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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이슈] 싱글족 ‘잇템’ 다이슨, LG에 밀리고 삼성에 치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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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이슈] 싱글족 ‘잇템’ 다이슨, LG에 밀리고 삼성에 치이나
  • 최기훈 기자
  • 승인 2020.11.12 13: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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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캐스트, SISACAST= 최기훈 기자)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가전업계의 애플. 영국 기업 ‘다이슨’에 따라붙던 수식어입니다. 이 회사는 세계 최초로 먼지봉투 없는 청소기를 출시한 것을 시작으로 2015년 선이 없는 무선청소기를 선보이며 전세계적인 흥행 돌풍을 일으켰습니다. 

유선 청소기 일색이었던 국내 시장에서도 다이슨 청소기의 인기는 뜨거웠습니다. ‘강력한 흡입력’을 무기로 청소기 한대에 100만원을 훌쩍 넘는 가격에도 소비자들은 지갑 열기를 주저하지 않았습니다. 조금이라도 싼 가격에 구입하기 위해 해외직구를 이용하는 소비자들도 많았습니다.

다이슨의 인기는 ‘반짝 열풍’에 그치지 않았습니다. 선풍기·헤어드라이기·고데기 등 신제품도 줄줄이 출시됐죠. 그중 날개 없는 선풍기, 열선 없는 드라이기 등 다이슨의 기술력이 접목된 ‘무無 제품’은 특이한 생김새와 뛰어난 성능으로 입소문을 탔습니다. 고데기가 50만원이나 할 정도로 다이슨의 제품은 여전히 비쌌지만 소비자들은 관대한 반응을 보였습니다. 

다이슨 열풍은 여러모로 의미가 컸습니다. 국내 가전시장은 삼성전자와 LG전자라는 양대산맥의 땅이었기 때문이죠. 그 배경엔 20~40대 맞벌이가구와 1~2인 가구가 증가하는 사회 구조의 변화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삶의 질을 중시하는 트렌드가 확산하면서 가사노동에 들이는 수고를 줄이려는 심리가 포함돼 있는 겁니다. 가격 대비 성능을 따지던 ‘가성비’ 트렌드에서 브랜드 가치와 개인의 경험과 만족을 중시하는 ‘가심비’ ‘나심비’ 트렌드로 변화한 것도 다이슨이 인기를 끌었던 이유 중 하나입니다.

LG전자 무선 청소기 코드제로 A9S 씽큐.[사진=LG전자 제공]
LG전자 무선 청소기 코드제로 A9S 씽큐.[사진=LG전자 제공]

하지만 최근 다이슨의 위상이 심상치 않습니다. 2018년 경쟁사들이 본격적으로 무선 제품들을 출시하면서부터 흔들리기 시작했죠. LG전자의 무선청소기 ‘코드제로’가 대표적인데, 물걸레 기능까지 탑재된 이 제품에 소비자들은 큰 호응을 보냈습니다.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에 따르면 소비자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코드제로는 선호도 62.0%(복수응답)를 기록해 다이슨(60.0%)을 앞지르기도 했습니다. 여기에 삼성전자도 ‘제트’를 내놓으며 시장에 가세했습니다.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 6월 소비자동향조사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 6월 소비자동향조사

다이슨의 약점은 또 있었습니다. 대표적인 게 애프터서비스(AS)였습니다. 인프라가 잘 구축돼 있는 LG전자와 삼성전자에 비해 해외 기업인 다이슨은 서비스 품질이 뒤처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여기에 해외직구로 다이슨 제품을 구입한 소비자들이 부실한 AS를 꼬집기 시작하면서 다이슨의 입지가 흔들렸습니다. 위기를 직감했는지 다이슨은 지난해 7~9월 대대적인 자체 할인 행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좀처럼 가격을 내리지 않기로 유명한 다이슨이 할인전략을 펼쳤다는 건 그만큼 시장 수성에 위기를 느끼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그럼에도 다이슨은 예전과 같은 인기를 회복하지 못했고, 지난해 7월 무선청소기 시장점유율 1위 자리를 LG전자(39%·다이슨 23%)에 빼앗겼습니다.

가전업계 관계자는 “청소기 시장의 중심축이 무선 청소기로 넘어간 상황에서 업체들의 경쟁구도가 치열하다”면서 “LG전자가 이미 다이슨을 넘어섰고, 최근 삼성의 추격도 만만치 않기 때문에 다이슨의 승승장구를 점치긴 어려운 상황”이라고 내다봤습니다.

한때 싱글족의 ‘잇템’으로 꼽히던 다이슨의 침체가 이제 막 시작된 모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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