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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톺아보기] 행동하는 주주가 주가를 판가름하는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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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톺아보기] 행동하는 주주가 주가를 판가름하는 시대
  • 최기훈 기자
  • 승인 2023.02.27 13: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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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캐스트, SISACAST= 최기훈 기자)

 

최근 소액주주들이 기업 경영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주주행동주의'가 여러 기업에서 목격되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최근 소액주주들이 기업 경영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주주행동주의'가 여러 기업에서 목격되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최근 한국 증시를 관통하는 흥미로운 키워드가 있다. 바로 ‘주주행동주의’다. 최근 소액주주들은 기업에 의견을 피력하는 데 거침이 없다. 기업에선 주주들을 달래기 위해 진땀을 빼기도 한다. 소액주주더라도 적극적으로 기업 경영에 개입하는 ‘주주행동주의’가 여러 기업에서 목격되고 있다.

행동주의 펀드를 표방하는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얼라인)이 한국의 최대 엔터테인먼트 기업으로 꼽히는 SM엔터테인먼트의 경영권 분쟁에 크게 관여하고 있는 게 대표적인 사례다. 얼라인은 현재 카카오와 현 SM엔터테인먼트 경영진과 손잡고 ‘경영진’ 진영을 구성해 이 회사의 창업주인 이수만 전 총괄프로듀서와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다. 3월 주총에서 표대결을 펼치는 구도가 벌어질 공산이 커졌다.

애초에 SM엔터테인먼트가 시끄러워진 건 얼라인이 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2021년 9월 출범한 얼라인은 지난해부터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 개인회사인 라이크기획와의 내부거래 등을 지적하며 지배구조 개선을 줄기차게 요구했다. 얼라인이 소액 주주의 지지를 등에 업자 결국 SM엔터테인먼트 경영진은 라이크기획과의 계약을 종결하고 올해 초 ‘에스엠 3.0’을 발표하면서 이수만 전 총괄과의 결별을 공식화한 상황이다. 이렇게 영향력이 큰 데도 얼라인이 보유하고 있는 SM엔터테인먼트 지분은 1% 남짓에 불과하다. 

SM엔터테인먼트 주가 현황. [자료=네이버증권]
SM엔터테인먼트 주가 현황. [자료=네이버증권]

이렇게 경영권 분쟁이 격화하자 회사 주가도 뛰어올랐다. 올해 초만 해도 7만원 안팎에서 거래되던 SM엔터테인먼트의 주가는 13만원대까지 치솟았다가, 현재는 12만원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 

얼라인은 SM엔터테인먼트에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다. 올해 초 KB금융과 신한지주, 하나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 JB금융지주, BNK금융지주, DGB금융지주 등 7대 금융지주에도 합리적인 자본배치정책 및 주주환원정책 도입을 요구하는 공개서한을 보냈다. 이들은 각각의 주주총회에서 표 대결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강성부 펀드로 유명한 KCGI가 지분을 사들이며 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했던 오스템임플란트 역시 투자자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올해 들어 주가가 벌서 30%나 상승했다.

KT&G를 둘러싼 행동주의 펀드들의 움직임은 더 공격적이다. KT&G가 주주제안을 거부하자 행동주의 펀드들이 소송까지 불사했기 때문이다. 행동주의 펀드 연합체는 KT&G에 주주 배당 확대와 한국인삼공사의 인적 분할을 요구하며, 분리한 신설회사에 차석용 전 LG생활건강 대표와 황우진 전 푸르덴셜 대표를 이사로 선임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그런데 KT&G가 이 제안을 사실상 거부하며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KT&G 주가 현황. [자료=네이버증권]
KT&G 주가 현황. [자료=네이버증권]

행동주의 펀드와 소액주주들이 국내 주식 시장에서 강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는 이유는 법적으로 이들의 활동이 보장받고 있어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지난 몇년간 주주 권리를 강화하는 법안이 여러 차례 발의됐다”면서 “이 법안들이 ‘주주행동주의’를 강화하면서 펀드와 소액주주들이 적극 활동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고 분석했다.

주주행동주의를 단단하게 만든 대표적 시스템은 2020년 상법 개정안 때 도입된 ‘다중대표소송’ 제도다. 골자는 상장기업 지분의 0.01%(비상장인 경우 1%) 이상 소유한 주주는 해당 기업이 지분 50% 이상 보유한 자회사에 경영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것이다. 

같은 해 도입된 ‘감사위원 분리선출제’ 역시 주주행동주의에 힘을 실어줬다. 기존엔 기업이 선임한 이사 중에서 감사위원을 선출했기 때문에 감사위원 선임 과정에 기업의 입김이 들어가는 일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감사위원 분리선출제는 다르다. 1명 이상의 감사위원을 이사 외 인물로 선임하도록 규정하고 있어서다. 적어도 감사위원 1명은 주주들의 의사를 반영해 뽑을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린 셈이다.

주주행동주의가 강해진 배경은 이뿐만이 아니다. 인터넷과 SNS 등 각종 커뮤니티에서 기업 경영 관련 정보가 활발히 유통되고 있는 점도 소액주주가 단결하는 배경이 됐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과거엔 기업 정보를 갖고 있는 소수의 리더 중심으로 소비자 운동이 일어났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면서 “소비자들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기업 이슈를 빠르게 접하고 의견을 공유하면서 개미도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사캐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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