준에 들어서야 한다.

나라 경제도 지금 각 분야별로 들쑥날쑥하긴 하지만 총체적으로 세계 10위권대의 경제 국가인데 실질적으론 그런 대접을 못 받고 있다. 우리 사회의 수준도 마찬가지다. 대한민국이란 나라가 현 수준만큼 외국으로부터 대접받는 나라가 돼야 한다.

우린 지금 10위권대의 경제국가임에도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다. 또 세계에서 대학생이 제일 많은 나라란 것도 알아주지 않는다. 지적으로나 경제적, 양적인 측면에서 세계 톱클래스인데 왜 알아주지 않는지 하는 부분에 대해선 사회, 문화, 정치 등 모든 분야에서 반성해야 한다.

매일 정치인만 잘못을 나무라는데, 물론 정치가 사회의 최상부니까 정치가 바로서면 다른 것도 잘 될 것이란 판단에서 그러는 것이겠지만, 국격(國格), 즉 나라의 품격에 맞는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
 
다행히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이 아시아 지도자로 부각되고 있기 때문에 다른 모든 것도 함께 상승할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 노무현 대통령 때는 전혀 그런 게 없었다. 세계로부터 신뢰받고 인정받는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

대담=데일리안 김인배 편집국장,
정리=데일리안 장용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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