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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LIFE] ‘존엄한 죽음’을 원한다… ‘웰다잉’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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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LIFE] ‘존엄한 죽음’을 원한다… ‘웰다잉’ 가능할까?
  • 김지영 기자
  • 승인 2022.06.24 13: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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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엔 41% 찬성, 5년 새 2배 늘어…찬성 이유 “남은 삶 무의미” 

(시사캐스트, SISACAST= 김지영 기자)

 

비지트엔젤스 요양병원 제공.
비지트엔젤스 요양병원 제공.

나이가 들어감에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부분이 ‘죽음’이다. 치열하게 살았으니 평온하고 안락하게 생을 마무리하고 싶다는 사람들이 늘어남에 따라 ‘안락사’에 대한 이슈가 다시금 떠오르고 있다. 프랑스 유명 배우 알랭 들롱(87)의 경우 안락사로 생을 마감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프랑스 매체에 따르면 그의 아들인 앙토니 들롱은 한 인터뷰에서 “아버지가 안락사를 원한다는 뜻을 밝혔다”고 말했다. 알랭 들롱이 안락사 의사를 밝힌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프랑스 공영방송에 출연해 “누구나 병원을 거치지 않고 죽음을 맞이할 권리가 있다. 상황이 닥치면 주저하지 않고 안락사를 선택할 것”이라고 전했다.

스스로 삶을 마무리할 수 있는 ‘조력존엄사’ 법안 국내에서 처음으로 발의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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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도 안락사에 대한 의견이 여러 번 제기됐지만 수용되지는 않았다.

지난 15일 더불어민주당 안규백 의원은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결정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을 발의했다. 말기 환자가 본인이 원하면 담당 의사의 도움을 받아 스스로 삶을 마무리할 수 있도록 하는 ‘조력존엄사’ 법안이 국내에서 처음으로 발의된 것이다. 현행법은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경우 치료 효과 없이 임종과정만을 연장하는 목적의 연명의료를 중단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때 ‘임종과정’은 회생의 가능성이 없고, 치료에도 불구하고 회복되지 않으며, 급속도로 증상이 악화돼 사망에 이르는 상태에 국한되는 의미로 사용된다. 그러나 최근 여론조사에서 80%가량의 성인들이 안락사에 찬성한다는 응답을 하는 등 ‘존엄한 죽음’에 대한 관심이 증대되고 있고, 임종과정에 있지 않은 환자라고 하더라도 근원적인 회복 가능성이 없는 경우 본인의 의사로 자신의 삶을 종결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들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수용하기 어려운 고통을 겪는 말기 환자에 한해 희망하는 경우 담당의사의 도움을 받아 스스로 삶을 마칠 수 있도록 하는 ‘조력존엄사’를 도입하는 내용이 개정안의 주요 골자다.

5년 새 급증한 ‘안락사 찬성’…무의미한 삶보다는 품위있게 생을 마무리하고 싶어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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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가운데 우리 국민 10명 중 8명은 임종을 앞둔 환자의 안락사를 허용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에선 2018년부터 소생 가능성이 없는 환자에 대해 연명치료를 중단하는 ‘존엄사’만 허용하고 있다. 서울대병원에 따르면 윤영호 가정의학과 교수팀이 2021년 3, 4월 19세 이상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전체의 76.3%가 안락사 또는 ‘의사 조력 자살’의 법제화에 찬성했다. 의사 조력 자살은 안락사와 비슷하지만 의사의 도움을 받아 환자가 스스로 죽음에 이르는 약을 투약하는 것을 뜻한다.

안락사와 의사 조력 자살 모두 한국에선 불법이지만 스위스, 네덜란드 등 일부 국가에선 허용하고 있다. 윤 교수팀은 안락사 법제화에 대한 인식을 꾸준히 조사하고 있다. 2008년과 2016년 조사에선 각각 응답자의 50.4%, 41.4%가 안락사 찬성 의견을 냈다. 2016년 조사 이후 5년 만에 이뤄진 이번 조사에서 안락사 찬성 비율이 2배 가까이로 오른 것이다. 찬성 이유로는 ▲삶의 무의미(30.8%) ▲좋은 죽음에 대한 권리(26.0%) ▲고통 경감(20.6%) 등을 많이 꼽았다. 윤 교수는 “해외에서 안락사 논의가 활발해지면서 우리 국민들도 ‘품위 있는 죽음’에 대한 관심이 커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치료비 부담 때문에 안락사 선택?… “사회적 ‘웰 다잉’ 논의 선행돼야 해”

주부 김모(52)씨는 최근 시어머니로부터 “혹여 내가 아파서 치료하기 힘들거나 의식이 없으면 지체하지 말고 안락사를 시켜달라”는 말을 들었다. 그는 “늘 건강하다고만 생각했던 어머니가 그런 말씀을 하셔서 가슴이 철렁했다”라며 “이제는 ‘죽음’에 대해 생각해볼 때가 된 건가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남편은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펄쩍 뛰었지만 어머님은 단호하게 ‘내 인생의 마무리는 내가 선택하고 싶다’고 하셨다”라고 전했다.

알랭드롱 영화. 태양은 가득히의 한 장면.
알랭드롱 영화. 태양은 가득히의 한 장면.

전문가들은 최근 안락사에 대한 우리 국민들의 인식이 크게 바뀌는 만큼 ‘존엄한 죽음’을 둘러싼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한 대학병원 의사인 송모 교수는 “‘웰 다잉(Well-Dying·좋은 죽음)’에 대한 사회적 합의 없이 안락사가 법제화된다면 큰 혼란이 초래될 것”이라며 “만약 유족에게 남겨지는 치료비 부담이 안락사 선택의 이유가 된다면 치료할 수 있는 부분도 치료비를 절감하기 위해 안락사를 선택할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한 여론 조사에서도 안락사 찬성자의 14.8%가 ‘가족의 고통과 부담’을 찬성 이유로 들었다. 신현호 해울 대표변호사는 “비용 부담 때문에 안락사를 희망하는 사람이 나오지 않도록 사회보장제도를 강화하는 게 우선”이라고 말했다. 

한편 해외에서는 네덜란드(2002년)와 벨기에(2003년)를 시작으로 안락사를 인정하는 국가가 점차 늘고 있다. 캐나다에서는 2014년 퀘벡주의 존엄사법 제정에 이어 2016년 캐나다 전역에서 적극적 의미의 안락사가 허용됐다. 포르투갈, 스페인 등도 안락사 법안이 마련됐다. 다만 영국과 이탈리아, 독일 등은 연명의료 중단만 허용했을 뿐 적극적 의미의 안락사는 금지하고 있다. [시사캐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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