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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인터뷰] 정희범 개발자 “‘인디게임’ 홍수 속에서 ‘우리만의 게임’을 만든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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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인터뷰] 정희범 개발자 “‘인디게임’ 홍수 속에서 ‘우리만의 게임’을 만든다는 것”
  • 김은서 기자
  • 승인 2023.08.30 16: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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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 인디크래프트 THE FESTA’서 호평… 'Thanks, Ligh' 내년 본격 출시

(시사캐스트, SISACAST= 김은서 기자)

 

정희범(좌) / 이서현(우) 개발자.
정희범(좌) / 이서현(우) 개발자.

우리나라를 포함한 글로벌 게임 시장에서 인디 게임 성장세가 두드러진다. 

비디오게임 전문 리서치 기업 VG인사이트(VG Insights)의 시장 조사에 따르면 스팀 플랫폼 기준 2019년 약 8000개였던 인디게임은 2021년 1만 1773개로 증가했다. 이는 스팀에 출시된 전체 게임의 98%를 차지하는 규모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글로벌 게임 플랫폼 스팀에 출시된 인디게임은 지난 2013년 224개에서 10년새 5990개로 늘었다. 

국내 굴지의 게임 대기업들도 사내 벤처를 통해 인디게임 개발자들을 지원하고 있으며, 정부에서도 게임 창업자들 지원을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이러한 가운데, 국내 게임산업 인재를 양성하는 정부주도의 게임교육기관 ‘게임인재원’ 학생 중 한명인 정희범 개발자가 경기 성남시 주최, 성남산업진흥원, 한국모바일게임협회가 공동주관하는 ‘2023 인디크래프트 THE FESTA’에서 톡톡 튀는 아이디어의 게임을 선보이며 주목받았다. 

정희범 개발자가 기획한 게임은 <Thanks, Light>는 내년 본격 출시를 앞두고 있다. “‘우리만의 게임’을 만들고 싶다”는 정희범 개발자를 만나 여러 이야기를 들어봤다. 

Q) 본인에 대한 간략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현재는 한국콘텐츠진흥원 게임인재원 3기 기획 학생인 정희범입니다. 8월 말에 졸업을 앞두고 있고요. 졸업프로젝트로 진행했던 <Thanks, Light.> 프로젝트를 같이 개발해왔던 기획 동기 이서현 학생과 이어 개발하고자 하고 있습니다. 궁극적으로는 스팀과 스토브 등의 게임 디지털 플랫폼에 출시하고자 준비하고 있는 중입니다.

Q) Thanks, Light가 곧 출시를 앞두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해당 게임에 대한 소개도 부탁드립니다. 

Thanks, Light.
방 탈출 게임 '땡스라이트[Thanks, Light].[사진=정희범/이서현 개발자 제공]

<Thanks, Light.>는 게임 제목대로 ‘빛’이 중요한 게임입니다. 플레이어는 플레이하는 내내 특수한 손전등을 들고 다니는데요. 손전등으로 어떠한 물체에 빛을 비추면 그 물체의 본모습이 나타나고 제 성질을 찾게 됩니다. 이러한 특수한 빛으로의 상호작용을 통해 여러 조건과 구조 속에서의 방을 탈출하는 게임입니다.

이제는 세상에 정말 많은 정보와 사건들이 우리에게 넘쳐납니다. 때로 우리는 그러한 혼란 속에서 그 정보나 사건에 대해 일면만 보게 되죠. 하지만 빛을 비춰 면밀히 관찰하고 탐구한다면, 그것의 본모습, 본질을 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빛에 감사해야 하죠. 이러한 메시지를 게임에 담고자 하였습니다.

Q) 인디크래프트 더 페스타를 비롯해 여러 공모전에서 활약이 대단합니다. Thanks, Light가 이처럼 호평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저희가 <Thanks, Light.>를 본격적으로 개발하기 이전에 정말 많은 3D 퍼즐 장르 게임들을 참고하였습니다. 그런 중 저희가 깨닫게 된 것은, 사람들에게 ‘좋다.’, ‘재밌다.’라고 인식되는 퍼즐 게임들은 모두 두 가지의 공통점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첫 번째로는 그 게임 자체만의 퍼즐 매커니즘이 있다는 것입니다. 유명한 일례로 <Portal> 시리즈는 공간을 넘나드는 ‘포탈’을 통해 공간적 제약을 뛰어넘게 할 수 있는 그 게임만의 퍼즐 매커니즘을 만들었지요. 이러한 바는 유저들에게 게임 속에서만 이루어질 수 있는 새로운 ‘경험’을 선사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두 번째로는 퍼즐의 매커니즘과 퍼즐의 디자인이 유기적으로 잘 이어졌다는 점입니다. <Superliminal>에서는 착시를 통한 사물의 크기 조절을 통해 다양한 퍼즐을 만들었지요. 치즈를 계단으로 쓴다거나, 작은 장난감 안에 들어가는 등의 퍼즐이 그 사례가 될 수 있겠습니다.

유저들은 이로써 새로운 경험 속에서 이제는 그 게임만의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저희 게임은 언급한 게임들보다는 아직 많이 부족하고 나아갈 길이 많이 남아 있지만 새로운 ‘경험’과 새로운 ‘재미’를 유저들에게 보여줄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저희 게임을 좋아해 주셔서 정말 감사하고, 앞으로 더욱 더 저희만의 더 많은 경험과 재미를 보여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Q) 게임인재원 교육과정을 이제 막 마치고, 개발 창업자로 진로를 정하셨습니다. 게임개발 창업의 길을 선택하신 이유가 궁금합니다. 

게임인재원 졸업 시연회.
게임인재원 졸업 시연회.[사진=정희범/이서현 개발자 제공]

‘우리만의 게임’을 만들고 싶습니다. 어떻게 보면 외부 환경이나 사업적인 측면을 최소로 신경쓰고 개발할 수 있는 때가 바로 지금이라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희가 생각한 그냥, 가장 재미있고, 저희만의 기획의도를 담은 게임을 만들 수 있는 기회라고 느껴졌어요. 물론 앞으로 저희가 수많은 난관들을 맞설 것이라 생각하니 걱정은 됩니다. 하지만 아직은 혈기 넘치는 청춘들이니 조금은 배고프고 힘들어도 저희의 꿈을 위해 달려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 한가지는 졸업프로젝트로 <Thanks, Light.>를 개발하면서 저희 게임을 재미있게 플레이해주시고 응원해주시는 분들이 참 많았어요. 시연회에서 플레이어 분들이 저희가 만든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나오는 감탄, 환호, 고민 등의 그 감정들이 저희에게는 원동력이 되더라구요. 앞으로 시연회 뿐만 아니라 정말 시장에서, 각자의 집에서 그러한 감정과 경험들을 느끼게 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Q) 이번 게임 기획에서 특별히 중점을 둔 부분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신경을 쓴 부분이 있다면 바로 게임의 ‘분위기’에요. 저희가 캐릭터를 작은 소년으로 설정하고, 게임 배경을 거대한 다리, 실험실, 동굴로 디자인한 것은 소년과 배경의 크기적 대비를 강조하고 싶었기 때문이에요. ‘여백의 미’라고도 할 수 있죠. 

작은 소년이 아무도 없는 장엄한 공간을 돌아다니다 보면 플레이어는 더욱 배경의 거대함에 압도되고 그 속에서 쓸쓸함과 외로움을 느끼게 되죠. 그리고 저희 게임의 배경적 설정은 ‘빛을 잃어버린 세상’입니다. 그래서 주로 어두운 공간이 많이 연출돼요. 이를 통해서 작은 소년이 된 플레이어는 미지에 대한 두려움, 그러면서 거대한 배경과 세상에 대한 경외감을 느끼게 되는 것이죠. 이러한 분위기로 만들어지는 경험은 플레이어에게 ‘모험’을 체험할 수 있게 할 것입니다. 

Q) 한 소년이 빛을 잃어버린 세상을 구원한다는 배경이 흥미롭습니다. 이처럼 게임마다 배경 및 스토리텔링이 더욱 중요해지는 것 같습니다. 이에 대한 개발자님의 생각이 궁금합니다.

이전 질문의 답변과 연결하자면… 저희가 이런 식으로 소년에게 거대한 임무를 맡기고 어두운 곳을 탐험하게 하는 것은 바로 퍼즐 플레이의 목적성을 부여하기 위함이에요. 모험과 스토리가 없다면 유저들은 퍼즐만 주구장창 풀게 되겠지요. 

처음은 재미있을지 몰라도 계속된 퍼즐에 피로해지고, 쉽게 지루함을 느끼게 될 것입니다. 왜나하면 왜 이 퍼즐을 풀어야 하는지 그 목적성이 없기 때문이에요. 하지만 모험과 세상을 구한다는 배경과 목표가 있다면 퍼즐과 잘 어우러져 게임을 계속 플레이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저희 게임에서 퍼즐 플레이가 게임을 돌아갈 수 있게 하는 톱니바퀴라면, 스토리와 배경은 톱니바퀴가 잘 돌아갈 수 있도록 하는 윤활유라고 말할 수 있겠네요.

Q) 혼자가 아닌 팀으로 이루어 낸 성과일 것입니다. 개발 과정에서 팀원들과 겪었던 해프닝, 혹은 시행착오 등 에피소드가 궁금합니다. 

원래는 저희 팀에 프로그래머가 많았는데 각자 사정으로 한 명밖에 남지 않게 되었어요. 그래서 당연히 프로그래밍 부분의 개발력이 필요했고, 어쩔 수 없이 저희가 엔진을 공부하고 프로그래밍 또한 도울 수 있도록 했어야 했습니다.

그 때를 생각하면 너무 먼 길을 돌아가는 것 같아서 걱정이 되었는데, 돌아보면 저희가 기획하고 상상하는 것을 곧바로 엔진에서 구현하고 시험해볼 수 있다는 것이 정말 개발에 큰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그리고 그렇게 엔진에 대해서 공부하고 익혔기 때문에 기획 두 명이서 개발을 더 이어나갈 수도 있는 것이고요.

Q) “빛을 비추고 흡수하여 2D와 3D 상태를 변환하는 1인칭 3D 기하 퍼즐 게임”이라는 설명이 다소 어려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쉽게 설명해주신다면?

땡스라이트는 2차원의 이미지와 3차원의 도형의 간극을 이용한 게임이다.[사진=정희범/이서현 개발자 제공]

어두운 이미지로 본다면 검은색 육각형이지만, 육각형이라는 것은 2차원의 이미지인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무게가 없고 물리 작용이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하나의 ‘그림’으로써 게임 배경에 붙어있지요. 하지만 위 이미지처럼 빛을 비추면 육각형이 아닌 본 모습, 정육면체임이 드러나게 되죠. 빛을 마저 비춰 모두 밝히면 이 물체는 3차원의 성질을 가지게 됩니다. 무게가 있고, 물리 작용이 이루어지죠. 

저희는 이러한 2차원의 이미지와 3차원의 도형의 간극을 이용한 게임입니다. 무게가 없던 이미지에 빛을 비춰 무게를 ‘되찾게’ 해 버튼을 누르게 할 수도 있고요. 반대로 길을 가로막던 장애물인 3차원 도형의 빛을 흡수해 2차원 이미지화시켜 그대로 지나가게 할 수도 있습니다.

Q) 최근 스마트폰 보급과 스팀 이용자들의 확장으로 다양한 장르의 인디게임 시장 규모가 확대되고 있습니다. 최근 인디게임 트렌드를 말하자면?

'땡스라이트[Thanks, Light] 배경 이미지.
'땡스라이트[Thanks, Light] 배경 이미지.[사진=정희범/이서현 개발자 제공]

다양한 디지털 플랫폼으로 게임을 쉽게 구매할 수 있게 되었고, 스마트폰으로 남녀노소 언제 어디서나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 뿐만이 아니라 유니티, 언리얼 등 다양한 상용엔진의 보급으로 인해 누구나 쉽게 게임 개발에 접근할 수 있게 된 것도 시장이 확대된 요인 중 하나입니다.

그렇기에 ‘트렌드가 따로 없는 것’이 인디게임 시장의 강점이자 트렌드가 아닌가 싶어요. 유행만을 쫓아가는 것이 아니라 자신만의 장르와 자신만의 게임을 만들고요. 단순히 유명한 게임만 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원하는, 내 취향의 게임을 찾아서 할 수 있는 것이고요.

저희 게임도 3D 퍼즐이라는 국내에서는 다소 마니악한 장르일 수 있어요. 하지만 다양한 나라에서 이 장르를 좋아하는 유저들도 있기에 저희가 개발을 할 수 있는 것이고요. 수많은 아이디어와 특정 장르에 국한되지 않는 그 다양성이 인디게임 시장을 잘 표현하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Q) 앞으로 개발자님이 세상에 출시하고자 하는 게임은 무엇인가요? 

사람들이 제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조그마한 새로운 경험, 새로운 인사이트라도 얻어갈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또한 제가 게임에 담은 메시지를 통해 사람들에게 울림을 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게임도 커뮤니케이션의 일종이라고 생각해요. 제가 보내는 메시지를 게임이라는 채널을 통해 유저들에게 전달하는 것이죠. 그래서 게임 또한 하나의 가치를 가질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내고 싶습니다. [시사캐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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