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8 14:21 (일)
[기자수첩] 술과 담배 ‘미성년자는 사면 안 된다’는 법도, 구제방안도 없다
상태바
[기자수첩] 술과 담배 ‘미성년자는 사면 안 된다’는 법도, 구제방안도 없다
  • 황최현주 기자
  • 승인 2023.05.02 17:2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황최현주 기자 

(시사캐스트, SISACAST=황최현주 기자) 소년범죄의 형태가 갈수록 고도화되고 있다. 소년법의 형태나 유형 등이 고도화되면 소매점을 하는 업주들도 타격을 받기 마련이다. 이유는 술과 담배 때문이다. 술과 담배라벨에 보면 ‘만19세 이하 미성년자에게 해당 상품을 팔면 안 된다’는 안내문구를 쉽게 발견할 수 있다. 

그런데 행위제제 대상은 소매점 업주들을 타킷으로 하고 있다. 소년법과 안내문구에는 ‘만19세 미만자는 해당 상품을 구매하면 안 된다’는 어떠한 문구도, 규정도 없다. ‘팔면 안 된다’는 규정은 있어도 ‘사면 안 된다’는 규정이 없기 때문에 소매점 업주를 타킷으로 한 청소년 범죄는 근절이 안 되고있는 것이다.

몇 년 전 편의점들이 즐비해진 동네에 유일하게 구멍가게를 운영하고 있었던 어르신을 만난 적 있었다. 아이가 먹을 과자와 맥주 한 캔 사러 들렀는데 문이 닫혀 있었다. 닫힌 문 한 가운데 영업정지 처분이 이뤄진 것을 의미하는 ‘노란딱지’가 붙여져 있었다. 가게 앞에서 만난 어르신은 연신 억울함을 호소하고 계셨다. 어르신은 며칠 전 자신의 가게로 들어온 남학생 둘을 대학생으로 알고 담배를 한 갑씩 팔았다.

“내가 알고 팔았나, 모르고 팔았지. 민증까지 보여주길래 (대학생) 맞는 것 같아서 팔았는데, 구청에서 사람이 왔더라. 애들한테 담배 팔았다고 한 달 가게 문 닫아야 한다고. 한 달 장사 못 하게 돼서 자식들에게 용돈 달라고 손 벌리고 있는 중인데 왜 내한테만 뭐라하노. 법이 이래도 되나?”

호프집을 운영한 업주 B씨도 한 차례 영업정지 처분을 받았다고 한다. 한 달 60만원 가까운 월세, 주‧야 두 명의 종업원과 주방이모 급여, 초등학교 다니는 아들 학원비, 암투병하고 계시는 모친, 집을 담보도 받은 대출, 신용대출 등 타격이 막심한 수준이라고 하소연했다.

B씨가 영업정지 처분을 받게 된 사연은 이렇다. 몇 달 전 미성년자로 보이는 남학생 두 명이 들어와 맥주를 주문하자 B씨는 민증 검사를 했고, 그 과정에서 두 학생은 자신들이 대학생이라고 말하며 민증을 집에 놔두고 왔다고 말했다고 한다. B씨가 이들에게 “술을 못 판다”고 말을 하자 약간 소란을 피웠고, 이 과정에서 앙심을 품고 구청에 B씨가 자신들에게 술을 팔았다고 허위신고를 한 것이다. 

“신고내용이 진실인지 허위인지 경찰이든 구청 공무원이든 전혀 신경 쓰지 않고 무조건 영업정지부터 내려버린다”며 “검찰에 약식기소 돼 벌금 처분을 받았는데, 부과받은 벌금도 과도하다고 느껴 정식재판 청구를 해놓은 상황이다”는 말로 현 상황에 대한 억울함을 호소했다.

술과 담배를 구입할 수 없다는 것은 미성년자들도 잘 알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이들을 제재할 수 있는 수단이 없기 때문에 요즘은 악의적으로 업주들을 골탕먹이기 위한 의도적 기망행위, 앙심 품은 보복 등이 만연되고 있는 추세이다. 더욱이 경찰 등 공무원들은 민원 내용이 진실인지 아닌지조차도 파악하려 들지 않고 있다. 그래서 업주들의 타격은 해가 갈수록 극악해지고 있는 실정이다.

민법에는 미성년자가 불법행위를 한 사실로 인해 선의의 피해자가 확인되면 친권을 가진 부모가 피해자에게 배상을 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업주들은 이 같은 법적절차도 행사할 수 없다. 구제받기까지 시간이 길어지고 있는 점과 청구에 드는 비용 등이 만만찮기 때문이다. 

행정심판과 소송으로도 구제를 받을 수 있는 방법은 있지만, 이 역시도 비용과 시간적인 측면에서 오히려 업주들에게 손해가 되고있는 구조이다. 행정심판을 제기하게 되면 그 결과까지 한 달 이상 소요된다. 영업정지 처분은 통상 한 달 정도이기 때문에 차라리 한 달의 시간을 기다리는 것이 이들에게는 더 이득이기 때문이다. 물론 취소가 결정되면 차라리 행정심판이 더 나을 수도 있다.

4년에 한 번씩 열리는 대통령 선거와 국회의원 선거에서 이들은 다들 ‘민생안정’을 부르짖고 있다. 어려운 소상공인들이 대출을 조금 더 수월하게 받을 수 있도록 금융권 제도를 완화하겠다고 약속하거나, 코로나19 등 재난상황이 닥치면 지원금을 주겠다는 등의 공약을 펼친다. 

먼 과거에는 통하는 수법일지 모르지만, 현재는 그렇지 않는 추세이다. 돈 1000만원 주겠다는 약속보다 이들에게 절실한 것은 ‘소년법 개정’과 ‘고의로 술 담배를 샀을 경우 받을 수 있는 처분‧처벌 규정’, ‘행정처분완화 및 구제’ 등이 마련되는 것이다. 

언젠가 길거리에서 교복을 입고 있는 남학생들이 전자담배를 피우면서 걷고 있는 모습을 목격한 적 있었다. 학생인권에 대한 경각심이 조성되면서 학교에서조차도 이들의 소지품 검사를 하고 있지 않다. 

학생의 인권도 중요하지만, 유해한 물질을 갖고 다니는지, 아닌지에 대한 어른들의 관심도 중요한데, 법이 정작 어른들이 수행해야 할 ‘의무’를 수행치 못 하게 가로막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 그 학생들의 뒷모습을 씁쓸하게 오랫동안 지켜보았다. [시사캐스트]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