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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혼라이프] ‘혼자 살아도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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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혼라이프] ‘혼자 살아도 괜찮아’
  • 칼럼니스트 류진
  • 승인 2020.09.23 10: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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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를 위한 영감 'Inspiration for being alone'

(시사캐스트, SISACAST= 칼럼니스트 류진)

[사진 제공: 언스플래쉬닷컴]
[사진 제공: 언스플래쉬닷컴]

 

#1. 바야흐로, ‘혼자’의 시대 

서른 중반을 넘긴 후엔 “결혼 안 해?”보단 “넌 비혼이야?” 라는 질문과 자주 마주한다. 대답을 찾다가 스스로에게 묻는다. “나 비혼인가?” 가만, 근데 비혼이 뭐지? 독신으로 살다 죽을 거냐는 뜻인가? 

사전을 찾아보니 이런 게 나온다. ‘결혼하지 않음. 또는 그런 사람.’ 온라인 백과사전에선 결혼하지 않은 상태이므로, 갓 태어난 아기도 비혼이라고 사족을 붙인다. 통상적으론 ‘결혼하지 않기로 결정한 사람’을 가리키는 것 같아. 내게 저 질문을 던진 사람들의 저의도 실은 “넌 결혼 안 할 거야?”가까운 것으로 추정된다. 

“좋은 사람이 생기면 하겠지만 굳이 결혼을 인생이나 만남의 목적으로 둘 생각은 없어.”가 대부분의 비혼자가 읊는 레퍼토리다. 나 역시 이 답을 비켜 갈 생각은 없다. 어떤 시기엔 ‘결혼하면 좋을까?’ ‘쟤랑 결혼하면 어떨까?’ 하다가 어떤 나날엔 ‘저렇게 살아야 하다니. 결혼 같은 건 안 하길 잘했어.’ 한다. 혼자인게 너무 행복하다가도 둘일 때 좋은 기분이 그립기도 하다. 

왔다 갔다 하는 마음 사이에서 여러 해 동안 북치고 장구치다 지금은 이런 마음이 됐다. ‘결혼하지 않은 상태로 살다가 이 세상을 떠나도 괜찮을 것 같아.’ 나의 슬기로운 벗들은 이런 생각을 지지해준다. “그래. 너 멋대로 살아.” 다른 생각의 결을 가진 친구도 물론 있다. “결혼할 생각이 아예 없는 게 아니라면 하루라도 빨리 상대를 찾아 나서야지. 좋은 사람이 어느 날 갑자기 짠!하고 나타나는 줄 알아? 니 나이가 몇인데…” 그게 ‘넌 틀리고 난 맞아’식 비난이 아니라면 기분 좋게 흘려듣는다. “고마워. (근데 넌 결혼해서 좋니? 행복 하니?)”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결혼하지 않은 상태로 평생 사는 건 ‘혼자’ 산다는 얘기다. (물론 뜻이 맞는 비혼 친구와 공간과 생활의 일부를 공유하는 동거의 형태로 살 수도 있겠지만.) 자연스럽게 ‘혼자 사는 삶’의 현재와 미래를 떠올린다. 경제 활동을 활발히 하고 있는 지금은 혼자 사는 게 아쉽지도, 불편하지도, 딱히 크게 외롭지도 않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주위에 비혼 친구가 많아서.

문제는 미래에 있다. 앞으로도 쭉, 혼자 잘 살려면 어떻게 살아야 할까? 경제적인 준비, 나이에 걸맞은 성숙한 인격과 인품… 물론 저 많은 조건을 나 같은 인간이 제대로 갖출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다만 “결혼 안 하면 저렇게 늙는 거야.” 같은 헛소리에 노출되고 싶지 않을 뿐. 아니, 그러든가 말든가, 그냥 ‘잘 늙어가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런 생각을 하다가, ‘꼭 비혼만 혼자 잘 살 준비를 해야 할까?’ 하는 의문이 생겼다. 기혼자에게도 필요하지 않을까? 지금은 ‘둘’이어도 ‘혼자’의 삶을 잘 꾸리는 게 미덕인 시대인데. 트렌드 분석가 김용섭은 저서 <라이프트렌드 2017, 적당한 불편>에서 연애나 결혼을 해도 자기 자신으로 사는 사람들, 즉 물리적인 시공간에선 ‘함께’지만 항상 화학적으로 결합하지 않는 두 사람이 요즘 시대의 ‘관계’이며, 그런 인류를 ‘화학적 싱글’이라고 명명했다.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한국 사람들이 ‘서로 끈끈하게 잘 통한다’, ‘코드가 잘 맞는다’는 의미로 사용하고 있는 ‘케미스트리’에서 뜻을 빌린 표현으로, 쉽게 말하면 결혼 후에도 각자의 경제권, 사회적 역할, 라이프 스타일을 추구하면서 독립성을 가지고 사는 사람들을 뜻한다.

아이를 갖지 않기로 결정한 딩크족, ‘결혼’을 인생의 과업으로 여기거나 연애는 ‘꼭’ 해야 할 필요가 없다고 말하는 밀레니얼과 Z세대, 가족을 꾸려도 독립적인 개인 생활을 보장받는 것이 중요한 프랑스인들이 만든 새로운 결합의 형태인 팍스(PACS, 동거를 증명하는 서류를 제출하면 법률혼과 달리 개인 호적에 커플 관계가 기록되지 않고, 독신의 지위를 유지하며 남편의 성을 따를 필요가 없는, 복잡한 이혼 절차 없이 언제든지 갈라설 수 있으며 동거 3년 후부터는 상속도 보장하는 제도)족의 등장이 ‘화학적 싱글’, 즉 ‘케미컬 휴먼’의 근거다. 

주절주절 글이 길어졌지만 사실 단순한 얘기를 하고 있는 거다. 혼자인 삶을 건강하게 잘 꾸리는 건 비혼자에게도, 기혼자에게도, 심지어 ‘미혼’자에게도 중요하다. 자기 자신은 물론 건강한 ‘함께’를 만들기 위해서도. 결국 나 자신과 관계를 잘 맺는 법을 잘 알아야 한다는 얘기. 그러려면 혼자 잘 사는 법을 다방면으로 궁리할 필요가 있다는 얘길 하려고 여기까지 왔다. 그 방법이 도대체 뭐냐고? 나도 몰라. 그걸 길게, 깊이, 꾸준히 궁리하고 싶어서 칼럼 연재를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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