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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포커스] 주인 없는 기업들 ‘CEO 리스크’ 불거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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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포커스] 주인 없는 기업들 ‘CEO 리스크’ 불거지나 
  • 최기훈 기자
  • 승인 2023.03.06 13: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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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캐스트, SISACAST= 최기훈 기자)

 

KT가 차기 CEO 공모 절차를 밟고 있다.[사진 KT]
KT가 차기 CEO 공모 절차를 밟고 있다.[사진=KT]

주인 없는 회사에 대한 ‘CEO 리스크’가 확산되고 있다. 주인 없는 기업이란 지분이 잘 분산돼 있어 지배주주가 아예 없는 기업들을 뜻한다. 삼성전자나 현대차처럼 오너 일가가 확실하게 경영권을 장악하고 있는 기업과는 상황이 달라 주인 없는 기업으로 불린다. 이들은 정부 지분을 대거 민간에 넘긴 옛 공기업이었다. 주인 없는 기업의 대표 사례로는 포스코나 KT, KT&G가 있다.

그런데 최근 윤석열 정부가 “확고한 지배주주가 없는 기업의 경우 특정인이 특정 세력과 여러 차례 연임을 거쳐 경영권을 장악하는 것이 옳지 않다”고 지적하면서 이들 기업의 지배구조를 뒤흔들고 있다.

표적이 된 기업은 KT다. 구현모 KT 대표는 최근 연임을 포기했다. 고심 끝에 KT 차기 CEO 후보 경선에서 빠지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구 대표는 당초 뛰어난 경영 성과를 바탕으로 연임 가능성이 높게 전망되던 CEO였다. 재임 기간 매출과 영업이익을 큰 폭으로 끌어올렸고, 주가와 시가총액도 상승했다.

구현모 KT 대표는 3월 말 임기가 종료된다.[사진 KT].jpg
구현모 KT 대표는 3월 말 임기가 종료된다.[사진=KT]

무엇보다 기존 통신업에 머물지 않고 인공지능(AI)·클라우드·로봇·기업간거래(B2B)·콘텐츠 등 체질 개선에 성공했다. 구 대표는 취임 초기부터 추진한 ‘디지털 플랫폼 기업으로의 전환’이 실적과 주가 상승으로 이어지자, 3년 더 KT를 이끌 가능성이 높아보였다. 

실제로 구현모 대표는 지난해 말 연임 의사를 표명했고, KT 이사회는 차기 대표의 우선 심사 대상으로 선정해 구현모 대표를 낙점했다. 

그런데 KT의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이 이 결정을 비판했다. 지배주주가 없는 소유분산기업은 부적절한 장기 연임이 이어진다는 거다. 주인 없는 기업의 현직자 우선 심사 관행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자, 구 대표는 복수 후보에 대한 심사 가능성을 검토해 달라고 요청했다. KT 이사회는 외부 공모 절차를 거쳐 지난해 말 구 대표를 차기 대표로 확정지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공모 기준 및 절차를 외부에 공개하지 않아 깜깜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국민연금이 다시 “투명하고 공정한 절차에 따라 이뤄져야 한다는 경선의 기본 원칙에 부합하지 못하다”면서 반대에 나섰다. 윤석열 대통령도 “소유분산기업의 스튜어드십 코드가 작동되어야 한다”며 공세 수위를 높였다.

정치권의 압박이 거세지자 KT는 원점에서부터 다시 공모에 나섰다. 사내 인사와 외부 공모 등을 거쳐 33명의 후보가 확정됐다. 이 과정에서 구현모 대표가 자진 사퇴를 선언한 것이다. 업계에선 후보 선정 절차를 뒤집었음에도 정치권의 압박이 계속되자 사퇴를 결심한 것으로 보고 있다. 

구 대표가 사퇴하고 난 뒤엔 압축 후보 4인 명단이 추려졌다. 박윤영 전 KT 기업부문장(사장), 임헌문 전 KT 매스총괄(사장), 윤경림 KT 그룹 트랜스포메이션부문장(사장), 신수정 KT 엔터프라이즈 부문장(부사장) 등이 올랐다. 특정 후보 유력설이 확산하면서 ‘낙하산 인사’가 재현될 것이란 우려가 고개를 들었지만, 압축된 4명은 모두 KT 전현직 임원이었다. 정치권과 접점도 적었다. 출사표를 냈던 정관계 인사들은 모두 고배를 마셨다. 

KT 주가현황. [사진=네이버증권]
KT 주가현황. [사진=네이버증권]

그러자 이번엔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이 나섰다. 이들은 지난 2일 KT 차기 대표 후보 명단이 전·현직 출신 인사로만 이뤄진 것에 대해 “철저히 내부 특정인들의 이해관계 속에서 서로 밀어주고 당겨주며 이권 카르텔을 유지하려는 전형적인 수법”이라며 “민주노총의 MBC 장악시도와 다를 것이 없다. KT 차기대표 인선을 즉각 중단하라”고 밝혔다. 대통령실도 같은 날 “(대기업은) 공정하고 투명한 거버넌스가 이뤄지지 않으면 조직 내에서 모럴해저드가 일어나고, 결국 손해는 국민이 볼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처럼 수차례 공모 절차를 바꾸고도 정부의 압박에 시달리자 KT 이사회도 곤혹스러운 상황에 놓이게 됐다. 예정대로라면 7일 면접을 거쳐 최종후보 1명을 확정해 오는 29일 또는 30일 정기주주총회에서 새 대표이사를 선임해야 하는데, 이런 일정도 확정하기 어려워졌다. 

주인 없는 기업인 포스코와 KT&G도 같은 논란을 겪을 가능성이 적지 않다. 정부가 이들 기업의 CEO 선임절차와 방식의 투명성을 지적하면, 이사회와 경영진에게 상당히 압박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현재 KT&G에서 3연임 중인 백복인 사장은 내년 3월에 임기가 만료된다. 최정우 포스코 회장의 임기 역시 내년 3월까지다. 

재계 관계자는 “아직 임기 1년을 남겨놓곤 있지만, 거취와 관련해 정치권에서 이슈를 만든다면 임기를 다 채우는 것도 어려울 수 있다”면서 “포스코는 태풍 힌남노로 인해 포항 냉천이 범람하면서 포항제철소가 사상 처음 가동이 중단된 사고 문제가 걸려 있고, KT&G는 행동주의펀드의 공세에 시달리고 있는 점이 큰 부담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시사캐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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