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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크맨의 카라이프] 국산 스포츠 세단의 재정립, 기아 스팅어 마이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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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크맨의 카라이프] 국산 스포츠 세단의 재정립, 기아 스팅어 마이스터
  • 이병진 기자
  • 승인 2020.09.15 18: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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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캐스트, SISACAST= 이병진 기자)

 

왜 국산차에는 정통 스포츠 세단이라 부를 만한 차가 없을까? 기아에서 스팅어를 출시하기 전까지는 그랬다. 차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국산 스포츠 세단의 부재는 채우기 어려운 목마름이었다. 스팅어가 등장했고 갈증은 사라졌다. 물론 첫 술에 배부르기 어렵듯 완벽할 수는 없었지만, 스팅어가 있었을 때와 없었을 때를 나눠 이야기할 수 있을 만큼 전문가와 대중들은 스팅어를 칭찬했다.


 

그랬던 스팅어가 부분변경으로 돌아왔다. 부분 변경에 걸맞게 엔진 라인업을 재정비하고 안팎의 작은 부분을 세세하게 다듬어 상품성을 키웠다. 변화의 핵심은 앞서 말했듯 엔진 라인업의 변화다. 기존에는 2.0 터보 가솔린과 3.3 터보 가솔린, 2.2 디젤 엔진 세 가지가 보닛 아래 들어갔다. 이번에는 2.5 터보 가솔린과 3.3 터보 가솔린 두 개의 엔진으로 압축했다. 그중 핵심은 2.5 터보 엔진이다. 3.3은 기존 엔진을 거의 그대로 사용한다.

그렇다면 2.5 터보 가솔린 엔진을 품은 2.5 터보 모델은 어떨까? 많이 궁금했고, 열심히 타봤다. 2.5 터보는 최고출력 304마력과 최대토크 43.0kg.m를 낸다. 뒷바퀴 굴림에 18인치 휠을 신은 모델을 기준으로 연비는 리터당 11.2km에 달한다. 300마력을 넘는 엔진을 품고 11km 이상의 연비는 꽤나 흡족한 편이다.

물론 3.3 터보 모델도 변화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기존의 370마력에서 3마력 오른 373마력이다. 겨우 3마력은 사실 몸으로 느끼기엔 불가능한 변화다. 이보다 분명한 변화는 전자식 가변 배기 밸브를 배기 시스템에 적용한 것이다. 주행 모드와 가속 페달을 밟는 양에 따라 걸출하고 시원하고 담대한 배기음을 뽐내며 달리게 된 것이다. 3마력이라는 실제 마력의 상승보다 배기음과 함께 동반하는 감성 마력의 상승이 훨씬 더 극적이고 큰 셈이다.

눈에 띄는 부분은 소소한 부분 변경이지만 꼼꼼히 둘러보면 제법 여럿이다. 우선 모든 트림에 LED 헤드 램프가 기본으로 들어간다. 2.5 터보 모델 전용인 헤드램프에는 반으로 나눈 가로 두 줄 주간 주행등이 선명하다. 굳이 이야기하자면 뒷모습 변화가 극적이다. 테일램프를 잇는 가로 바에 면발광 LED를 넣어 균일하고 선명하고 고급스럽다. 18인치와 19인치 중 고를 수 있는 휠 디자인도 달라졌다.

실내 역시 변화는 소소하다. 여전히 바늘 달린 아날로그 계기반이다. 하지만 8인치에서 10.25인치로 커진 대시보드 가운데 터치 모니터가 새롭다. 물론 최근 등장하는 모델들에서 볼 수 있는 더 크고 선명한 모니터만 못하지만 이전의 옹색하기 이를 데 없는 8인치 모니터를 기억한다면 훨씬 고급스럽고 요즘 모니터 같은 맛이 강하다. 실내 무드 조명도 범위를 좀 더 늘렸고 소재와 마감재도 좀 더 신경 써 기아차 유일의 패스트 백 고성능 세단의 맛을 강조했다.

시승은 부분 변경을 거치며 새로 등장한 2.5 터보 모델을 했다. 버튼을 눌러 시동을 건다. 실내로 들어오는 엔진음이나 배기음이 거의 없이 실내는 정숙하다. 300마력을 넘는 모델이지만 가족차로서의 안락함이 풍성하다. 가속페달에 무게를 더해 움직이기 시작한다. 예전에도 그랬지만 팽팽하게 긴장한 핸들링은 벼리고 정확하게 앞머리를 틀어 댔고 묵직하고 끈끈하게 도로를 물고 달리는 맛이 듬직하고 멋스럽다.

신호 대기선에서 파란 신호를 기다리다 가속페달을 끝까지 밟아본다. 초반 낮은 엔진 회전수에서는 터보 래그(부족한 과급으로 인한 초반 출력 지체 현상)가 느껴지다 3000rpm을 넘어서면서부터 담대한 출력이 대범하게 터져난다. 터보 래그는 정지했다 가속페달을 급하게 끝까지 밟으면 살짝 아쉽게 느껴질 뿐, 평소 운전에는 쉽사리 느낄 수 없는 아쉬움이니 걱정하지 않아도 좋다.

2.5 터보 모델은 든든하고 끈끈하게 도로를 물고 매끈하고 세련되게 달리는 능력이 뛰어났다. 적당히 단단한 하체 감각은 뒷자리에 부모님을 모시고 달려도 민망하지 않을 승차감도 챙겼다. 물론 뒷좌석이 K7이나 그랜저처럼 대단히 넓고 안락한 것은 아니지만 어른 넷이 먼 거리를 함께 떠나도 충분하다. 게다가 스팅어는 뒷문이 크고 넓게 여닫히는 패스트 백 아닌가. 왜건이나 SUV 만큼은 아니지만 세단보다 트렁크를 넓고 실용적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

스팅어 2.5 터보를 몰며 굳이 3.3 터보까지 선택할 필요가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물론 약 70마력이 높은 3.3이 더 시원하고 호쾌하고 운전이 재미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만큼 기름을 더 먹고 유지비도 더 든다. 만약 스팅어 2.5와 3.3 사이에서 고민한다면 2.5 터보를 선택하는 것도 좋겠다. 300마력을 약간 넘는 출력은 스팅어의 콘셉트에 매우 잘 어울린다.

대단히 화끈하지는 않지만 결코 아쉽지도 않은 출력 성능은 좀 놀 줄 아는 패밀리 세단인 스팅어에 차고 넘친다. 아마도 앞으로 도로 위에서 보이는 스팅어는 3.3보다 2.5가 훨씬 더 많을 것이다.   

 

자동차 전문칼럼니스트 크크맨(이병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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