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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포커스] 女직장인 3명 중 1명 “성희롱 경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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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포커스] 女직장인 3명 중 1명 “성희롱 경험 있다”
  • 김지영 기자
  • 승인 2023.09.06 08: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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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고해도 성희롱 인정은 단 12.9% …‘솜방망이’ 처벌 여전

(시사캐스트, SISACAST= 김지영 기자)

 

직장인 여성 3명 중 1명은 직장 내 성희롱 피해 경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사진=픽사베이]

“다리가 예쁘니 치마를 자주 입으라고 말하고, 목소리가 허스키해서 섹시하다고 하고, 좋은 향이 난다며 향수는 뭐 쓰냐고 물어보면서 슬쩍 옆으로 옵니다. 팀 회식에서 사장님과 러브샷을 시키고, 예쁜 사람이 따라주는 술은 더 맛있다며 술을 따르라고 권합니다.”

직장인 여성 3명 중 1명은 직장 내 성희롱 피해 경험이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남성보단 여성에, 정규직보다는 비정규직에 그 피해가 집중되는 양상을 보였다. 

여성 직장인 중 68%는 ‘심각한 수준의 성희롱’ 경험

직장갑질119와 아름다운재단은 지난달 2일부터 10일까지 전국 만 19세 이상 직장인 1천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성희롱·성추행·스토킹 등 직장 내 성범죄 경험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를 3일 발표했다. 조사 결과, 여성 직장인 중 성희롱을 당해본 경험이 있다는 응답 비율은 35.2%로 남성(18.9%)의 경우보다 두 배가량 많았다.

남녀고용평등법 제12조 위반 신고사건 처리 현황(분기별). [자료=직장갑질119]

특히 여성 비정규직 노동자의 경우는 38.4%로 더 높았다. 성희롱을 경험한 여성 직장인 중 68%는 ‘심각한 수준의 성희롱’을 경험했다고 답했고, 이 역시 여성 비정규직 노동자의 경우는 69.7%로 더 높았다.

직장인 안모(30)씨는 회식 자리에 잘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웃으면서 남자 상사 옆에 앉으라고 하고 시답지 않은 농담을 하면서 남자친구에 대해 물어보는 등 기분 나쁜 순간들이 많아 웬만하면 회식 자리를 피한다”라며 “여자 선배들은 예전보다는 나아졌다고 하지만 아직도 성희롱에 가까운 말들은 쉽게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건축사무실에서 일하는 공모(28)씨는 “건축사무실이다 보니 남자분들이 많고 기사님들도 많이 왔다 갔다 하시니 여자인 제가 눈에 띄는 것 같다”라며 “‘한창 이쁠 때다. 이럴 때 아끼지 말고 발산하라’는 등 농담으로 하는 말들이 때로는 상처가 된다”라고 전했다.

성희롱 행위자의 경우 상급자가 가장 많아

직장갑질119는 제보받은 성범죄 사례도 공개했다. 직장인 A씨는 “사장 아들인 상사가 성추행해 문제를 제기하니 권고사직으로 처리한다며 이른 시일 내로 나가라고 한다”라고 했다. B씨는 “상사가 목소리가 섹시하다고 하고, 샴푸 냄새가 좋으니 가까이 오라고 하는 등의 발언을 했다”라고 했다. 성희롱 피해를 입힌 이들이 임원·대표·경영진 등 직장 상사인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성희롱 행위자의 경우 ‘임원이 아닌 상급자’가 47.7%로 가장 높게 나타났고 ‘사용자(대표·임원·경영진)’가 21.5%로 그 뒤를 이었다. 관리직으로 일했던 박모(40)씨는 “10년 전 다니던 회사의 팀장님이 회식 후 술에 취해 강제로 끌어안으려고 했다”라며 “다음날 전혀 기억하지 못한다는 식으로 말하며 슬쩍 넘어가려고 했다”고 말했다. 그는 “처음에는 그냥 넘어갈까라고 생각했는데 앞으로 두 번 세 번 지속될 수도 있다는 생각에 사장님께 말씀드리고 회사를 나왔다”고 전했다.

‘비정규직 여성’, 38.4%가 ‘있다’고 응답해

성희롱에 관해 신고해도 인정되는 건 단 12.9%에 불과했다.[사진=픽사베이]

성희롱을 한 상대방의 성별 중 여성은 88.2%가 ‘이성’이라고 답했고, 남성은 42.1%가 ‘동성’이라고 답해 남성이 가해자인 경우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스토킹, 성추행·성폭행 피해를 본 경험도 남성보다 여성에게서 주로 발견됐다.

여성 직장인의 스토킹 피해를 경험했다는 응답 비율은 10.1%로 남성(6.4)보다 높게 나타났다. 특히 비정규직 여성 노동자의 경우는 14.7%로 정규직 남성(5%)보다 3배 가량 높았다. 여성 직장인 중 24.1%, 여성 비정규직 노동자 중 29.7%가 성추행·성폭행 피해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남성 직장인의 경우는 8.1%로 나타났다. 직장 내 성희롱, 스토킹, 성추행·성폭행 등 직장 내 성범죄는 남녀고용평등법, 성폭력처벌법, 스토킹 처벌법 등 관련 법령에 따라 처벌되는 행위이지만, 일터에서 성범죄 가해자에 대한 처벌은 여전히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가해자들, 피해자가 거절 의사표시 하면 더욱 집요하게 괴롭혀

가해자들은 피해자가 거절 의사를 밝히면 더욱 집요하게 괴롭히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픽사베이]

직장갑질119에 따르면 2021년 1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접수된 남녀고용평등법 제12조 위반(사업주의 성회롱) 신고 1046건 중 성희롱으로 인정된 사건은 129건(12.3%)에 그쳤다. 이중 과태료까지 부과한 경우는 80건(7.6%)에 불과했다. 근로감독관이 성희롱 사실을 확인했더라도 법상 사업주가 아니라는 이유로 행정종결 처리된 경우도 49건(38%)에 달했다.

직장갑질119 젠더폭력대응특별위원회 박은하 노무사는 “비정규직이라는 업무 특성과 여성이라는 성별 특성을 갖는 노동자들이 누구보다 젠더폭력에 노출되어 있다는 것이 다시 확인됐다”며 “신당역 살인사건이 발생한 지 1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직장 내 젠더폭력은 일터에 있는 다른 위험 요소들과 같이 낮은 곳으로 모이고 고이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사용자 또는 상급자의 지위로 피해자보다 직장에서 우위에 있는 가해자들은 피해자가 거절의 의사표시를 하면 더욱 집요하게 괴롭히는 특성을 보인다”며 “피해자가 사내 신고 등으로 대응할 때 사용자는 피해자에게 합의를 종용하거나 퇴사를 강요하는 등 불이익한 조치를 행한다”고 비판했다. [시사캐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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