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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트렌드] 결혼을 하는 게 이득일까, 하지 않는 게 이득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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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트렌드] 결혼을 하는 게 이득일까, 하지 않는 게 이득일까?
  • 김지영 기자
  • 승인 2023.07.30 17: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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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 다 하는 결혼인데 해야지” vs “후회할 일을 뭐 하려 하느냐”

(시사캐스트, SISACAST= 김지영 기자)

 

결혼이 줄어드니 출산도 급격히 감소하고 있다.
결혼이 줄어드니 출산도 급격히 감소하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예전에는 어느 정도 나이가 차면 결혼할 때가 됐다는 말을 많이 했다. 결혼에 적령기가 있어 이 시기를 놓치면 노총각, 노처녀 등의 꼬리표가 따라다녀 자신이 뭔가 하자가 있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나이 때문에 신중하게 생각하지 못하고 급하게 결혼한 뒤 후회하는 경우가 생기고 헤어지기까지 하다 보니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이 나오기 시작했다. 이처럼 결혼은 해도 후회하고 안 해도 후회하는 것이다. 결혼은 이제 필수가 아닌 선택이 된 만큼 결혼을 해서 가정을 잘 꾸려갈 수 있는지, 부부관계에서 서로 배려하고 이해할 마음이 됐는지 등을 살펴보고 결정해야 한다. 

혼인 건수 갈수록 급감…결혼 줄어드니 출산도 감소

지난 4월 혼인 건수가 1만4475건으로 관련 통계 작성 이후 4월 기준으로 가장 적은 수치다. 2020년 기준 30대 초반(30~34세) 남성의 66%, 여성의 46%가 결혼하지 않았다. 결혼이 줄어드니 출산도 감소한다. 4월 출생아는 1만8484명으로 4월 기준 처음으로 2만 명에 못 미쳤다. 한 경제학자는 결혼을 “따로 살 때 비해 두 사람 모두 효용이 증가하는 경우에만 이뤄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지난 3월에 결혼한 황모(36)씨는 “요즘은 예전처럼 ‘가진 것이 없어도 열심히 살자’, ‘나만 믿고 따라와라.’ 등의 말을 하기가 쉽지 않다”라며 “남자로서 책임감 있게 가정을 꾸려나가야 하는 것은 맞지만 아내와 함께 이루어 나가야 할 몫이 더 크다”라고 말했다.

그는 “결혼 전 서로 얼마를 모았는지, 부동산은 있는지, 총자산이 얼마인지 등을 공개한 후 목표액이 도달할 때까지 함께 모았다”라며 “남자든 여자든 한 명은 꼭 능력이 있어야 하고, 능력 있는 쪽이 여자라고 할지라도 이제는 남자가 자존심 상해한다던가, 무력감을 느끼는 경우는 거의 없다”라고 말했다.

둘이 함께 살 때 생기는 편익이 비용보다 크다고 판단될 때 결혼

한 경제학자는 결혼을 “따로 살 때 비해 두 사람 모두 효용이 증가하는 경우에만 이뤄진다”라고 말했다.[사진=픽사베이]
한 경제학자는 결혼을 “따로 살 때 비해 두 사람 모두 효용이 증가하는 경우에만 이뤄진다”라고 말했다.[사진=픽사베이]

1992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게리 베커는 가정을 일종의 기업으로 가정했다. 기업이 생겨나는 것은 분업과 규모의 경제를 통해 비용을 줄이고 편익을 늘릴 수 있기 때문이다. 가정도 비슷하다. 각각 월세로 살던 두 사람이 결혼하면 보증금을 합쳐 전세로 갈 수 있다. 두 사람이 청소와 설거지를 나눠서 하면 집안일도 빨리 끝낼 수 있고, 한 사람이 먹을 요리를 두 번 하는 것보다는 두 사람이 먹을 요리를 한 번 하는 게 경제적이다.

직장인 오모(35)씨는 “아버지 세대의 남자들은 솔직히 지금과 비교하면 굉장히 편했다고 본다”라며 “돈 벌어 온다는 이유로 집에서는 손 하나 까닥하지 않고도 왕처럼 군림했지만, 현재는 남녀가 공평하게 집안을 해야 한다는 생각들이 많아 회사 일에 집안일까지 해야 할 일이 넘쳐난다”라고 말했다.

이어 “결혼한 지 2년이 됐는데 분리수거, 음식물 쓰레기 버리는 일에 청소기 돌리는 건 내 몫이고, 빨래, 설거지 등 잡다한 살림은 아내가 하고 있다”라며 “아직 아이가 없어 육아를 분담하지는 않지만, ‘아이를 낳으면 더 많은 시간을 집안일에 투자해야 하는데 가능할까’라는 생각을 종종 한다”라고 덧붙였다.

가성비 나빠진 결혼 “돈 있으면 가사노동 안 해도 돼요”

[자료=통계청 제공]
결혼의 편익 중 하나는 여성의 가사노동 서비스였지만 최근엔 상당 부분을 시장에서 구할 수 있다. [자료=통계청 제공]

결혼이 줄어드는 것은 결혼과 관련된 비용·편익 계산에 변화가 생긴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세태가 많이 변했지만, 남성이 결혼으로 얻을 수 있는 중요한 편익 중 하나는 여성의 가사노동 서비스였다. 하지만 최근엔 그중 상당 부분을 시장에서 구할 수 있다. 돈만 내면 청소며 빨래며 전문가가 다 해 준다. 1인 가구에 맞춘 식품과 음식 배달 서비스도 많아졌다.

아직 결혼하지 않은 이모(34)씨는 “요즘은 돈만 있으면 편리한 세상이다”라며 “세탁물도 문 앞에 두면 수거해 깨끗하게 세탁해서 가져다주고 식사도 정기 배송을 신청하니 내가 원하는 날짜에 내가 원하는 식단으로 아침 일찍 집 앞에 놔둔다”라고 말했다.

그는 “개인적으로 깔끔한 편이어서 일주일에 한 번씩 청소 이모님이 오시는데 침대 정리도 해주시고, 창틀 구석구석, 욕실 바닥과 변기, 주방 등을 말끔하게 정리해 주신다”라며 “스팀청소기로 마룻바닥도 닦고, 소파 밑이나 테이블 아래 등을 깨끗하게 청소해 주셔서 만족한다”라고 말했다.

“남편 눈치 볼 필요 없고, 시댁 때문에 스트레스 받지 않으니 평온” 

솔로들은 결혼해서 아웅다웅 사느니 혼자 사는 것이 감정이나 체력소비 등이 없어 행복하다고 말한다.[사진=픽사베이]
솔로들은 결혼해서 아웅다웅 사느니 혼자 사는 것이 감정이나 체력소비 등이 없어 행복하다고 말한다.[사진=픽사베이]

이는 여성도 마찬가지다. 굳이 결혼까지 해서 남성의 소득과 재산을 공유할 필요가 없는 여성이 많다. 여성의 소득이 높아졌다는 것은 결혼, 출산, 육아로 포기해야 할 기회비용이 커졌다는 뜻이기도 하다. 결혼 후 생기는 자녀도 예전엔 노후를 대비한 보험의 의미가 컸다면 근래엔 비용으로 인식되는 경향이 강하다.

아직 미혼인 강모(42)씨는 “대학 졸업 후 쉬지 않고 일한 결과 작은 오피스텔도 마련해 놓고, 자가는 아니지만, 전세로 30평대 아파트에서 혼자 살 만큼의 여유는 된다”라며 “결혼해서 아웅다웅 사느니 모든 계획을 내 위주로 세울 수 있고, 감정싸움이나 체력소비 등도 없이 혼자서 즐겁게 사는 것이 행복하다”라고 말했다.

그는 “남편 눈치 볼 필요 없고, 시댁 때문에 스트레스도 받지 않으니 평온한 삶 아니냐”라며 “스스로 결정하고 개척해 나가는 삶도 의미 있다”라고 강조했다. [시사캐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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