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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우의 컬러스피치] 가까운 사이일수록 상처를 주는 말을 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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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우의 컬러스피치] 가까운 사이일수록 상처를 주는 말을 한다면?
  • 김선우 스페셜MC대표
  • 승인 2023.07.05 16: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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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캐스트, SISACAST= 김선우 스페셜엠씨 대표)

 

가까운 사이일수록 막말이나 말실수로 인해 사이가 벌어지는 경우가 많아 조심해야 한다. [사진=픽사베이]

최근에 이준익 감독의 <님은 먼 곳에>라는 영화를 다시 보면서 주인공인 순이(수애)와 상길(엄태웅) 대화 속에서 정말 부부끼리 편하다는 이유로 막말이나 말실수를 해서 상대에게 상처를 주는 장면이 나왔다. 순이가 군대에 가 있는 상길에게 면회를 갔을 때, "니 내 사랑하나? 니 사랑이 뭔지 아나?"라는 말을 순이에게 했다. 

영화 <님은 먼 곳에>는 1971년 베트남전쟁을 배경으로 남편 상길이 월남에 파병간 후, 남편을 찾아 월남으로 떠난 순이가 써니로 변화되는 성장기를 그린 영화인데, 남편 상길은 따로 사랑하는 사람이 있는 상태에서 집안끼리의 혼사로 순이와 결혼하게 되면서 순이에게 파병가기 전, 정 없이 냉담하게 말하는 장면이었다. 

저 말은 왜 상처가 되는 말일까?

상대를 배려하지 않은 말은 오해와 상처를 남길 수 있다. [사진=픽사베이]
상대를 배려하지 않은 말은 오해와 상처를 남길 수 있다. [사진=픽사베이]

일단 상대를 배려하지 않고 공격적이다. 그리고 상대를 무시하는 말이 그대로 표현되었다. 웃음기 하나 없이 냉정하게 “니 내 사랑하나?”라고 말하는 것은 “난 니 사랑하지 않는다. 좋아하는 사람 따로 있다.”라고 말하는 것과 다름없었고, 아내를 앞에 두고 대놓고 당당한 모습은 참으로 할 말을 잃게 만든다. 그럼 상길은 어머니의 반대에도 좋아하는 사람과 끝까지 결혼하고, 순이와는 결혼하지 말았어야 하지 않았나? 그리고 이어지는 말은 더 가관이다. 

“니 사랑이 뭔지 아나?”

상대를 무시하면서 내뱉은 말. 많은 부부들이 이혼을 할 때 성격 차이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대화의 방식의 차이로 이혼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밖에서는 체면 차린다고 조심하며 말하고, 가까운 사람에게는 편하다는 이유로 막말을 하게 되는 것이다. 

“내가 말하면 알아? 그것도 몰라?”라는 식으로 말하게 되면 당연히 상대방은 기분이 상하고 상처가 되는데, 몇 번이고 상대가 대꾸 없이 그냥 넘어가면 막말은 더 심해진다. 

사랑의 정의는 어떤 사람이나 존재를 몹시 아끼고 귀중히 여기는 마음, 어떤 사물이나 대상을 아끼고 소중히 여기거나 즐기는 마음, 남을 이해하고 돕는 마음이다. 이런 뜻을 확인하니, 상길은 순이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겠다.

하지만, 1971년 그 때는 다들 그렇게 사는 시대 아니었나. 사랑보다는 책임감으로 사는 시대 말이다. 굳이 그런 상황 속에서 군대 면회를 간 순이에게 그렇게까지 말해야 했을까? 

사랑은 상대방의 귀하게 여기고 존중하는 마음에서 비롯된다. [사진=픽사베이]

순이는 상길에 대한 사랑이라기보다는 남편을 내조하면서 현실에 순응하는 인물일 뿐이다. 순이는 상길에 대한 책임감 때문에 상길이 월남으로 간 베트남으로 순이가 향할 때 막상 순이는 처음에는 ‘그냥 그래야 하니까.’라는 마음이었을 것이다.

그러다가 중간 중간 순이가 부르던 노래 “사랑한다고 말할걸 그랬지. 님이 아니면 못산다 할 것을.” 김추자의 <님은 먼곳에>라는 곡이 순이의 사랑이 무엇인지 대신 설명해준다.

사실 부모님 세대라고 하기엔 순이와 상길이 나이가 더 많지만, 경상도 시골마을에서 서로 사랑해서 결혼한 것이 아니라, 보통은 집안끼리 결혼하는 경우가 많았던 그 시대상을 살펴보면 이해하지 못 할 것도 없다. ‘사랑’이라고 하기에는 낯 뜨겁고, ‘정’만으로도 충분히 순이에게는 상길이 내 사람, 내 남편이기 때문이다. 순이 입장에서는 이 사람이 아니면 딱히 돌아갈 곳도 없기에 무작정 월남행을 선택한 것이다.

영화 <님은 먼 곳에>는 그 시대의 사랑이 어떠한지를 보여준 것도 맞지만, 실제로는 순이가 써니로 변화되는 성장기와 자아실현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순이의 ‘자아’는 단순히 그냥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님은 먼 곳에>라는 영화의 시대적 분위기 속에서 나타난 것이다. 

순이의 ‘자아’는 단순히 그냥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님은 먼 곳에>라는 영화의 시대적 분위기 속에서 나타난 것이다. [사진=픽사베이]

월남으로 가기 위해서는 재능이 있어야 하는데, 그 당시 위문공연을 떠났던 밴드리더 정만, 밴드 멤버들과 월남으로 향한 순이는 써니로 무대에 당당하게 선다. 그 모습이 지고지순하고 순종적인 순이 보다 훨씬 행복해 보였다. 마지막에 상길과 재회한 순이가 상길을 안거나 사랑스러운 눈으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따귀를 여러 차례 때렸는데, 그 동안 무심하고, 월남전도 말없이 가버린 상길에 대한 원망이 잘 드러났다.

그저 상길은 무릎을 꿇은 채로, 순이는 서서 울음을 터뜨렸고, 서로 안아주거나 하는 행위 없이 영화의 막이 내린다. 그 시절에는 사랑보다 집에서 맺어준 인연으로 살아가야 했고, 상길은 그런 순이에 대한 죄책감, 뭔지 모를 서로의 대한 책임감이 느껴지는 장면이었다. 또한 이미 써니가 된 순이가 그 시대의 여성상을 탈피하고 당당하게 남편 앞에 섰음을 의미하기도 했다. 

상대에게 상처 주는 말을 하면 그 말은 곧 언젠가 내게 화살로 돌아오게 되어 있다. 이런 말 한마디 때문에 좋은 연인 사이가 깨질 수 있고, 부부 사이도 이혼으로까지 갈 수 있으며, 가족끼리도 평생 남처럼 살 수도 있다. 늘 함께하고 이해해 줄 것 같아서 더 배려하고 아끼지 않고 무시하고 상처를 준다면 모두가 떠난 뒤, 후회하는 일이 생길 것이다.

지금 내 곁에 있는 사람이 얼마나 소중한지, 내게 얼마나 큰 사람인지를 늘 감사하며 살아간다면, 그것이 또 더 큰 사랑으로 이어지고 행복의 바탕이 되어 밖에서도 늘 힘이 날 것이다. 가까운 가족이 든든한 동반자가 될지, 남보다 더 못한 사이가 될지는 따뜻한 그 말 한마디에 달려 있다. [시사캐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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