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8 14:21 (일)
[커버스토리-손학규·정동영·이회창·박근혜 “차기대권 노둣돌 놓자”]
총선 지면 정치생명 끝… ‘낙동강 오리알’ 누가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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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손학규·정동영·이회창·박근혜 “차기대권 노둣돌 놓자”]
총선 지면 정치생명 끝… ‘낙동강 오리알’ 누가될까?
  • 박지순 기자
  • 승인 2008.03.16 17: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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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학규, 정치 1번지서 터줏대감 박진과 힘겨운 사투
정동영 VS 이군현 동작을서 맞대결 판세 오리무중

박근혜, 측근의원들 두갈래로 갈라져 ‘공천 후유증’
이회창, 충청권 바람몰이 못할땐 정계은퇴 가능성도

손학규, 정동영, 이회창, 박근혜. 이들은 지난 대선에 도전했던 인물들이다.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과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는 대선에 출마해 각각 2위와 3위로 낙선했다. 손학규 통합민주당 대표와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당내 경선에 출마해 모두 2위로 대선 본선에 나서지 못했다.

손 대표는 정 전 장관이 대선 참패로 2선 후퇴하고 있는 사이 민주당의 대표를 맡아 기득권을 향유할 수 있는 지위를 얻었다. 특히 이명박 정권 출범 직전 정부조직법 개편 과정에서 이 대통령과 협상을 벌이며 정치적 위상 면에서 가장 큰 덕을 봤다는 평가도 받았다.

그러나 손 대표는 ‘원외 인사’라는 약점을 지니고 있어서 4.9 총선에서 원내에 진출해야만 야당 대표로서 당을 원활하게 지휘할 수 있는 처지다.

정 전 장관은 이 대통령에게 ‘더블 스코어’로 대선에서 패배했다. 대선 패배 직후부터 칩거나 다름없는 생활을 해 온 그로서는 4월 총선이 재기의 시험대다.

만일 총선에서 당선되지 못한다면 정 전 장관의 정치 생명은 끝난다고 봐도 크게 틀리지 않을 것이다. 아직까지 민주당 내에서 최대 계파를 이끈다는 평이 있지만 정 전 장관이 이번 총선에서 낙선한다면 그가 이끌던 계파는 ‘무주공산’이 될 공산이 크다.

이 총재와 박 전 대표 역시 정치 인생에서 최대의 승부처에 직면해 있다. 이 총재는 지난 대선 출마선언 당시 돌풍을 예고했지만 실제는 15% 득표에 겨우 턱걸이했다.

대선 직후 자유선진당 창당에 속도를 내 2월 초 창당 작업을 마무리 짓고 일찌감치 총선체제에 돌입했다. 이 총재가 4월 총선에서 충남을 석권하고 원내 교섭단체를 구성하는데 성공한다면 ‘대권4수’를 노려볼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다고 볼 수 있다.

박 전 대표는 한나라당 공천과정에서 ‘친박계’인사들이 대거 탈락하면서 탈당 가능성까지 점쳐지는 등 그의 행보에 정치권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 12일에는 한나라당의 공천결과에 대한 분노를 폭발시켰다.

엿새 동안이나 침묵을 지키고 있던 박 전 대표는 “공천 기준이 엉망이다”, “사심을 가진, 말도 안 되는 기막힌 공천이다”, “잘못된 공천이 정치발전을 다 까먹었다”면서 자파 의원들의 잇따른 탈락이 불공정한 공천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총선 후 당의 화합이 어렵다”는 말도 덧붙여 분당을 시사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낳기도 했다.

손학규, 정동영, 이회창, 박근혜. 이들에게 4월 총선은 ‘차기 대권’의 출발점이라는 데서 의미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시작이 반’이라는 말은 이들이 놓인 상황을 가장 적절히 역설하고 있는 듯하다.

손 대표는 최강수를 뒀다. ‘정치1번지’ 서울 종로에 출마키로 공식 선언했다. 윤보선, 노무현, 이명박 세 명의 대통령을 탄생시킨 곳이 종로다. 손 대표가 종로 출마를 선언하기 전 비례대표로 총선을 진두지휘해야 한다는 의견이 민주당 내에 만만치 않게 제기됐다.

손 대표로서도 비례대표로 출마해 전국을 누비며 민주당 후보들의 선거를 돕는 것이 당 대표 이미지를 제고하는 데 도움이 될 수도 있어 지역구와 비례대표를 놓고 고민을 거듭한 것으로 알려 졌다.

아직까지 당내 기반이 약한 손 대표가 비례대표 출마를 통해 자신이 영입한 인사를 비례대표로 원내에 진출시켜 계보를 확대시키는 것이 차기 대권을 위한 장기적 포석이 될 것이란 의견도 제기됐다.

정 전 장관이 과거 열린우리당 의장을 맡으면서 최대 계파의 보스가 되는데는 그가 의장 시절 영입한 비례대표 의원들의 역할이 큰 비중을 차지했다고 전해진다.

손 대표는 지난 12일 종로 출마를 선언하며 “서울 종로구 출마를 통해 패배주의를 극복함은 물론 이명박 정부의 독선과 횡포를 막는 최선봉에 서서 싸울 것”이라며 “50년 정통 야당을 살리고 서민을 대변하는 건전한 야당을 세울 수만 있다면 저의 모든 것을 불태울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자신의 종로 출마 배경에 대해 “한나라당과의 지지율 격차가 2~3배를 보이고 있는 만큼 당의 대표로서 이 같은 결심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손 대표가 종로 출마를 선언하기 전 정 장관도 종로 출마를 검토 중이었고 종로구 예비후보자인 유승희 의원 등과 사전 협의를 거치지 않은 채 출마 결정을 서둘러 발표한 것으로 알려져 미묘한 파장이 예상되고 있다.

당 일각에서는 손 대표 스스로가 위험 지역에 뛰어들어 공천 탈락자들의 반발을 무마시켜 박재승 공천심사위원장이 주도하는 공천 개혁에 힘을 실어주려 했다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손 대표의 종로 출마가 알려지자 한나라당은 같은 날 박진 의원을 종로에 투입했다. 손 대표와 박 의원은 경기고, 서울대 선후배 사이며 영국 옥스퍼드 대학에서 유학생활까지 같이 한 각별한 인연을 갖고 있다.

김영삼 정부 시절에는 박 의원이 청와대 비서관으로 발탁되는 데 손 대표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박 의원은 “저는 한나라당의 차세대를 짊어질 젊은 정치인 중의 한 사람으로 한나라당이 두 번의 대선패배를 겪었지만 당을 옮긴다거나 편의주의적으로 행동하지는 않았다”고 손 대표를 비꼬았다. 박 의원은 “압도적인 승리를 할 생각”이라며 야당의 바람을 잠재울 수 있는 사람은 바로 자신임을 천명했다.

종로에서 손 대표가 승리한다면 명실상부한 야당의 대표로 자리매김할 수 있고 박 의원이 당선되면 종로에서만 3선을 기록해 한나라당의 간판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있다.

손 대표와 함께 민주당의 ‘투톱’인 정 전 장관은 지난 12일 오후 서울 동작을 출마를 발표했다. 손 대표는 서울 북쪽을, 정 전 장관은 서울 남쪽을 나눠 맡는다는 전략으로 볼 수 있다. 

정 전 장관은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국민은 잘못된 정책 방향을 바로잡고 새롭게 실천하는 강력한 야당을 원하고 있다. 당이 권유한 서울 남부벨트 지역에 출마해 이 지역에서 의미 있는 의석을 만들어내는 데 작은 힘이나마 보태겠다”고 말했다.

동작을은 지리적으로 한강 이남 지역의 정중앙에 해당한다. 강남 지역은 한나라당의 강세가 점쳐지는 곳인데 정 전 장관이 동작을에서 선전하며 한나라당 기세를 꺾는다면 동작 인근 지역인 관악, 구로, 금천 지역 민주당 출마자들에게 힘이 되리라는 전망이다.

정 전 장관은 서울출마를 이미 선언하고 있었지만 지역구 선정을 놓고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그 동안 관악을, 구로을, 동작을 지역을 놓고 저울질해 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모두 현역 의원들이 불출마를 선언한 지역구로 관악을은 이해찬 전 총리, 구로을은 김한길 의원, 동작을은 이계안 의원이 현역인 지역이다.

정 전 장관의 관악을 출마설이 나돌자 이 전 총리는 “국회의원을 한 번 더 하겠다는 것 밖에 되지 않는다”, “정치 도의상 맞지 않는다”며 강하게 비난했다. 관악을이 당선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높지만 이 전 총리의 강한 비난으로 정 전 장관은 관악을을 포기한 것으로 보인다.

구로을 역시 민주당 성향이 강한 지역으로 출마가 곧 당선으로 이어질 수 있는 곳으로 여겨져 결국 정 전 장관은 동작을을 택하게 된 듯하다.

이곳은 유권자 38%가 호남 출신으로 민주당 지지율이 높은데다 정 전 장관을 견제할 중량급 후보가 없어 승산이 큰 지역으로 꼽힌다. 대선 패배의 후유증을 씻고 총선을 통해 재기를 노려야 하는 정 전 장관에게는 최적의 출마지인 셈이다.

한나라당에서는 재선에 도전하는 이군현 의원을 내세웠지만 대선 후보였던 정 전 장관에 비해 중량감이 떨어진다는 평가다. 민주당 동작을 예비후보들은 정 전 장관이 수도권 출마 의미를 살려 당선 안전권인 동작을이 아니라 강남에서 출마해야 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비록 정 전 장관이 당 의장, 대선 후보 경력 등 여러 면에서 유리한 위치에 있지만 새 정부에 힘을 모아주자는 ‘안정론’이 고개를 들 경우 이군현 후보가 약진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만약 정 전 장관이 이곳에서 한나라당에 밀려 17대에 이어 18대까지도 원외에 남게 될 경우 이후 정치적 활동은 심각하게 위축될 수밖에 없다. 정 전 장관은 ‘과반 안정론’에 맞서 ‘독주 견제론’을 부각시키는 전략을 구사할 것으로 관측된다.

정 전 장관은 출마 선언 회견에서 “지금 어느 한 곳도 녹록한 곳은 없다”면서 “4주 동안 민심 속으로 파고들면 견제 야당을 만들어 낼 수 있을까 한다. 그 목표를 위해 헌신하겠다”고 밝혔다.
 
정 전 장관에 맞설 이 의원은 동작을에서 5~6년간 거주한 지역민이란 점을 부각시켜 표심을 자극한다는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총재는 4월 총선을 통해 충청의 새로운 맹주 자리를 노리고 있다. 지역 기반을 확실히 해 차기 대권의 기반 구축의 장으로 이번 총선을 뛰겠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해 이 총재는 비례대표와 서울지역 출마를 포기하고 고향인 홍성, 예산에서 출마하기로 했다.

자유선진당 지상욱 대변인은 지난 4일브리핑을 통해 이 총재의 홍성, 예산 지역구 출마를 공식 발표했다. 이 총재는 “현재로서는 당내에서 충남 예산에서 출마하는 것이 당의 총선 전략상 중요하다고 해 그 의견에 따르고자 한다”며 자신의 홍성, 예산 출마의 이유를 밝혔다.

이 총재는 또 “고향 예산에서 출마하는 것은 국회의원 한 번 더 해보자는 것이 아니라 가치 추구, 신보수정당을 제대로 성공시키기 위해서 내 자신의 일익을 담당하려는 것”이라며 “총선출마가 많이 부담되지만 당의 창당 이념이나 신보수운동의 확산을 위해서 전국을 다니며 국민을 이해시킬 책임이 있고 과중한 일이지만 당과 나라를 위해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심대평 자유선진당 대표도 현 지역구인 대전 서구을을 버리고 충남 공주, 연기에 출마하기로 결정해 충청권 바람몰이를 준비하고 있다. 자유선진당은 충청권에서 바람을 일으켜 경기와 수도권까지 돌풍을 이어간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한나라당 홍성, 예산 공천 확정자인 홍문표 의원은 이 총재의 같은 지역구 출마에 대해 “격이 맞지 않는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이 총재와 홍 의원은 이 총재가 한나라당 총재 시절 정치적 사제지간으로 불릴 정도로 가까웠다. 홍 의원은 “이 총재께서 국회의원이 되면 지역에는 도움이 되겠지만 국민에게 무슨 도움이 되겠느냐”며 이 총재의 홍성, 예산 출마를 평가 절하했다. 그러면서 홍 의원은 “이 총재와 당당히 맞서겠다”는 뜻을 밝혔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친박계 인사들이 한나라당 공천에서 대거 탈락하자 예전에 없던 강경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러나 딱히 뾰족한 수도 없는 형편이다. 차기 대권을 노리는 박 전 대표로서 자신이 대표까지 맡았던 한나라당을 떠난다는 것은 정치적 기반을 무너뜨리는 무리수라는 지적이 강하다.
 
또한 탈당을 하기에도 ‘실기’했다고 볼 수 있다. 친박계 인사들 중 공천을 이미 받은 인사와 낙천한 인사가 갈라져 친박계가 결집해 단일행동을 하기에는 이미 때가 늦었다는 것이다.

지난 14일에는 친박계의 좌장격인 한나라당 김무성 의원이 한나라당을 탈당했다. 김 의원은 14일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당의 영남권 공천결과에 대해 강력히 항의했고 회의가 끝난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역사는 선거결과에 대해 청와대, 공심위, 당 지도부에 반드시 책임을 물을 것”이라며 당과 청와대를 맹비난했다.

김 의원은 서울과 인천, 경기 지역 부적격 공천사례를 열거하며 “어떻게 이런 인사를 공천할 수 있었는지 공심위가 설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이재오, 이방호가 공천개혁을 빙자해 박근혜 죽이기를 하고 있다”고 이재오, 이방호, 이명박 정권의 두 실세에게 직격탄을 날렸다.

박 전 대표의 리더십도 이번 총선에서 시험대에 올랐다고 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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