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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포커스] 소아과 진료받기 너무 어려워…‘하늘의 별 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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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포커스] 소아과 진료받기 너무 어려워…‘하늘의 별 따기’
  • 김지영 기자
  • 승인 2023.09.12 10: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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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병원들 “소아과 의사 부족해 야간·휴일 진료 축소 불가피”

(시사캐스트, SISACAST= 김지영 기자)

 

올 상반기 소아과 모집정원 확보율은 20%로 레지던트를 찾기가 매우 힘든 상황이다. [사진=픽사베이]

부모가 되면 가장 난감할 때가 바로 아이들이 아플 때다. 요즘은 진료받기가 힘들어 병원이 문을 열기 전부터 진료를 기다리는 일명 ‘소아과 오픈런’이 성황이다. 소아과는 나라의 미래인 아이들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기 위해 꼭 필요하지만 정작 소아 환자를 돌볼 의사가 많지 않다. 상반기 소아과 모집정원 확보율은 20%로, 2021년(36%), 2022년(22%)에 이어 하락세를 거듭했다.

소아과 레지던트 모집정원이 있는 50개 대학병원 중 76%(38개)는 레지던트를 단 한 명도 확보하지 못했다. 특히 의사의 부재는 목숨이 경각에 달린 소아응급 환자나 장기간 지속적인 치료가 필수인 중증소아 환자에게 치명적이다. 하지만 의사가 아예 없는 지역이 이미 다수이고, 그나마 있는 의사들도 사직이나 은퇴를 준비 중인 경우가 적지 않다.

“아이가 아파 응급실 가도 소아과 의사가 없어서 입원 못 해

두 자녀를 키우는 공모(44)씨는 최근 당황스러운 경험을 했다. 3살인 둘째 아이가 쇼크 증세를 보여 급하게 응급실을 찾았는데 별다른 치료를 받지 못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공 씨는 아이의 입원을 원했지만, 병원 측은 전문의와 입원 병실이 없다며 다른 병원으로 갈 것을 권했다. 하지만 그곳 역시 소아과 전문의가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는 “퇴근 후에는 병원이 다 닫혀 있어서 급할 때는 응급실에 가야 하는데 응급실에 가도 소아과 의사가 없어서 입원을 못 한다고 하니 답답할 뿐이다”라며 “제대로 치료받지 못하고 집으로 오면 아이가 다시 아파서 또 병원에 가야 하는 경우가 있다”라고 말했다.

직장인 김모(35)씨 역시 “얼마 전 새벽에 아이가 아파 소아과 응급실을 찾았는데 4시간 이상 기다려야 한다고 해서 너무 놀랐다”라며 “특별한 조치 없이 마냥 기다리는 시간이 지옥 같았다”라고 말했다. 그는 “아이가 아파도 병원에 갈 수가 없는데 정부는 어떻게 아이를 낳으라고만 하는지 모르겠다”라며 “요즘은 아이가 기침만 해도 가슴이 철렁한다”라고 전했다.

달빛어린이병원 모두 38곳, 대부분이 수도권 지역에 있어
 

지방의 경우 수도권과 달라 소아과 야간진료를 받기가 매우 힘들다. [사진=픽사베이]

현재 전국에서 운영 중인 소아 전문응급의료센터는 모두 10곳으로 이중 절반 이상이 서울과 경기 등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 반면 강원도를 포함한 9개 광역 시·도에는 소아 응급환자를 전문적으로 치료하는 병원이 없다. 소아 전문응급의료센터 외에도 야간에 소아청소년과 진료를 볼 수 있는 달빛어린이병원이 운영되고 있지만, 상황은 마찬가지다.

전국에 운영 중인 달빛어린이병원은 모두 38곳으로 대부분이 수도권 지역에 있다. 강원도의 경우 18개 시·군 중 원주시에만 달빛어린이병원이 운영 중이고, 광주와 울산, 세종, 전남, 경북 등에는 단 한 곳도 없었다.

춘천에서 어린이 병원 간호사로 일하고 있는 오모(38)씨는 “야간 진료까지 하기에는 병원에 선생님들이 많지 않으니까 휴일이나 야간까지 연장해서 진료하기는 좀 힘들어하시는 부분들이 있다”라며 “다급하게 아이를 안고 온 부모님을 그냥 되돌려보낼 때마다 마음이 무겁고 죄송스럽다”라고 말했다. 지역에서는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해서라도 소아 응급의료 체계를 갖추는 게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장기적인 소아청소년과 인적 자원 충원 계획 나와야 해

소아청소년 진료만으로는 환자 수와 수입이 적어 다른 과목 진료를 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들이 동네 병·의원에서 전문의 전공이 아닌 다른 과목 진료를 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소아청소년 진료만으로는 환자 수와 수입이 적어 만성질환이나 미용, 통증 등 수요가 많은 다른 과목으로 분야를 전환하는 추세다.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에 따르면 회원을 대상으로 미용, 비만·당뇨, 하지정맥류, 통증 등 성인 대상 진료에 대해 교육하는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할 예정이다.

지역 소아청소년과 개원 의사들이 주축인 이 단체는 지난 3월 말 기자회견에서 “저출산과 낮은 수가 등으로 수입이 계속 줄어 동네에서 기관을 운영하기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폐과’를 선언했다. 동네 병의원(일차의료기관)에서 소아청소년과 전문의가 전공과 다른 과목을 진료하는 현상은 갈수록 심화하는 모습이다.

아동병원협회는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자격이 있지만 업무가 과중하고 의료기관 경영이 어려워 소아 진료를 하지 않는 의사들이 많은데 이들을 돌아오게 할 제도 개편과 국민 인식 전환이 시급하다”며 “중장기적인 소아청소년과 인적 자원 충원 계획도 나와야 한다”고 밝혔다.

타과 전환 사례 늘면 환자들의 소아과 진료 접근성 더욱 낮아질 것

정부는 개선대책을 내놓고, 주기적으로 현황을 점검한다는 방침이다. [사진=픽사베이]

이런 가운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신현영 의원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올해 3월 기준 일차의료 소아청소년과 상근 전문의는 3천338명이고, 이중 전문과목과 진료 표시과목이 불일치하는 경우는 667명(20.0%)로 집계됐다.

2018년에는 소아청소년과 상근 전문의 3천226명 중 437명이 다른 과목을 진료해 불일치 비율이 13.5%였는데 5년새 약 7%포인트 늘어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번에 소아청소년과 의사회가 밝힌 대로 타과 전환 사례가 늘면 환자들의 소아과 진료 접근성은 더욱 낮아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 같은 현상이 개선되려면 수가 인상을 비롯해 전반적인 의료체계 개편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소아청소년과와 필수 의료 위기가 계속되자 올해 초 개선대책을 내놓은 바 있으며, 주기적으로 현황을 점검해 대책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시사캐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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