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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포커스] 레고랜드 사태가 대체 뭐길래…채권시장 ‘꽁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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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포커스] 레고랜드 사태가 대체 뭐길래…채권시장 ‘꽁꽁’
  • 최기훈 기자
  • 승인 2022.10.25 12: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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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캐스트, SISACAST= 최기훈 기자)

 

레고랜드 사태로 국내 채권시장이 얼어붙었다.[사진 레고랜드코리아 캡처]
레고랜드 사태로 국내 채권시장이 얼어붙었다.[사진 레고랜드코리아 캡처]

국내 금융시장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채권 투자자들이 지갑을 닫았고, 대기업도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채권금리는 치솟았다. 증권사, 캐피탈, 자산운용, 은행 등 금융권 전반의 위기론이 불거졌다. 시장에선 특정 건설사가 유동성이 막혀 부도가 날 수 있다는 흉흉한 소문이 돌고 있다,

불안한 시장 분위기는 신용스프레드 확대에서 감지된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20일 기준 국고채 3년물과 회사채(AA-등급) 3년물 간 차이인 ‘신용스프레드’는 20일 128bp(1bp=0.01%p)로 벌어졌다. 이는 2009년 8월 13일(129bp) 이후 13년 2개월 만에 최고 수준이다. 신용스프레드는 국고채와 회사채 사이 금리 격차를 뜻한다. 격차가 벌어지면 회사가 자금을 조달할 때의 비용부담이 그만큼 커졌다는 걸 의미한다. 

시장을 통한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면서 대형 건설사들은 돈줄이 막혔다. 시공능력평가 순위 상위권 업체인 롯데건설은 최근 2000억원의 유상증자를 추진하고 계열사인 롯데케미칼로부터 5000억원의 자금을 빌렸다. 충남지역 6위 건설업체인 우석건설은 지난 9월 말 납부 기한인 어음을 막지 못해 1차 부도 처리됐다.

이처럼 금융시장이 얼어붙은 건 글로벌 긴축 불확실성 영향 때문이지만, 의외의 변수가 더 큰 영향을 미쳤다. 바로 김진태 강원도지사의 ‘입’이었다. 금융시장 불안을 지방자치단체체장이 부추겼다는 걸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 여기엔 복잡한 사정이 있었다. 

사건의 발단은 강원도 춘천시에서 운영 중인 레고랜드였다.레고랜드 건설을 주도한 강원중도개발공사는 강원도가 44%, 멀린엔터테인먼트가 22.5%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는 회사다. 이 회사는 레고랜드를 짓는데 필요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2020년 2050억원 어치의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을 발행하고, 여기에 강원도가 지급보증을 섰다. ‘지자체인 광역시가 보장할 테니 믿고 투자하라’는 얘기였다. 이 어음의 만기는 지난 9월 29일이었다.

회사채 금리 추이.[사진=네이버금융]
회사채 금리 추이.[사진=네이버금융]

그런데 레고랜드가 건설 자금을 제대로 상환하지 못하면서 문제가 커졌다. 본래라면 지급보증을 선 강원도가 레고랜드의 채무를 전액 상환해야 한다. 하지만 강원도는 지급금을 내놓는 대신 강원중도개발공사에 대해 법원에 기업회생을 신청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김진태 강원도지사는 기자회견을 열어 “강원중도개발공사가 빌린 2050억원을 강원도가 대신 갚는 사태를 방지하겠다”며 강원중도개발공사의 회생 신청 계획을 밝혔다.  

회생이 받아들여지면 상당액의 채무를 탕감 받을 수 있고, 납부 기한 또한 미뤄지기 때문에 강원도 입장에서는 훨씬 이득이 되는 선택이었다. 지난 6월 새롭게 도정을 총괄하게 된 김진태 도지사 입장에선 전임 최문순 도지사의 문제점을 지적하기 위한 ‘정치적 계산’도 깔려있었다.

문제는 이 선택을 바라보는 시장의 시선이었다. 글로벌 금리 인상 여파로 부동산 투자 조달 비용이 늘고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공사비 부담도 한층 커져 개발 수익성이 악화하는 중이었다. 주택 분양시장에선 미분양 물량이 쏟아지고 거래량도 감소하며 전반적인 투자심리가 얼어붙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지방정부가 지급보증이라는 계약을 일방적으로 파기하자, 투자자들이 채권시장에서 발을 빼기 시작했다. 지방자치단체가 지급 보증한 어음도 부도가 나는 판국인데, 하물며 증권사·건설사 등이 보증한 어음이나 회사채 등을 어떻게 믿느냐는 불신이 팽배해진 탓이다.지방정부도 돈을 안 갚겠다는데, 시공사는 어떻게 믿겠냐는 거다.

비난 여론이 확산하자 강원도는 예산을 편성하고 내년 1월 말까지 빚을 전액 상환하겠다고 나섰지만, 시장의 불안은 가라앉지 않는 분위기다.

레고랜드 사태로 국내 채권시장이 얼어붙었다.[사진 레고랜드코리아 캡처]
레고랜드 사태로 국내 채권시장이 얼어붙었다.[사진 레고랜드코리아 캡처]

자금경색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결국 정부가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기획재정부, 한국은행,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등은 비상경제금융회의를 열고 ▲채권시장안정펀드 20조원 ▲회사채·CP(기업어음) 매입 프로그램 한도 16조원 확대 ▲한국증권금융 3조원 유동성 지원 ▲PF(프로젝트파이낸싱) 사업자 보증 10조원 등 총 50조원을 지원키로 했다. 채권시장 유동성 공급에 초점을 맞춘 대책이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정부와 한은은 대내외 복합 요인으로 인해 현재의 시장 상황이 매우 엄중하다는 점에 인식을 같이하면서 필요시에는 가용한 정책수단을 총동원해 시장 불안에 적기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글로벌 긴축 기조가 지속되는 가운데 부동산 시장과 경제가 침체하는 상황에서 시장의 불안을 완전히 잠재우기에는 쉽지 않다는 우려도 크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미국발 금리 인상 가속화, 원자재 가격 상승, 분양시장 냉각 등으로 개발사업이 급속히 악화하면서 부동산 PF 대출 부실화가 우려되는 상황”이라면서 “부동산 시장의 부실이 금융시장과 경제 전반으로 파급되는 것을 최소화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사캐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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