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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포커스] 엔데믹 시대, 격변의 한국 OTT 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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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포커스] 엔데믹 시대, 격변의 한국 OTT 시장 
  • 최기훈 기자
  • 승인 2022.11.10 11: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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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캐스트, SISACAST= 최기훈 기자)

 

한국 OTT 시장에서 넷플릭스가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사진 넷플릭스]
한국 OTT 시장에서 넷플릭스가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사진 넷플릭스]

지난 4월, 따뜻한 날씨와 함께 지긋지긋한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엔데믹(풍토병)’으로 전환하는 분위기가 함께 찾아왔다. 정부가 사적 모임 인원과 다중이용시설 영업시간, 집회 등 행사 인원 제한을 전면 해제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거리두기 해제의 영향력은 컸다. 1년 반 넘게 방역으로 위축됐던 대면·야외 활동이 재개되면서 억눌려 있던 외출 및 소비 심리도 되살아났다. 기업들도 거리로 나온 사람들을 겨냥하며 활발한 ‘오프라인 마케팅’에 다시 힘을 쏟았다. 

엔데믹 전환기를 맞아 시장 상황이 크게 뒤바뀐 업종이 있다. 바로 한국의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산업이다. 팬데믹 영향으로 집콕 현상이 장기화하면서 OTT 시장은 지난 2년간 크게 성장했다. 무엇보다 거리두기 조치로 영화관 영업이 제한되면서 이를 찾는 관람객이 급감했고 영화 신작 개봉도 줄줄이 미뤄졌다. 

팬데믹으로 영화관이 막히자 콘텐츠를 보고 싶어 하는 사람들의 수요는 OTT로 몰려갔다. 주요 OTT 플랫폼들은 원하는 시간에 보고 싶은 콘텐츠를 마음껏 볼 수 있다는 강점을 앞세워 구독자를 늘렸다. TV에서 볼 수 없는 오리지널 콘텐츠 확대도 크게 주효했다. 

그중에서도 지난해 9월 출시한 넷플릭스의 ‘오징어게임’이 국내뿐만 아니라 글로벌 시청자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은 건 인상적인 장면이었다. 이 콘텐츠는 전 세계에 신드롬을 불러일으키고, 1년 만에 언어의 장벽을 뛰어넘어 비영어권 작품 최초 에미상 수상이라는 쾌거를 이뤘다.

하지만 올해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가 풀리면서 OTT 플랫폼의 가입자 수 증가세가 주춤하게 됐다. ‘집콕’ 문화 대신 오프라인 시장에서 소비하는 경향이 부쩍 늘어났기 때문이다. 

주요 OTT 사용자 수 추이.[자료 모바일인덱스]
주요 OTT 사용자 수 추이.[자료 모바일인덱스]

단순히 모객만 어려워진 게 아니다. 시장 판도도 크게 요동치기 시작했다. 그간 국내 OTT 시장의 경쟁구도는 단순했다. 넷플릭스가 과점 사업자로 추정되고 있는 한국 OTT 시장은 나머지 점유율을 두고 웨이브, 티빙, 시즌, 왓챠, 쿠팡플레이, 디즈니플러스 등 국내외 OTT 서비스가 치열한 경합을 벌였다.  

하지만 올해 7월 CJ ENM의 OTT 티빙과 KT의 OTT 시즌이 합병을 결정하면서 분위기가 확 바뀌었다. 두 플랫폼의 합병은 오는 12월 1일 진행될 전망이다. 시즌을 흡수합병 하게 된 티빙은 이제 명실상부한 국내 최대 토종 OTT로 거듭나게 됐다. 빅데이터 분석 솔루션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월간 활성 이용자수(MAU) 기준 올해 1~9월 티빙과 시즌의 평균 시장점유율은 각각 13.07%, 4.98%다. 단순히 두 곳의 점유율을 합치면 18.05%로 웨이브(14.37%)를 넘어서게 된다. 

전체 1위인 넷플릭스(38.22%)와 비교해서는 여전히 격차가 크지만, 구독자 수가 늘어나는 건 OTT 플랫폼에 커다란 무기가 된다. 유료 가입자가 많을수록 매출이 늘어날 뿐만 아니라 콘텐츠 제작사를 상대할 때의 협상력도 강해지기 때문이다.
 
한국 OTT 시장을 점령 중인 넷플릭스에도 큰 변화가 있었다. 이 회사는 최근 한국을 포함한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일본 등 9개 국가에 ‘광고형 베이직 요금제’를 새로 출시했다.  콘텐츠에 광고를 포함하는 대신 기존 요금제보다 4000원 가량 저렴한 게 특징이다. 광고 요금제는 넷플릭스의 글로벌 구독자 수가 줄어들면서 선택한 비장의 카드다. 광고를 보는 대신 기존보다 싼 가격에 서비스를 이용하려는 수요가 있을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만약 이 전략이 성공한다면 한국 OTT 시장의 넷플릭스 영향력은 더 공고해질 가능성이 크다. 

티빙과 시즌의 8월 사용자 수 현황.[자료 모바일인덱스]
티빙과 시즌의 8월 사용자 수 현황.[자료 모바일인덱스]

또다른 토종 OTT 강자인 웨이브도 점유율 확대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해외 유명작품 독점 제공이 웨이브의 강점이다. 특히 미국 HBO에서 제작한 ‘왕좌의 게임’, ‘석세션’, ‘유포리아’, ‘하우스 오브 드래곤’ 등을 내세워 가입자 이탈을 방어했다. 

월 4900원의 저렴한 요금제로 고객 수를 늘리고 있는 쿠팡플레이의 행보도 흥미롭다. 쿠팡플레이는 출시 시점인 지난해 1월 월 실사용자(MAU)가 52만명에 불과했지만, 지난 9월에는 MAU 408만명을 기록하면서 로켓 성장에 성공했다. 예능 ‘SNL 코리아’, 배우 김수현, 차승원 주연 오리지널 드라마 ‘어느 날’, 배우 수지 주연의 오리지널 드라마 ‘안나’ 등을 선보이면서 콘텐츠 제작에도 막대한 투자를 하면서 시장의 다크호스로 부상했다. 

OTT 업계 관계자는 “시대와 환경은 바뀌었지만, 업체별로 뺏고 뺏기는 구독자 쟁탈전을 벌이는 건 똑같은 상황”이라면서 “넷플릭스의 위상을 넘을만한 경쟁 플랫폼이 언제 등장하느냐가 시장의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시사캐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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