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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축구 대결 결과는 ‘헛발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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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축구 대결 결과는 ‘헛발질’
  • 최진철 기자
  • 승인 2008.04.01 11: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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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26일 북한과의 2010 남아공 월드컵 아시아 3차예선 C조 2차전은 우려가 현실로 나타난 한판이었다. 믿었던 해외파는 능력을 보여주지 못했으며, 북한은 한달 만에 확연하게 달라져 있었다.

객관적인 전력상 한국의 낙승을 점칠 수 있었던 경기였다. 북한전에 나선 한국 대표팀은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이영표(토트넘) 설기현(풀럼) 김두현(웨스트 브로미치) 오범석(러시아 사마라) 등 유럽파 5명에 한국 대표팀의 간판 스트라이커 노릇을 했던 조재진(전북 현대)까지 새로 가세한 명실상부한 1진이었다. 지난 달 동아시아선수권 출전 베스트 11의 절반 이상이 바뀌어 있을 정도였다.

북한도 세르비아 리그에서 뛰는 유럽파 홍영조(베자니아 베오그라드)가 합류하긴 했지만 전력 변화의 양과 질적인 면에서 한국과 비교할 수 없었다. 하지만 홍영조 한명이 힘을 더한 북한은 한국과 대등하게 맞섰다. 볼 점유율은 한국에 뒤지긴 했으나 공격의 날카로움은 한국에 못지 않았다.

한국으로선 투르크메니스탄과의 1차전(4-0)에서 맹활약한 해외파의 힘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게 아쉬웠다. 북한의 저항이 강하기도 했으나 주요 유럽파들이 리그 경기를 제대로 소화하지 못하고 있는데다 장시간 이동에 따른 피로와 시차적응 문제에 시달린 탓이었다.

최근 3경기 연속 결장한 이영표나 8경기 연속 그라운드를 밟지 못하고 있는 설기현은 실전 감각에 이상이 있을 수밖에 없는 상황. 이들은 대표팀 합류 후 문제가 없다고 자신했으나 투르크메니스탄전때와 같은 위력을 보여주지 못했고 설기현은 후반 중반 한태유와 교체되기도 했다. 최근 2경기에 빠진 박지성이 그나마 분전했지만 혼자 북한의 밀집 수비를 뚫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허정무 감독도 이미 동아시아 선수권에서 경험한 북한의 수비 중심 전략에 효과적으로 대처하지 못하는 문제점을 드러냈다. 최정예 멤버를 풀가동하고도 단순한 플레이로 끝내 북한 골문을 열지 못하는 답답함만 노출했을 뿐이었다.

반면 북한은 지난 달 동아시아선수권 때 감춰뒀던 그들의 실력을 이날 제대로 발휘했다. 한국에 주눅이 들어보였던 당시처럼 무기력하지도 않았고, 허술하지도 않았다. 탄탄한 수비를 바탕으로 간판 공격수 홍영조를 축으로 짜임새 있는 공격을 펼치면서 오히려 한국을 위협했다.

‘정대세 원맨 팀’으로 여겨졌던 동아시아 대회 때와는 달리 다양한 공격 옵션을 구사했다. 프리미어리거가 합류한 한국에 기가 죽지도 않았고 경기력도 뒤지지 않았다.

허정무 감독으로선 역대 전적이나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과 관계없이 아시아 국가간의 실력차가 크게 좁혀졌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새로 전략을 수립, 남은 예선 경기를 대비해야 할 필요가 있었다.

한국이 자랑하는 유럽파가 모두 가세한다 해도 월드컵 본선 진출을 낙관할 수 없다는 점을 확인한 게 북한전의 소득이라면 소득이었다.

#. 아쉬운 한판, 승부는 다음 기회에

허정무 감독이 이끄는 축구 대표팀은 26일 중국 상하이 훙커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아시아 지역 3차 예선 3조 2차전 북한과 원정경기에서 전후반 90분 득점 없이 0-0으로 비겼다.

허정무 감독은 조재진(전북)을 최전방 스트라이커로 배치하고 좌우 윙어로 박지성과 설기현을 내세웠다. 박지성을 이용한 활발한 측면 돌파로 북한의 밀집수비를 뚫겠다는 허정무 감독의 승부수였다.

또 처진 스트라이커 겸 공격형 미드필더로 박주영(서울)을 투입하고 수비형 미드필더에 김남일(빗셀 고배), 조원희(수원), 포백 수비라인에 왼쪽부터 이영표-강민수(전북)-이정수(수원)-오범석을 세우는 4-3-3 포메이션을 짰다. 수문장은 투르크메니스탄전 골문을 지켰던 정성룡(성남)에게 맡겼다.

북한도 ‘아시아 루니’ 정대세(가와사키)를 원톱으로 올리고 유럽파 홍영조를 왼쪽 측면에 기용하며 스리백을 활용한 3-4-3 전법으로 맞불을 놨다. 애초 예정됐던 북한 평양 대신 장소가 우여곡절 끝에 상하이로 바뀌면서 붉은악마와 현지 교민들의 열렬한 응원으로 홈그라운드를 방불케 했지만 태극전사들의 출발은 좋지 않았다.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 대신 왼쪽 측면 공격수를 맡은 박지성이 초반부터 활발한 움직임으로 공격을 조율했지만 수비로 일관하다 방심을 틈타 역습을 노리는 북한의 골문은 좀처럼 열리지 않았다.

전반 시작하자마자 왼쪽 날개를 돌파한 이영표가 아크 정면에 있던 조재진에게 찔러줬지만 조재진이 왼발로 강하게 찬 공이 왼쪽 골대를 한참 벗어났다.

이어 전반 13분 박지성이 왼쪽 측면에서 폭발적인 단독 드리블로 30여m를 전진했으나 상대 수비수에 걸려 아쉬움을 남겼다. 저돌적인 돌파가 강점인 홍영조와 위치 선정능력이 뛰어난 정대세를 앞세운 북한의 반격이 매서웠다.

정대세는 전반 18분 공을 가로챈 뒤 아크 왼쪽에서 강한 슈팅을 날렸으나 공은 그라운드에 깔리면서 골키퍼 정성룡 앞에서 힘이 떨어졌다.

이어 북한 김영준의 중거리포는 수비수를 맞고 굴절됐고 한성철이 날카로운 프리킥을 문인국이 몸을 날려 헤딩슛을 꽂았지만 골대 왼쪽으로 비켜갔다.

한국은 전반 24분 김남일이 볼 다툼 과정에서 쓰러져 들것에 실려나가는 악재가 겹쳤고 전반 25분 박지성이 오른쪽에서 길게 올려준 크로스를 수비수 이정수가 솟구쳐 올랐지만 헤딩 슛은 골문을 벗어났다.

허정무 감독은 김남일 대신 플레이메이커 김두현(웨스트 브로미치)을 투입해 오히려 공세를 강화했다.
그러나 한국은 이후 위협적인 슈팅을 날리지 못했고 전반 인저리타임 북한 김영준의 오른쪽 프리킥을 골키퍼 정성룡이 펀칭하자 북한 공격수들의 헤딩으로 이어지는 아찔한 순간을 넘기기도 했다.

전반을 득점 없이 넘긴 한국은 후반에도 답답한 흐름이 이어졌다.

북한은 수비를 강화해 자물쇠를 잠갔고 한국은 여러 차례 득점 찬스를 살리지 못했다. 후반 11분 염기훈(울산)이 왼쪽 미드필드 부근에서 왼발로 프리킥을 감아찼으나 골키퍼 바로 앞으로 날아갔고 후반 15분에도 김두현이 아크 정면에서 강하게 때린 대포알 슈팅이 리명국의 선방에 걸렸다.

이어 후반 25분 박지성이 왼쪽에서 올린 크로스를 박주영이 헤딩으로 살짝 떨어뜨렸지만 무위에 그쳤다. 또 후반 31분 염기훈이 페널티 지역 왼쪽에서 골 지역에 도사리고 있던 박주영 머리를 겨냥해 찍어 올려주자 박주영이 헤딩슛을 시도했지만 공은 크로스바 위 그물을 흔들었다.
 
이후 허정무 감독은 체력이 떨어진 설기현을 빼고 수비수 한태유(광주)를 투입해 무승부 작전에 들어갔고 북한도 후반 인저리타임 스트라이커 정대세를 그라운드에서 내려 양팀의 90분 헛심 공방도 끝이 났다.

이로써 한국은 지난 달 26일 투르크메니스탄전 4-0 완승의 상승세를 살리지 못한 채 승점 1을 챙긴 것에 위안을 삼아야 했다.

한국은 1승1무로 같은 C조의 북한(1승1무)과 동률을 이뤘지만 골 득실에서 앞서 1위 자리를 지켰다. 요르단과 투르크메니스탄은 나란히 1패를 기록 중이다.

각조 1, 2위가 월드컵 최종예선에 나간다. 2005년 8월4일 동아시아선수권대회 0-0 무승부를 시작으로 이어졌던 북한전 3경기 연속 무승부 행진을 계속했다.

다만 북한과 역대 A매치 상대전적에서 5승5무1패의 우위를 유지했다. 또 작년 12월 출항한 허정무호는 칠레와 평가전 0-1 패배 이후 투르크메니스탄전 완승과 동아시아대회 1승2무 우승에 이어 이번 대회 무승부까지 5경기에서 2승3무를 기록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거 박지성 등 해외파가 총출동한 한국(FIFA 랭킹 47위)이 지난 달 20일 충칭 동아시아선수권대회 때 허정무호와 1-1 무승부를 기록했던 북한(126위)을 상대로 ‘무승부 징크스’ 탈출을 노렸지만 기대했던 득점포는 터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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