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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돋보기] 인스타 속 세상, 너도나도 명품백 들고 호캉스 "너무 부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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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돋보기] 인스타 속 세상, 너도나도 명품백 들고 호캉스 "너무 부러워"
  • 김지영 기자
  • 승인 2022.02.22 17: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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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 종이 쇼핑백이라도 들고 ‘있는 척’ 하고 싶어

(시사캐스트, SISACAST= 김지영 기자)

@구글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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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생각했던 것 보다 코로나19가 길어지면서 생활방식이나 소비성향 등이 많이 변화됐다. 대부분의 자영업자들과 소상공인들은 경제난에 허덕이며 힘들어 하고 있지만 백화점 명품 매출은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였다. 롯데백화점에서 명품 매출은 지난해 32.8% 성장했고, 신세계백화점과 현대백화점에서도 명품 매출은 각각 44.9%, 38% 늘었다. 백화점 명품 매출 성장의 일등공신은 2030세대로 명품 매출에서 2030세대가 차지하는 비중은 롯데백화점 45.4%, 신세계백화점 50.5%, 현대백화점 48.7%를 기록했다. 

2030세대 금수저, 명품 매출 절반 차지하며 성장세 주도보통의 사회적 상식으로는 2030세대 특히 20대의 경우는 경제적 사정이 넉넉하거나  부유하기는 쉽지 않다. 요즘 같은 취업난 속에서는 더욱 그렇다. 2021년 12월 기준 15~29세 청년확장실업률은 19.6%로 조사됐다. 또한 2020년 한 취업 정보 사이트의 조사에 따르면 신입사원 평균 연령이 31세인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만 본다면 많은 수의 20대는 돈이 없고, 30대는 되어야 돈을 모으기 시작할 수 있다. 숫자를 단순히 해석하자면 우리나라 청춘들의 경제사정은 그리 만족할 만한 수준이 아니다. 그러나 2030세대가 명품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보면 4050대 보다도 높아 이 시기에 쉽게 명품을 사고 소장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세청이 공개한 자료에서 2020년 증여세 관련 신고 건수는 21만4603건으로 전년(15만1399건) 대비 41.7% 늘었고, 재산가액은 43조6134억원으로 전년(28조2502억원) 대비 54.4% 증가했다. 이런 점에서 본인의 능력이나 노력에 상관없이 그저 금수저이기 때문에 명품 역시 쉽게 구매할 수 있다는 것으로 보인다. 일반 2030들은 쉽게 할 수 없는 명품 언박싱 등을 2030대 인플루언서들이 유튜브에 올리며 높은 클릭수를 자랑하는 것은 어찌 보면 대리만족이자 그들의 삶을 동경하는 것 아닐까 싶다.

유튜브에서는 명품 하울, 언박싱 영상 인기 ‘나는 하나도 사기 힘든데...

한혜연 인스타그램 캡처.
한혜연 인스타그램 캡처.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보면 화려하기 그지없다. 명품백, 멋진 호텔에서의 호캉스, 비싼 자동차 등을 어렵지 않게 찾아 볼 수 있고 사람들은 그들의 삶을 부러워한다.

직장인 김모(28)씨는 “처음 인스타를 시작했을 때는 나의 하루하루를 기록한다는 생각에 사소한 것들을 올리며 공유했는데 요즘의 인스타를 보면 고급호텔에서의 호캉스는 기본이고 몇 억씩 하는 차들을 몰고 다니며 들어가서 구경하기도 힘들다는 명품샵에서의 쇼핑모습들을 쉽게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 삶들을 보다보니 상대적으로 나의 일상이 초라하기 그지없다”면서  나 같은 경우 명품백도 몇 년에 한 번씩 정말 큰 마음먹고 사는데 그들은 요즘 유행하는 백들을 몇 개씩 소장하고 쉽게 사는 모습을 보면 같은 세계 사람이 아닌 것 같아 씁씁하다”고 덧붙였다.

주부 박모(33)씨는 “직장생활을 하다가 쌍둥이 육아 때문에 전업주부가 됐는데 그러다보니 호텔에서의 브런치나 고급 카페 등을 가기가 쉽지 않고 갈 일도 없다”면서 “SNS에는 주부임에도 멋지게 차려입고 좋은 장소에서 여유를 부리는 모습을 보면 ‘돈 걱정 안하고 살아서 좋겠다’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고 말했다.

그는 “요즘은 금수저가 아닌 내 자신이 딱하고 뭐든 척척해주지 못하는 남편이 원망스러울 때가 있어서 일부러 인스타나 SNS를 보지 않는다”면서 “다른 이들의 삶이 자꾸 내 삶으로 투영되어 비교를 하게 되니 마음만 불편하고 속만 상한다”고 전했다.

명품 종이 쇼핑백 당근마켓 등 중고거래 통해 5만원에 구매

@구글이미지.
@구글이미지.

명품을 구매하는 가장 큰 이유는 부의 상징이라는 기호적 가치일 것이다. 물론 명품은 제품으로서 튼튼하며 아름다운 디자인에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한다. 최근에는 리셀하기 위한 재테크 수단으로도 활용된다. 나날이 치솟는 가격에도 불구하고 새벽부터 줄을 서서 오픈런을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알바생이 대리로 줄을 선 후 원하는 물건을 살 경우 웃돈까지 받을 수 있다고 하니 명품에 대한 집착과 애착은 나날이 늘어나고 있는 것 같다.

이런 가운데 요즘에는 명품 매장에서 물건을 사면 넣어주는 종이 쇼핑백을 당근마켓 등 중고거래를 통해 5만원이나 주고 구매하는 사람들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대학생 이모(23)양은 당근마켓을 통해 샤넬 종이백을 5만원에 구매했다.

그는 “아직 대학생이라서 샤넬백이나 다른 명품백 등을 사본 적이 없다”면서 “가격이 너무 비싸 아르바이트를 한 돈으로는 살 수도 없으니 종이백이라도 구매해서 대리만족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종이백이지만 애지중지 들고 다닌다”면서 “왠지 명품 종이백을 들고 다니면 내 자신이 한층 업그레이드 된 것 같아 으쓱해진다”고 덧붙였다.

SNS상에서는 충분히 ‘있는 척’을 할 수 있어 

김준희 인스타그램 캡처.
김준희 인스타그램 캡처.

우리 시대의 2030은 그다지 자랑할 게 많지 않다. 특별히 금수저가 아닌 이상, 결혼을 잘해 신데렐라가 된 게 아닌 이상은 내 힘으로 내 능력으로 삶을 꾸려나가야 하니 버겁고 힘이 든다. 예전 같으면 희망이라도 있는데 요즘은 취업하기도 힘들고 취업이 돼서도 그 자리를 지키기 위해서 애를 써야만 한다.

그들은 “SNS에 올리는 사진은 사실 진짜 내 모습이 아니다”라며 “부자가 아니기 때문에 호텔가서 여유 있게 쓸 돈도, 멋진 명품백을 살 여유도 없으니 가품이라도 사서 부자가 된 척을 하거나 그런 것 같은 기분을 느끼는 것으로 만족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현실에서는 라면에 김밥을 먹고 커피값이 아까워 편의점 커피를 마시지만 SNS상에서는 충분히 ‘있는 척’을 할 수 있기 때문에 기를 쓰고 사진을 찍고 올리는 것 같다”고 밝혔다. [시사캐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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