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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세 시대] 출산보다 많아진 죽음…‘웰다잉’ 어떻게 준비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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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세 시대] 출산보다 많아진 죽음…‘웰다잉’ 어떻게 준비해야 하나?
  • 김지영 기자
  • 승인 2023.06.08 10: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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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 76%, 병원에서 사망 ‘집에서 편히 가고 싶다’

(시사캐스트, SISACAST= 김지영 기자)

 

노인의 76%가 병원에서 죽음을 맞이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사진=픽사베이]

나이가 들어감에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부분이 ‘죽음’이다. 치열하게 살았으니 평온하고 안락하게 생을 마무리하고 싶다는 사람들이 늘어남에 따라 ‘안락사’에 대한 이슈가 다시금 떠오르고 있다.

그렇다면 죽음에 대한 준비는 얼마나 돼 있을까. 국내에서 준비된 죽음에 대한 관심이 커진 건 2000년대 중반으로 이른바 ‘웰다잉(well dying)’ 문화가 확산되기 시작했다. 자신이 원하는 장례식의 형태를 이야기하고, 유언장 작성과 연명 의료를 받을지 고민하는 사람들이 늘었다.

누구나 준비된 죽음을 맞이하는 건 아니다. 죽음이 아직 멀리 있다고 생각해 준비를 미루다가 갑자기 생을 마감하거나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모르는 경우가 더 많다. 자신의 죽음을 스스로 준비하는 것이 당연시된 요즘, 한 번쯤은 생을 어떻게 마감해야 할지 생각이 필요해 보인다.

연간 약 55만 명 요양기관행…주거지 임종은 ‘요원’

우리나라는 지난 2000년 고령화 사회에 진입한 이후 올해 65세 이상 고령 인구 950만 시대를 맞은 상황이다. 불과 2년 뒤인 2025년에는 전체 인구의 20%가 65세 이상인 초고령 사회에 진입하게 된다.

급격한 고령화로 노년과 임종 과정에 본인의 선택이 중요시되고 치료와 돌봄은 물론 정서적 지지까지 강조하는 웰다잉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자 2016년에는 ‘웰다잉법’(연명의료결정법)이 국회를 통과하기도 했다.

그러나 여전히 노인 10명 중 7명 이상은 병원에서 사망하는 등 생애의 마지막 장소는 집 또는 원하는 곳이 아닌 병원인 경우가 다수다.

73세인 김모 할아버지는 “아직은 정신도 멀쩡하고 거동하는 데도 불편함이 없지만 조금 더 나이가 들면 어떻게 해야 하나 걱정이 된다”라며 “자식들에게 폐 끼치지 않고 최대한 편안하게 생을 마감해야 하는데 무슨 준비를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라고 말했다.

이어 “혹시 모를 일을 대비해 간병인 보험을 포함해 여러 가지 보험은 들어놨는다”라며 “나이가 더 들면 요양원에서 간병인의 도움을 받아 생활하다 숨을 거두게 될 것 같아 아쉬움이 남는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재정 확충과 재분배를 통해 가정 내 임종 비율을 높이면 그만큼 의료비용도 줄일 수 있다고 제언했다.

6일 보건복지부의 ‘의료서비스이용현황’ 자료를 보면 2021년 한 해 요양병원 입원 환자 수가 39만3989명으로 나타났다. 요양원 입소자가 15만여 명인 점을 고려하면 매년 55만 명 이상이 요양시설에 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요양병원이나 요양원 같은 요양시설이 생에 마지막 거주 장소가 돼 집으로 돌아오지 못한다는 점이다. 

시설 위주, 재가 서비스 부족…부적절 입원 부추겨

우리나라의 병원 내 노인 사망 비율은 OECD 국가 중 일본에 이어 2위다. [사진=픽사베이]

지난 5일 김윤 서울대학교 의대 교수가 국회에서 열린 ‘병원이 아닌 집에서 죽을 권리’ 토론회에서 발표한 ‘웰다잉을 위한 노인돌봄체계 개편방안’을 보면 우리나라 노인의 60.2%는 가정에서 죽음을 맞이하고 싶어 하지만 실제로는 76.2%가 병원에서 사망했다.

앞선 자료에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병원 내 사망 비율은 50%로 조사됐다. 이 비율이 70%를 넘는 건 우리나라와 일본, 체코뿐이고 우리나라는 비교 대상 22개국 중 일본에 이어 2위다. 고령층 인구의 증가와 함께 우리나라의 노인 돌봄 재정은 지속적으로 증가해왔다.

김 교수에 따르면 국내총생산(GDP) 대비 노인돌봄 재정 지출은 OECD 평균(1.7%)보다 낮은 1.3%로 나타나 격차가 크지 않았다. 그럼에도 선진국에 비해 우리나라 노인들이 요양기관으로 향하는 비율이 높은 이유는 재정의 분절과 부족한 재가 서비스가 꼽힌다.

면목동에 거주하는 김모(80) 할머니는 “남편은 5년 전에 먼저 하늘나라에 갔고 아들은 미국에 살고 있어 몇 년에 한 번 볼까 말까 한다”라며 “딸은 서울에 살고 있는데 자영업을 하고 있어서 가게가 쉬는 날이 되어야 얼굴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다행히 일주일에 두 번 복지사 선생님이 집을 방문해 그림도 그리고 책도 읽어주신다”라며 “자주 못 보는 자식보다 복지사 선생님께 더 의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집에서 편히 가고 싶다’라고 하시는데 그렇게 되지 못할까 불안해하셔

국내총생산(GDP) 대비 노인돌봄 재정 지출은 OECD 평균보다 1.3%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사진=픽사베이]

2021년 기준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장기요양 재정 현황’을 보면 보험료와 국고지원금을 합한 수익은 9조5020억원인데 1인당 비용을 보면 시설급여 이용자가 1598만원으로, 재가급여 이용자의 683만원보다 2배 이상 많은 혜택을 받는다. 국가 재원이 요양병원이나 요양원 같은 요양시설에 사용되는 비중이 크다 보니 상대적으로 재가 서비스 이용이 적은 실정이다.

김 교수가 장기요양등급 1등급 대상자를 기준으로 재가요양 서비스 시간을 분석한 결과 OECD 국가 평균이 주당 41시간인 반면 우리나라는 21.7시간에 그쳤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의료 또는 돌봄 서비스가 필요한 노인들은 시설로 향할 수밖에 없다.

주부 전모(53)씨는 “친정아버지가 올해 85세로 재가요양 서비스를 신청했는데 신청자가 많아 대기를 해야 한다는 소리를 들었다”라며 “친정아버지 혼자 생활하시기 때문에 누군가가 주기적으로 돌봐드려야 하는데 언제까지 대기로 있어야 하는지 모르겠다”라고 말했다.

이어 “대기가 오래 걸리면 어쩔 수 없이 요양시설로 모셔야 하는데 마음이 너무 안좋다”라며 “아버님도 ‘집에서 편히 가고 싶다’라는 말씀을 종종 하시는데 그렇게 되지 못할까 봐 불안해하신다”라며 안타까워했다. [시사캐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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