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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포커스] ‘집안일 부담’ 가장 큰 나이 38살…여자는 3.7배 더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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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포커스] ‘집안일 부담’ 가장 큰 나이 38살…여자는 3.7배 더 해
  • 김지영 기자
  • 승인 2023.06.30 11: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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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안일 졸업한 시기, 여성은 84세, 남성은 47세로 나타나

(시사캐스트, SISACAST= 김지영 기자)

 

가사노동 부담이 가장 큰 시기는 자녀를 한창 키우는 38살인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픽사베이]

가사노동 부담이 가장 큰 시기는 자녀를 한창 키우는 38살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여성은 여든네 살이 돼서야 가사노동에서 벗어난다는 통계청 분석 결과가 나왔다. 490조 9천억 원, 2019년 기준 무급 가사노동의 가치로 음식 준비나 청소, 돌봄 같은 집안일에 시장 임금을 적용해 계산했더니 GDP의 4분의 1 정도가 된다고 분석했다.

세대별, 성별, 나이별로 가사노동을 얼마나 하고 있는지 통계청이 계산했더니 26살이 되어서야 가사노동은 소비보다 생산이 많아지기 시작했다. 이는 독립하거나, 부모 돌봄을 시작하는 등 가사노동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는 걸로 해석될 수 있다.

집안일, 38살에 가장 부담된다” 왜 하필 ‘이 나이’

청소와 아이 돌보기 등 무급으로 가정에서 행해지는 가사 노동의 부담이 38세에 가장 크다는 통계 분석 결과가 나왔다. 통계청은 이같은 내용을 담은 ‘무급 가사노동 평가액의 세대 간 배분 심층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통계청은 새로 개발된 국민시간이전계정(NTTA, National Time Transfer Accounts) 통계를 토대로 가사노동에 따른 소비와 생산의 차액인 생애주기 적자를 연령 계층별로 분석했다. 집안일을 많이 할수록, 집안일을 덜 지원받는 고된 상황일수록 ‘흑자’로 나오는 연구 결과다. 분석 결과, 2019년 기준 흑자 폭은 남녀 모두 38세에서 최고점을 기록한 뒤 완만하게 감소세를 보였다. 집안일은 많아지고, 부모 등으로부터 받는 도움은 적은 시기다.

주부 김모(41)씨는 “결혼 9년 차인데 아이들을 키우다 보니 35세에서 40세 사이가 주부로서 가장 힘이 들었다”라며 “집안일은 많지, 아이들은 어리지, 남편은 회사 일로 바쁘지 정말 힘들었다”고 말했다. 

“70세인데 아이들이 어려 한참 더 키워야 하는데 체력이 될지 모르겠다”

여성의 흑자 기간은 59년으로 남자보다 3.7배 많았다. [사진=픽사베이]

다만, 성별 차이는 있었다. 남자의 흑자 기간은 16년이었지만, 여자는 59년으로 남자보다 3.7배 많았다. 남자는 31세부터 흑자를 기록하다 47세에 적자로 돌아섰다. 반면 여자는 25세부터 흑자로 진입한 뒤 84세가 되어서야 적자가 됐다. 과거보다 남성의 가사노동 참여가 늘었지만, 여전히 여성에 편중되고 있는 현실이 통계로 드러난 것이다.

광명에 사는 공모(77)할머니는 “딸이 직장이 다니니 어쩔 수 없이 손녀를 봐줘야 했다”라며 “딸이 우리 집으로 들어온 지 벌써 13년이나 됐다”라고 말했다. 그는 “자식 둘 다 키워서 시집·장가 보내고 편히 노후를 맞이하나 싶었는데 손녀를 봐줘야 하는 상황이 오니 난감했다”라며 “자식에게 도움이 될 때 ‘도와주자’라는 마음으로 손녀를 키우기 시작했는데 요즘은 힘이 부친다”고 말했다.

중랑구에 사는 박모(69)할머니 역시 “4살 된 손자와 3살 된 손녀를 키우고 있는데 언제까지 봐줘야 하나 걱정이 된다”라며 “아들 내외가 가게를 운영하고 있어서 아이들을 돌봐줄 수 없으니 아이들 챙기는 일은 다 내 몫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나도 낼모레면 70세인데 아이들이 어려 한참 더 키워야 하는데 체력이 될지 모르겠다”라며 “이제는 좀 쉬고 싶은데 그 말을 하기가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얼마나 더 살지는 모르겠지만 죽는 날까지 손자들 잘 키우고 싶어”

연령대별로는 집안일을 하지 않는 유년층(0∼14세)이 131조6000억원으로 가장 큰 적자를 기록했다. [사진=픽사베이]

청주에 사는 임모 할머니(83)는 “23세에 시집을 와 시어머님을 모시고 35년을 살았다”라며 “매콤한 시집살이를 하며 자식을 넷씩이나 낳고 키우다 보니 한세월이 다 지나갔다”라며 “현재 작은아들 내외랑 함께 사는데 14살 손자를 돌봐주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아들이 딸만 2명 낳았는데 어느 날 늦둥이가 생겼다며 좋아하더니 아들을 낳았다”라며 “그때부터 내 육아는 다시 시작됐다”라고 전했다. 이어 “평생을 쉬지 못하는 팔자려니 생각하니 마음이 편하다”라며 “이제 얼마나 더 살지는 모르겠지만 죽는 날까지 손자를 잘 키우고 싶다”고 밝혔다.

중림동에 사는 오모 할머니(74)는 “남편이 쓰러져 20년 넘게 병간호했는데 5년 전 막내딸이 함께 살며 아이들을 키워달라고 부탁하길래 거절했다”라며 “손주들은 너무 이쁘지만, 같이 살며 전적으로 아이들을 보는 것은 힘에 부치고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딸이 많이 서운해해서 매주 수요일 오후에 딸 집에 가서 아이들 하원 시키고 금요일 아침에 아이들 등원하면 집으로 온다”라며 “왔다 갔다 하는 게 힘은 들지만 온전한 내 시간이 있어 몇 년간은 이렇게 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가정관리와 돌보기, 참여 및 봉사활동 등 대부분의 집안일 도맡아

한편 연령대별로는 집안일을 하지 않는 유년층(0∼14세)이 131조6000억원으로 가장 큰 적자를 기록했다. 부모로부터 돌봄과 청소 등 가정관리를 받기만 한 영향이다. 노동 연령층(15∼64세)은 410조원을 생산하고 281조9000억원을 소비해 128조1000억원 흑자를 냈다.

가정관리와 돌보기, 참여 및 봉사활동 등 대부분의 집안일을 도맡았다. 노년층(65세 이상)은 80조9000억원을 생산하고 77조4000억원을 소비해 3조5000억원 흑자였다. 유년층의 생애주기 적자는 노동 연령층에서 128조1000억원, 노년층에서 3조5000억원이 각각 순이전(유입)돼 충당됐다. NTTA 통계는 국민계정(GDP)에 포함되지 않는 무급 가사노동 평가액의 생산, 소비, 이전의 연령별 분포를 파악하기 위해 개발됐다.

가사노동의 소비와 생산의 차이로 발생하는 개인의 생애주기별 적자·흑자 분포와 이를 충당하는 자원의 재배분 흐름을 성별, 세대별로 파악할 수 있다. [시사캐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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