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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클릭] '신림역 칼부림' 보고 호신용품 구입.. 언제 써야 할까? "과잉 방어 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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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클릭] '신림역 칼부림' 보고 호신용품 구입.. 언제 써야 할까? "과잉 방어 주의"
  • 이지나 기자
  • 승인 2023.07.27 10: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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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캐스트, SISACAST= 이지나 기자)

 

최근 '묻지마 흉기 난동' 등 강력 범죄가 잇따르면서 불안감에 호신용품을 구입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사진 = 픽사베이]
최근 '묻지마 흉기 난동' 등 강력 범죄가 잇따르면서 불안감에 호신용품을 구입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사진 = 픽사베이]

서울 신대방역에서 자취하는 30대 방 씨는 최근 인근에서 '묻지마 흉기 난동' 사건이 발생해 호신용품을 구입할 계획이라는데요. 그는 "언제든 내가 사는 곳에서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어 덜컥 겁이 났다"며 "그게 무슨 날벼락이냐. 서울 한복판에서 죽을 수도 있는 일 아니냐"며 불안해했습니다.

사건이 발생한 신림역 인근에 사는 50대 박 씨도 불안한 마음을 드러냈습니다. 그는 "아이들이 지나다니다가 당했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며 "당장이라도 이사를 가고 싶지만, 거기라도 안전하겠냐. 호신용품을 사서 아이들에게 나눠줄 생각이다"고 말합니다.

신도림 역 인근에서 자취하고 있는 20대 직장인 정 씨도 얼마 전 후추스프레이를 사서 가방에 넣고 다닙니다. 그는 "이렇게 사람들이 넘쳐나는 거리에서 살인사건이 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니 너무 무섭다. 지하철이나 버스 등 인파가 몰리는 곳에서는 꼭 소지하고 다닐 생각이다"고 말합니다.

최근 '묻지마 흉기 난동' 등 강력 범죄가 잇따르면서 불안감에 호신용품을 구입하는 이들이 늘고 있습니다. 언제든 나도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분위기가 사회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는 것입니다. 특히 과거 불특정 범행 대상자가 여성이나 노약자 등 상대적으로 약한 사람들이었던 것과 달리 이번 '신대방 칼부림' 사건은 남성들을 노렸다는 점에서 사회적 불안감은 전 세대에 퍼지고 있었습니다.

실제로 호신용품 판매량에서도 이같은 분위기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26일 기준 네이버 쇼핑 트렌드 차트에 따르면, 전체 연령대 기준 '호신용품'은 가장 많이 검색되거나 구매된 것으로 집계됐는데요. 많이 찾는 호신용품으로는 삼단봉, 후추 스프레이, 전기 충격이 등이 검색 순위 10위 안에 들었습니다. 호신용품 검색량은 신림역 사건이 발생한 다음날부터 꾸준히 올라 검색 상위에 랭크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이번 사건의 피해자 4명이 모두 20~30대 남성으로 나타나면서 남성들 중심의 호신용품 수요가 급증한 것을 볼 수 있었는데요. 이날 50대 남성 트렌드 차트 순위에서도 ‘호신용품’이 1위를 차지했다. 30대와 40대에선 4위, 20대에선 6위에 자리했습니다.

삼단봉을 구입한 한 네티즌은 후기를 통해 "세상이 흉흉해 하나쯤 구입해두면 좋겠다 싶었다"며 "실제로 흉악범을 만나면 쓸 수 있을지는 몰라도 마음은 조금 편하다. 먹고 살기도 힘든데 이런 걱정까지 하고 살아야 하나 씁쓸하다"고 적었습니다.

한 호신용품 관계자는 "그동안 여성들 위주의 관련 문의가 많았는데, 이번엔 남성들의 문의가 크게 증가했다"며 "갑자기 호신용품 판매가 급증하는 것을 좋아해야 할 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호신용품은 반드시 필요한 상황에서 사용하는 도구인 만큼, 상황과 위력 정도에 따라 방어가 아닌 흉기가 될 수도 있다"며 우려를 표하기도 했습니다.

실제로 호신용품을 사용할 때 상황과 위력 정도에 따라 정당방위가 인정되지 않을 수 있어 주의가 요구되고 있습니다.

최근 연이어 묻지마 살인이 일어나면서 호신용품 판매율이 늘었다. [사진=픽사베이] 
최근 연이어 묻지마 살인이 일어나면서 호신용품 판매율이 늘었다. [사진=픽사베이] 

흉기로 위협받는 상황에 상대방을 저지했음에도 과잉 방어에 해당한다는 법원 판단으로 실형을 선고 받은 사례도 있는데요.

지난 2021년 5월 비닐봉투에 흉기를 넣어와 위협하는 지인에게 주먹을 휘둘러 사망하게 한 혐의를 받는 남성 A씨는 징역 4년을 선고받은 바 있습니다. 당시 A씨 측은 지인 B씨가 평소 자신을 조직폭력배 간부라고 소개했고, 거구의 체형에 문신도 많아 위협을 느껴 주먹을 휘둘렀다고 해명했지만 재판부 판단은 달랐는데요. 재판부는 이를 '과잉방어'로 봤습니다.

흉기로 위협을 받았어도 적당한 수준의 방어를 넘어선다면 정당방위를 인정받지 못한 사례들이 있기 문에 호신용품 사용은 신중해야 합니다.

정당방위를 인정받기 위한 조건은 다음과 같은데요.

형법 제21조에 따르면 정당방위가 성립하기 위해선 ▲현재 부당한 침해가 있을 것 ▲자기 또는 타인의 법익을 방위하기 위해 한 행위일 것 ▲상당한 이유가 있을 것 등의 조건에 부합해야 합니다. 아울러 야간 상황이거나 불안·공포를 느낀 상태, 흥분·당황했을 때 발생한 행위에 대해선 처벌하지 않습니다.

때문에 실제 상황에서 사용이 가능한 지 문의하는 글들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한 네티즌은 "위협받는 상황에서 호신용품을 사용하기 위해 산 것인데, 사용하면 오히려 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말이 있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겠다"며 혼란스럽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이에 대해 한 전문가는 "정당방위는 범위가 좁다"며 "상대방이 신체 일부를 잡는 상황이 아니라 위협적으로 가까이 온다고 호신용품을 사용하는 것은 과잉방어에 해당할 수 있다. 최근엔 범위를 넓히고 있지만 이마저도 정확한 판단 기준은 일반인이 알기 어렵다"고 설명했습니다. [시사캐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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