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7 13:52 (토)
[이슈포커스] 고령층 언제까지 안전하게 운전하는 게 가능할까?
상태바
[이슈포커스] 고령층 언제까지 안전하게 운전하는 게 가능할까?
  • 김지영 기자
  • 승인 2023.02.28 17:0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연령 기준 반납 요구에 노인들 반발…인프라·제도 정비 시급

(시사캐스트, SISACAST= 김지영 기자)

 

2018년부터 고령운전자 자진 면허 반납 제도가 전국적으로 시행 중이다. [사진=픽사베이]
2018년부터 고령운전자 자진 면허 반납 제도가 전국적으로 시행 중이다. [사진=픽사베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등에 따르면 2018년 부산시부터 시작한 고령운전자 자진 면허 반납제는 5년째 전국적으로 시행되고 있다. 고령운전자가 스스로 주민센터에 면허증을 가져가면 반납과 함께 대중교통 등을 이용할 수 있도록 여러 지원을 제공한다. 그러나 고령운전자의 자진 면허 반납률은 그리 높지 않다.

대부분의 노인들은 “나이 들어서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게 더 불편해 차를 가지고 병원도 가고 드라이브도 다닌다”라면서 “지원 제도가 있다고는 하지만 거의 없는 거나 마찬가지라 면허증 반납은 크게 생각하고 있지 않다”라고 말했다.

“눈이 침침해져 앞 사물이 보이지 않을 때 면허증 반납하겠다”

[사진 = KBS 뉴스화면 캡처]
지난해 운전면허증을 소유한 65세 이상 고령 운전자 중 면허를 자진 반납한 비율은 2.6%에 불과하다. [사진 = KBS 뉴스화면 캡처]

충북 보은군에 거주하는 김모씨(68). 이제 면허증을 반납할 나이가 됐지만 그럴 생각이 없다. 마을로 들어오는 버스가 하루 10대 안팎에 불과하고 이마저도 저녁 6시가 조금 지나면 끊긴다. 혹시 아내가 밤늦게 아프기라도 하면 병원에 가기 힘들어서 면허증 반납은 생각하지 않고 있다.

그는 “여기는 서울만큼 교통수단이 잘 되어 있는 것도 아니고 병원이 많은 것도 아니라서 차가 없으면 움직이기 힘들다”라며 “정말 눈이 침침해져 앞 사물이 보이지 않을 만큼 늙어야 면허증 반납을 고려할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응암동에 사는 정모(70)할머니 역시 “숫자로 말하면 70세지만 크게 아픈 곳도 없고 운동신경도 아직 문제 없어 운전을 하고 다닌다”라면서 “앞으로 5년 정도는 거뜬히 할 수 있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처럼 고령운전자의 자진 면허 반납제가 시행된지 5년이 지났지만 노인들은 여전히 면허증 자진 반납을 기피하고 있다. 

만 75세 이상이면 운전면허 반납 입법화 추진해야 

[사진=부산지방경찰청 제공]
지자체나 경찰에서 노인들의 운전면허증 반납 캠페인을 벌이고 있으나 효과는 매우 미미하다. [사진=부산지방경찰청 제공]

최근 고령 운전자의 인지기능의 저하로 인한 사고가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지자체나 경찰에서는 인지기능검사 및 자진반납 제도를 통해 노인들의 운전면허증 반납 캠페인을 벌이고 있으나 이의 효과는 매우 미미하다.

2019년 2월 강남구 청담동 한 호텔 주차장 앞에서 96세 고령 운전자가 몰던 차가 후진 도중 30대 여성을 들이받아 사망한 사건이 있었다. 그 뉴스를 보고 많은 사람이 100세 가까이 되는 노인이 운전하고 다니는 것은 다른 사람들에게 위협을 가할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무리 건강하고 운동신경이 살아있다고 해도 96세의 노인이 운전하는 것은 무리라는 의견이 많았다. 그 후에도 부산 해운대구 좌동의 한 도로에서 81세 노인이 몰던 SM5 차량이 중앙선을 넘어 반대편 아파트 1층 상가를 들이받았던 사건이 있었고, 광주에서도 75세 운전자가 후진으로 주차하다가 갑자기 식당으로 돌진해 식당에 있던 2명이 크게 다친 적도 있다.

대부분의 시민들은 “더 이상의 불행한 피해자가 발생 되는 것을 막기 위해 가장 안전한 방법은 입법화 추진을 통한 만 75세 이상의 노인들은 무조건 운전면허증을 반납해야 하는 법 시행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무사고를 자랑하며 운전에 자신하는 노인들 많아

이처럼 고령 운전자에 대한 운전 적성검사를 더욱 철저히 시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지만, 이는 그저 검사의 시행에 그칠 뿐이다. 인지기능검사에 합격한 75세가 넘은 노인의 정신과 건강은 고령의 원인으로 언젠가는 순간적으로 크게 저하될 수 있다.

2019년부터 75세 이상자의 경우 고령 운전자 적성검사 기간은 5년에서 3년으로 단축돼 기준이 강화됐으나, 큰 효과는 없어 보인다. 문제는 여전히 많은 노인들이 20년 무사고, 30년 무사고를 자랑하며, 자신은 사고를 일으키지 않는다고 자신한다는 것이다.

30년 무사고 경력을 뿌듯하게 여기는 양모(65) 할아버지는 “운전할 때마다 정신을 바짝 차리고 신경 쓰기 때문에 그동안 사고 한번 일어나지 않았다”라며 “이렇게 조심스럽게 운전한다면 앞으로 20년은 더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큰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촘촘한 시스템 마련이 필요

만65세 이상 운전자는 자발적으로 면허증을 반납하고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사진=픽사베이]

현재 한국이 채택하고 있는 고령운전자 대책은 운전면허증 반납 제도다. 만 65세 이상 운전자가 되면 자발적으로 동사무소 등을 찾아가 면허증을 반납하고 지원을 받는 방식이다. 다만 10만원 상당의 지원금에 불과할 정도로 고령운전자들이 느끼기엔 인센티브가 턱없이 적다.

정작 지원금을 높이려고 해도 지방자치단체의 부족한 예산이 걸림돌이다. 이런 가운데 면허증 단순 반납은 고령자의 이동권을 해칠 수 있어 조건부 운전면허 제도를 도입한 국가도 있다. 대중교통이 마련돼 있지 않은 지방은 충분히 고려할 수 있는 대책이다.

미국 캘리포니아, 일리노이주의 경우 고령운전자들은 자택 인근에서만 운전할 수 있는 면허증을 발급받을 수 있다. 미국 오하이오주는 고령 운전자에게 낮에만 운전을 허용하거나 고속도로 운전을 금지하는 대책을 마련, 큰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촘촘한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시사캐스트]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