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캐스트, SISACAST= 이아름 기자)
“카드론 금리가 높은 걸 알지만 대출 문턱은 높고, 당장 카드값은 내야 하니 어쩔 수 없이 이용할 수밖에 없어요. 이번 달은 카드론으로 어떻게든 연체를 막았지만 당장 다음 달부터는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합니다.”
직장인 노 모(남·39) 씨의 얘기다. 4인 가족인 그는 지난 6월, 제주도로 2박 3일 여름휴가를 다녀 왔다. 여행 동안 사용한 경비는 총 380만원. 기존 카드 사용 금액(일시불·할부) 포함하면 7월 카드 결제금액은 600만 원이 넘는다. 여기에 공과금, 통신비, 보험료, 생활비, 자녀 교육비, 정기저축까지 더하면 한 달 경비만 총 800만 원 넘게 지출되니 카드값 연체는 이미 예견된 상황.
노 씨는 “여름휴가나 명절, 부모님 생신과 같이 고정지출 외에 추가 경비가 발생하면 경제적으로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면서 “맞벌이라 남들보다 여유가 없는 편은 아니지만, 필요할 때마다 카드 리볼빙 서비스나 카드론을 이용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말했다.
최근 급전이 필요한 채무자들이 카드론(장기카드대출)으로 몰리면서 카드론(장기카드대출) 잔액이 한 달 사이 5000억원 넘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저축은행이 대출을 조이면서 중·저신용자들이 카드론에 몰렸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22일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8개 전업카드사(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우리·하나·BC카드)의 지난달 말 기준 카드론 잔액은 35조3952억원이다. 지난 6월(34조8468억원)과 비교하면 한 달 새 5483억원이 증가했다.
카드론 금리는 15% 안팎으로 중저신용 차주 이자 부담이 큰 상황이다.
7월 말 기준 카드론 금리는 BC카드가 15.27%로 가장 높고, △하나카드(14.60%) △삼성카드(14.50%) △롯데카드(14.36%) △KB국민카드(14.30%) △우리카드(13.92%) △신한카드(13.82%) △현대카드(12.74%) 순으로 금리가 높았다.
카드론뿐만 아니라 현금서비스(단기카드대출) 잔액도 증가했다. 현금서비스 잔액은 7월 말 기준 6조4078억원으로 전달보다 772억원 증가했으며, 리볼빙 잔액(일부결제금액 이월약정)도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리볼빙은 카드 대금 일부만 먼저 결제하고 나머지는 나중에 갚는 서비스로, 리볼빙 잔액은 7조3090억원으로 전달보다 392억원 증가했다. 리볼빙 서비스의 장점은 결제 대금 중 일부를 연체 없이 상환 연장할 수 있는 장점이 있으나 이자가 법정 최고금리(연 20%) 수준으로 높은 편이다.
대출 규모가 늘어나면서 카드사들의 건전성에 대한 우려도 깊어지고 있다.
금융감독원(금감원)에 따르면, 6월말 기준 카드사 연체율은 1.58%며 전년 말보다 0.38%포인트(p) 상승했고, 신용판매 연체율은 0.87%로 전년 말보다 0.22%p, 카드대출 연체율은 3.67%로 0.69%p 증가했다.
이에 금융감독원은 하반기 카드사들에 부실채권 매각, 채무 재조정 등을 통한 자산건전성 관리를 지도하고 여신전문금융회사채 발행 시장과 카드사 유동성 상황 등에 대한 모니터링을 지속할 방침이다.
단 카드론이 저신용자와 취약차주에 대한 자금 공급 기능을 함께 수행하는 만큼 이러한 점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상황을 지켜볼 예정이다. [시사캐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