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7 13:52 (토)
[세상돋보기] 나는 '캥거루족'...직장 다녀도 부모님의 경제적 도움 필요해
상태바
[세상돋보기] 나는 '캥거루족'...직장 다녀도 부모님의 경제적 도움 필요해
  • 김지영 기자
  • 승인 2022.03.02 13:4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취업도 어려운데 집값마저 비싸’…과연 나는 언제 독립할 수 있을까

(시사캐스트, SISACAST= 김지영 기자)

 

@픽사베이
@픽사베이

미혼 30대 절반 이상이 부모와 함께 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집 살 돈이 없어 독립하지 못하고, 취업을 못해 부모님과 함께 산다고 말한다. 자신들을 사회가 내몬 ‘캥거루’라고 부른다. 통계청에 따르면 30대 미혼 인구 중 부모와 동거하는 사람의 비율은 54.8%로 절반을 넘어섰다. 30~34세의 경우엔 57.4%, 35~39세도 50.3%로 부모와 함께 사는 미혼 인구 중 42.1%는 취업을 못한 상태로 조사됐다. 

“부모님과 살다보니 경제적으로 크게 부담이 없고 편해” 
직장인 이모씨(35)는 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다. 그는 독립해서 살다가 3년 전 부모님집으로 다시 들어왔다. 출퇴근에 걸리는 시간은 혼자 살 때보다 1시간가량 더 걸리지만 부모님과 함께 사는 것이 여러모로 더 만족스럽다고 한다.

그는 “회사 근처 오피스텔에서 오랫동안 살았지만 전세 보증금을 올려달라는 말에 부모님댁으로 들어가게 됐다”면서 “처음엔 1년 정도만 살다가 다시 독립해야지라고 생각했는데 부모님과 지내다보니 마음이 편하고 경제적으로도 크게 부담이 없어 계속 살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결혼할 때까지 부모님과 지낼 예정”이라며 “아직 집장만할 여력이 없어 결혼도 꽤 늦어지지 않을까 생각된다”고 전했다.

“2년마다 이사하는 것은 너무 힘들고 안정감도 안 생겨”

남양주에서 직장을 다니고 있는 김모씨(34)는 대학 졸업과 동시에 독립을 꿈꿨다. 열심히 월급을 모아봤지만 내 집 장만의 꿈은 점점 더 멀어져만 갔다. 6년 동안 3번의 이사를 하며 김씨가 느낀 건 부모님의 도움 없이는 제대로 된 집을 구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결국 그는 지난해부터 부모님 집에서 함께 살고 있다.

김씨는 “회사사람 중 둘만 모여도 주식이나 코인 이야기를 한다”며 “선배 한 명이 코인으로 5000만원 가까이 벌었다는 것을 보고 너도 나도 뛰어들었다”고 말했다. 김씨의 목표는 주식과 코인으로 번 돈을 보태 내 집 자금을 마련하는 것이다. 

KOSTAT 통계플러스 봄호…저(低)혼인 심층분석

@통계청 통계개발원 제공.
@통계청 통계개발원 제공.

청년 고용불황과 비혼·만혼이 심화하면서 30대 미혼남녀 절반 이상이 '캥거루족'으로 불리는 부모동거 가구인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개발원이 펴낸 KOSTAT 통계플러스 2021년 봄호에는 이런 내용을 담은 '저(低)혼인 시대, 미혼남녀 해석하기'(박시내 통계개발원 서기관) 연구가 실렸다.

연구에 따르면 만 20~44세 미혼남녀 중 부모동거 가구(캥거루족) 비중은 30~34세 57.4%, 35~39세 50.3%를 차지했다. 나홀로 가구(1인 가구) 비중은 30~34세 25.8%, 35~39세 32.7%였다. 

30대 캥거루족 비중이 나홀로족 대비 각각 31.6%포인트(p), 17.6%p 더 높았다. 캥거루족의 70.7%는 자가 주택에 거주한 반면, 나홀로가구는 59.3%가 월세에 거주했다. 또 나홀로가구의 취업자 비중이 부모동거 가구보다 16.7%p나 더 높았다.

취업난에 이은 주택난으로 캥커루족 비혼 선택 높아져 

@tbs화면캡처.
@tbs화면캡처.

결혼에 대한 인식은 미혼 여성이 미혼 남성보다 더 부정적이었다. 결혼하지 않은 30∼44세 남녀를 대상으로 결혼 필요성에 대해 조사한 결과 “결혼을 반드시 해야 한다”는 응답은 남성이 13.9%, 여성이 3.7%로 10.2%포인트 차이가 났다. “하는 편이 좋다”는 의견은 남성이 31.5%, 여성이 17.7%로 13.8%포인트 벌어졌다.

이에 비해 “해도 좋고, 하지 않아도 좋다”는 견해는 남성이 45.9%, 여성이 61.6%로 여성이 15.7%포인트 높았다. 또 “하지 않는 게 낫다”는 답변은 남성이 6.4%, 여성이 15.5%였다. 비혼의 주된 이유는 미혼 남성의 경우 가장 많은 18.4%가 “본인의 기대치에 맞는 사람을 만나지 못해서”를 꼽았다.

이어 “소득이 적어서” 15.0%, “결혼에 적당한 나이를 놓쳐서” 10.9% 순이었다. 미혼 여성도 “본인의 기대치에 맞는 사람을 만나지 못해서”가 23.4%로 가장 많았다. 그러나 2순위는 “결혼보다 내가 하는 일에 더 충실하고 싶어서”(19.3%), 3순위는 “결혼할 생각이 없어서”(12.4%)로 남성과 차이가 있었다.

집 구해도 걱정… “집 한 채가 전부인데 종부세 감면 필요해”

@플랫아이콘
@플랫아이콘

실제로 부모와 함께 사는 미혼 인구 중 취업자 비율은 57.9%에 그친다. 경제적 자립도가 낮은 게 독립을 못하는 주요 이유로 꼽힌다. 직장인 박모씨(37)는 2년 전 ‘영혼까지 끌어 모아 노원구에 아파트 한 채를 구매했다. 대출을 3억 넘게 받아 이자가 부담이 됐지만 일단 내 집 마련에 성공은 했다. 그러나 아이를 키우며 생활비와 대출이자, 종부세까지 부담으로 다가오며 최근 부모님께 손을 벌렸다.

박씨는 “집을 샀는데 생활은 더 빈곤해졌다”며 “이 집 한 채가 전부인데, 청년층을 대상으로라도 종부세 감면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나 같은 경우 부모님이 도와주실 여건이 되어 다행이지만 그렇지 못한 청년들이 훨씬 많을 텐데 그런 경우 내 집마련 후 생활하는 게 정말 쉽지 않다”면서 “집만 있지 다른 건 거의 할 수 없을 지경이 된다”고 덧붙였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지금의 청약제도는 가입기간, 부양가족 등 나이가 있는 사람들에게 유리하다”며 “세대별로 경쟁을 하게 하는 등의 개편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원룸 중심인 청년주택도 개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청년들이 원하는 집은 ‘진짜 집’”이라며 “방 2~3칸의 주택 공급이 필요하다”며 “대출규제·LTV(주택담보인정비율) 완화도 병행해야 취업조차 힘든 청년들의 소외감과 박탈감이 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시사캐스트]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