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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수백의 정치읽기] 원혜영과 ‘원칙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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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수백의 정치읽기] 원혜영과 ‘원칙론’
  • 정수백 기자
  • 승인 2008.07.02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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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민주당 원혜영 원내대표는 부드럽고 합리적인 성품을 가진 정치인으로 평가받는다. 때문에 야당 원내대표로서 필요한 ‘투쟁력’이 없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하지만 그는 지난 88년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20여 년간 정치를 해오면서 단 한번도 ‘원칙’을 저버리지 않은 정치인이다.

부천이 고향인 원 대표는 서울 경복고를 졸업하고 71년 서울대 역사학과에 입학했다. 하지만 긴급조치 세대인 그에게 학창시절이 순탄할리 없었다. 그는 두 번의 투옥과 4번의 제적, 그리고 복학 등을 거쳐 25년 만에 졸업장을 받았다.

사실 그의 사회 첫 직장은 ‘정치인’이 아닌 ‘자영업자’였다.

대학에서 쫓겨난 그는 81년 식품회사인 풀무원을 창립했다. 원 대표의 부친이 풀무원이라는 농장을 운영했던 것이 그가 자영업을 시작한 계기가 된 것. 그는 압구정동에 가게를 내고 풀무원 농장에서 재배되는 유기농 농작물을 팔았다. 당시만 해도 유기농산물이 전무한 상태였다.

하지만 그는 풀무원이 번성하는 것을 보지 못하고 직업을 바꿨다. 87년 6 10 민주항쟁의 결과물로 대통령 직선제를 쟁취했지만 양김(YS DJ)씨의 분열로 민정당 노태우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군정종식’에 실패하자, 그는 ‘정치인’으로 나섰다.

88년 조순형 제정구 유인태 김부겸 등과 함께 한겨레민주당을 창당했다.

그후 민정 민주 공화의 3당합당으로 거대여당인 민자당이 탄생하자, 평화민주당과 이기택이 이끄는 꼬마민주당이 합당을 통해 그는 민주당에 입당했다. 그리고 마침내 92년 제14대 선거에서 첫 금배지를 달았다.

하지만 그에게 또다시 시련이 왔다. 95년 대권 3수생이던 DJ가 ‘지역등권론’으로 무장한 채 정계에 복귀한 후 통합민주당을 쪼개 국민회의를 만들었다.

대부분의 현역 의원들은 다음 총선에서의 당선을 위해 ‘국민회의’로 당적을 변경했지만 그는 “지역주의의 망령을 되살리는 곳에 참여할 수 없다”며 노무현 김원기 김원웅 등과 함께  당 잔류를 선언했다.

이들의 당 잔류는 사실 어려운 결정이었다. 정치생명을 담보로 한 도박일 수 있었다. 때문에 이들의 결정이 신선하게 비춰지기도 했다.

당시 모래시계 검사였던 홍준표 의원과 지금 한나라당 3선인 이주영 의원은 ‘클린벨트’를 형성하자며 민주당 입당 결의를 하기도 했다. 하지만 결국 그는 16대 총선에서 낙선할 수밖에 없었다.

원 대표는 낙선자들과 함께 ‘하로동선(夏爐冬扇)’이란 고깃집을 운영하며 재기를 모색했다. 그리고 97년 대선을 앞두고 민주당에 잔류했던 의원들은 김대중과 이회창을 놓고 뿔뿔이 흩어졌다.

노무현 원혜영 김원기 등은 김대중 지지를, 이기택 홍문표 권오을 장광근 등은 이회창 지지를 위해 민주당과 신한국당을 합당해 한나라당을 출범시켰다.

하지만 이번에는 원 대표의 판단이 정확했다. 국민회의 김대중 후보가 15대 대통령에 당선됐다. 그는 이후 국민회의 후신인 민주당 후보로 98년 민선 부천시장에 당선돼 6년 동안 부천시장으로 활약했다.

그리고 2002년 대선에서 자신의 정치적 동지였던 노무현이 대통령 자리에 오르자, 그는 핵심 실세로 여러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렸다.

그리고 2004년 총선을 앞두고 그는 부천시장직을 그만뒀다. 총선에 나오기 위해서였다. 열린우리당 간판을 가지고 그는 당선돼 재선배지를 달았다. 열린우리당에서 정책위의장, 사무총장, 최고위원 등을 역임했다.

그리고 그는 이번 17대 총선에서 한나라당 후보를 제치고 당선, 3선이 됐다. 그가 지금까지 보내 온 20여 년의 정치이력을 살펴보면 늘 고민과 선택의 기로에 섰던 것 같다.

하지만 원 대표는 단 한 번도 원칙을 저버리지 않은 듯하다.

이번 원내대표 경선과 관련해 김부겸 의원도 출사표를 던졌다. 하지만 투표일을 앞두고 그는 원내대표 자리를 원 대표에게 양보했다. 양보한 이유도 ‘양심과 원칙’이었다.

김부겸 의원은 “원 대표는 정치판에서 보기 드문 양심가이자 원칙론자이다. 그래서 원내대표 선거를 앞두고 원 대표 지지를 선언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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