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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B&JOB] “전일제 일자리 없어 아르바이트라도 해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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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B&JOB] “전일제 일자리 없어 아르바이트라도 해야 해” 
  • 김지영 기자
  • 승인 2023.06.13 14: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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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제 근로 작년 102만명…10년 새 22만명 늘어

(시사캐스트, SISACAST= 김지영 기자)

 

지난 10년 간 비자발적 시간제 근로자가 큰 폭으로 증가했다. [사진=픽사베이]

지난 10년 사이 전일제 일자리가 없어 아르바이트 등 시간제 일자리를 구한 ‘비자발적 시간제근로자’의 연평균 증가율이 전체 임금근로자 증가율의 약 2배에 달한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청년, 중년 세대를 가리지 않고 고용의 질이 악화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이 11일 통계청 마이크로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2012~2022년 비자발적 시간제근로자는 연평균 2.5% 증가했다. 같은 기간 비자발적 시간제근로자를 포함한 전체 임금근로자(15∼64세)의 연평균 증가율(1.4%)보다 1.8배 높았다. 비자발적 시간제근로자는 전일제 일자리 등 더 많은 시간을 일할 의사는 있지만, 마땅한 일자리를 찾지 못해 어쩔 수 없이 시간제근로를 택한 근로자를 뜻한다.

요즘 정식 직원으로 일할 수 있는 직장 구하기는 ‘하늘의 별따기’

일식집을 운영하던 40대 김모씨는 코로나로 직격탄을 맞았다. 순수 월매출이 1000만원이 넘었던 그는 코로나로 생활비까지 끊겨 가게를 정리하고 새로운 일을 찾고 있다. 어떤 일을 해야 할지 아직 정하지 못했다는 그는 “현재 배달일을 하며 생활하고 있다”며 “온종일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 하루에 6시간만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정식 직원으로 일자리 구하는 게 더 어려워졌다. [사진=픽사베이]

이어 “길거리 전단을 보고 일수업체에 도움을 받아야 하나 고민하는 시간이 있었지만, 이자를 갚을 능력이 안 될 것 같아 빌리지 않았다”며 “극심한 생활고에 시달리다 보니 시간제로 일할 수 있다는 것조차 감사하다”고 전했다.

취준생 박모(27)씨는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을 구하려고 공부하는 시간이 있었는데 집안 사정이 좋지 않아 일할 수밖에 없었다”라며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시작으로 현재는 작은 학원에서 시간제 영어 교사로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공부를 해서 직장을 정식으로 다녀야 하는데 아직 그럴 여력이 없어 시간제로 일하고 있지만 주위 친구들도 나같은 경우가 많아 위로가 된다”고 전했다. 이어 “요즘은 직장에서도 시간제로 일하는 사람도 많다고 하는데 그래도 아르바이트보다는 임금이나 근무조건들이 더 좋지 않겠냐”며 “요즘 직장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라고 전했다.

생활비가 필요해 특고 노동자가 된 사람이 12만4,000명으로 가장 많아

지난해 일자리가 없거나 생활비가 필요해 특수형태근로종사자(특고 노동자)가 된 사람이 19만 명에 달했다. 전체 특고 노동자의 3분의 1에 달하는 규모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8월 기준 국내 특고 노동자는 56만1,000명으로 집계됐다. 이 중 33.4%인 18만7,000명은 비자발적인 사유로 특고 노동자가 된 것으로 나타났다.

당장 생활비가 필요해 특고 노동자가 된 사람이 12만4,000명으로 가장 많았다. ▲원하는 분야의 일자리가 없어서(2만1,000명) ▲육아·가사 등을 병행하려고(8,000명) ▲전공·경력에 맞는 일자리를 찾지 못해(5,000명)가 뒤를 이었다. 여성(10만5,000명)이 전체 비자발적 특고 노동자의 56.2%를 차지했다. 학력별로는 고졸이 9만8,000명으로 가장 많았다. 연령별로는 50대(5만7,000명), 60대 이상(4만5,000명), 40대(4만5,000명) 순이었다.

지난해 기간제 근로자와 비기간제 근로자를 합한 비정규직 근로자는 815만6,000명이다. [사진=픽사베이]

특고 노동자는 개인적으로 모집·판매·배달·운송 등의 업무를 통해 상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고, 그 일을 한 만큼 소득을 얻는 근로자를 뜻한다. 배달 등 퀵서비스 기사, 대리운전 기사, 캐디, 간병인, 가사도우미, 수하물 운반원, 중고차 판매원 등이 포함된다. 지난해 기간제 근로자와 비기간제 근로자를 합한 비정규직 근로자는 815만6,000명이었다. 

“시간제로 일하다 보니 월급이 예전보다 적어져 생활하기 힘들다”

전기공으로 일한 경험이 있는 공모(47)씨는 “중소기업에서 전기공으로 10년 가까이 일했는데 회사가 어려워져 명예퇴직을 당했다”라면서 “현재 퀵서비스를 하는데 경쟁자가 많아 쉽지 않다”라며 “배달이나 퀵서비스는 젊은 친구들도 많이 해 일할 수 있는 범위가 넓지 않지만, 하루에 몇 시간이라도 일해야 먹고살 수 있으니 나갈 수 밖에 없다”고 전했다.

주부 양모(52)씨는 “유치원에서 점심식사를 준비하는 영양사로 일했는데 유치원 사정이 좋지 않아 나오게 됐다”라며 “막상 나오니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어 가사도우미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오후 3시부터 어린이집을 다니는 주인집 아이를 하교시키고 7시까지 하루 4시간씩 일한다”라며 “월급이 예전보다 적어져 생활하기 힘들다”고 덧붙였다.

구직자들이 원하는 일자리가 충분히 공급되지 못해

비자발적 시간제근로자의 사유별 비중을 보면 '생계형' 근로자가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픽사베이]
비자발적 시간제근로자의 사유별 비중을 보면 '생계형' 근로자가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픽사베이]

작년 비자발적 시간제근로자의 사유별 비중을 보면, 10명 중 6명(60.8%)은 생활비 등 당장 수입이 필요해 일자리를 구한 ‘생계형’ 근로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원하는 분야의 일자리가 없어서(17.2%), 전공이나 경력에 맞는 일거리가 없어서(3.4%), 육아·가사 등 병행(5.5%) 등의 순이었다. OECD 국가들과 비교해도 한국의 비자발적 시간제근로자 비중은 높은 수준이다.

2021년 기준 전체 시간제근로자 중 비자발적 시간제근로자 비중은 한국이 43.1%로, 조사대상 OECD 30개국 중 7위를 차지. OECD 30개국 평균(29.1%)의 1.5배에 달했다.

추광호 한경연 경제정책실장은 “지난 10년간 비자발적 시간제근로자 증가세가 임금근로자보다 더 가팔랐다는 것은 구직자들이 원하는 일자리가 충분히 공급되지 못했다는 의미”라며 “양질의 일자리가 많이 만들어질 수 있도록 규제개혁을 통한 민간 활력 제고와 노동시장의 경직성 완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시사캐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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