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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生기업TALK] DB그룹, 안정된 '금융업' 일어선 '제조업'...지속 가능한 미래의 서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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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生기업TALK] DB그룹, 안정된 '금융업' 일어선 '제조업'...지속 가능한 미래의 서막
  • 이현주 기자
  • 승인 2023.06.05 09: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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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캐스트, SISACAST=이현주 기자)

'시작은 미약하나 그 끝은 창대하리라' 성경 구절을 연상케 하는 기업이 있다. 

1969년 김준기 DB그룹 창업회장은 자본금 2500만 원과 직원 2명으로 미륭건설(현 동부건설)을 설립했다. '아름답게 솟아난다'라는 뜻의 미륭(美隆), 기업의 역사는 이름 따라 흘러갔다.

중동 건설시장에 진출한 미륭건설은 주베일 해군기지 공사 등 대규모 수주를 따내며 서서히 두각을 드러냈다. 오일쇼크 당시 위기에 직면한 국가경제에 기여하고, 해외에서 거둔 외화수익금을 기반으로 보험·전자·제철·금속·화학 등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해 갔다. 미륭건설은 1980년 한국자동차보험(현 DB손해보험)을 인수하고 국민투자금융(DB금융투자)를 설립했다. 이어 반도체용 실리콘 웨이퍼 제조회사인 실트론을 미국 몬산토와 합작 설립하며 전자 산업에 진출했다. 1984년 동진제강(동부제철)과 1986년 울산석유화학(동부석유화학), 1988년 영남화학을 차례로 인수해 그룹의 규모를 키웠다. 이후 1989년 미륭건설을 동부건설로 상호 변경하고 1991년 '동부'를 그룹 명칭으로 확정했다.

창업 당시 작은 규모로 눈에 띄지 않던 기업은 해외 시장 공략 및 사업다각화를 통해 단기간에 몸집을 불렸다. 그 결과 1990년 20대 그룹에 진입, 2000년 10대 그룹으로 도약하며 한 편의 성장드라마를 써내려갔다.

성장가도를 달리는 기업에게도 성장통은 있었다. 2008년 세계금융위기로 건설경기가 악화되면서 전과는 다른 상황이 전개됐다. 주력 산업인 철강업은 금융 위기와 중국발(發) 철강 공급 과잉 등 연이은 악재에 수익성이 폭락하며 흑자에서 적자로 돌아섰다. 

위기에 직면한 동부그룹은 '선택과 집중'에 나섰다. 동부그룹은 심기일전으로 '동부식 경영시스템'을 추진, 조직체계 개편을 통해 경영 효율성을 개선했다. 동부의 모체인 동부건설 매각으로 2017년 11월부터는 그룹 명칭을 동부에서 'DB'로 변경,'Dream Big'이라는 뜻을 품고 큰 꿈을 향한 도약의 첫발을 내딛었다.

출처=DB그룹
출처=DB그룹

DB는 ▲보험(DB손해보험/DB생명) ▲금융(DB금융투자/DB자산운용/DB저축은행/DB캐피탈) ▲제조(DB하이텍/DB메탈)·서비스(DB Inc./DB FIS/DB월드)로 사업분야를 체계화해 성장 활로를 마련했다. 각 사업군에 노련한 전문경영인을 그룹장으로 선임하고, 계열사에 젊은 CEO를 발탁하며 조직에 새로운 변화를 예고했다.

안정된 '금융업', 일어선 '제조업'

▶DB의 든든한 캐시카우 'DB손해보험'

DB의 금융 계열사는 캐시카우 역할을 수행하며 그룹의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 그룹 총 매출액의 대부분이 금융에 집중됐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DB손해보험(이하 'DB손보')의 견조한 실적은 주목할 만 하다. 지난해 4분기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한 DB손보의 긍정적 전망은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올해부터는 새로운 회계제도(IFRS17)가 도입되면서 순이익 증가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IFRS17은 보험부채의 평가 기준을 원가에서 시가로 변경하는 것이 핵심이다. IFRS17 도입에 따라 미래 수익성 지표인 보험계약서비스마진(CSM)이 새로운 평가 항목으로 신설됐다. CSM은 보험사의 장기 수익력을 가늠하는 지표로서, CSM 규모가 클수록 보험영업이익이 증가한다.  

DB손보는 올해 1분기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18.2%, 16.0% 감소했지만, 전분기 대비 114.4%, 94.9%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DB손보의 CSM은 12조1000억 원으로 지난해 말 대비 1.6% 증가했으며, 6859억 원의 CSM을 신계약으로 확보했다. 전년의 높은 기저로 1분기 실적이 다소 약화된 듯 보이지만, 신계약 CSM 확보에 우위를 점하고 있고 높은 수익성이 유지되고 있어 업계 1위로의 도약이 기대된다.

출처=DB그룹
출처=DB그룹

DB손보의 영향력은 국내를 넘어 해외 시장으로 확산되고 있다. 기업의 핵심 타겟은 성장 가능성이 높은 베트남 시장이다. DB손보는 지난 2011년 호치민에 주재사무소를 개소한 후, 2015년 시장점유율 5위였던 베트남 PTI(Post&Telecommunication Insurance) 지분 37.32%를 인수했다. 이어 지난 2월에는 시장점유율 10위의 VNI(Vietnam National Aviation Insurance) 손해보험사 지분 75%를 인수하며 경영권을 확보했다.  DB손보는 일찍이 미국 시장을 공략하고, 중국과 동남아 등지로 사업 발판을 넓혀가며 '글로벌 보험사'로서의 위상을 강화해 가고 있다.

든든한 캐시카우를 확보한 DB는 금융 계열사에 치우친 수익구조를 다변화해 지속 가능한 성장의 길을 열어갈 방침이다. 이에 금융 사업에 집중된 시선이 제조 사업으로 분산되고 있다. 

▶백조 되어 훨훨 날아오른 'DB하이텍'

동부전자가 모태인 DB하이텍은 2001년부터 2013년까지 적자의 늪에서 허우적대며 그룹의 '미운 오리 새끼'로 전락했다. 그럼에도 기술 개발과 투자를 지속하며 언젠가 찾아올 기회에 대비했다. DB하이텍은 2008년 업계 최초로 0.18미크론급 복합전압소자 공정개발에 성공하고, 2010년 아날로그반도체 특화 파운드리 분야 세계 1위를 차지했다. 

2014년을 기점으로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났다. 와신상담 끝에 볕들 날이 찾아온 것. 그동안 축적해 온 경험과 기술력, 앞서 김준기 창업회장이 단행한 투자들이 결실을 맺으며 DB하이텍은 파운드리 사업을 추진한 지 13년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이후 8인치 파운드리 호황에 힘입어 2021년 창사 이래 처음으로 매출 1조 원을 돌파, 미운 오리에서 백조가 된 DB하이텍의 힘찬 날갯짓이 시작됐다.

최근 반도체 시장을 덮친 한파에도 DB하이텍은 끄떡없는 모습이다. 중화권에서의 탄탄한 매출이 기업의 실적을 견인하고 있기 때문. DB하이텍은 반도체 불황을 버텨내며 미래 성장동력을 만드는 데 주력하고 있다.

DB하이텍은 8인치 파운드리 사업과 함께 브랜드사업부를 통해 DDI를 자체 설계, 판매하는 팹리스 사업도 추진 중이다. 8인치 파운드리 사업과 팹리스 사업은 기업을 지탱하는 두 다리라 할 수 있다. DB하이텍은 파운드리와 팹리스의 동반성장을 꾀하며 향후 기업가치 6조 원의 기업으로 나아간다는 계획이다. DB하이텍은 DB의 오뚝이 정신을 이어가며 성장드라마 속 성장에피소드를 만들어가고 있다.

출처=DB그룹
출처=DB그룹

시대의 급격한 변화와 수많은 변수들이 기업 경영에 영향을 미친다. DB는 어떤 환경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탄탄한 사업 기반을 구축하는 한편, 지속성장을 목표로 신성장동력을 발굴·육성해가고 있다.

DB의 성장드라마는 위기를 넘어 절정에 접어들었다. 오뚝이처럼 일어선 DB는 '도전'과 '도약'으로 이어지는 뫼비우스의 띠 안에서 엔딩 없는 드라마를 써내려가고 있다. [시사캐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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