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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톺아보기] 더 뚜렷해진 올 추석 선물 세트 양극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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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톺아보기] 더 뚜렷해진 올 추석 선물 세트 양극화
  • 김지영 기자
  • 승인 2023.09.20 11: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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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엔 5만 원이면 LA갈비 세트 보낼 수 있었는데…

(시사캐스트, SISACAST= 김지영 기자)

 

한우, 과일 세트의 가격이 지난해 대비 너무 올라 소비자들은 “고민이 된다”고 말했다. [사진=픽사베이]

올해 추석 선물세트 판매의 트렌드는 ‘양극화’다. 고물가와 경기 침체가 이어지면서 불황형 소비가 한층 더 뚜렷해진 것으로 비친다.

무역업을 하는 박모(44)씨는 “추석 선물을 보내야 할 곳이 많은데 물가가 너무 올라 무엇을 사야 할지 모르겠다”라며 “여러 곳의 마트를 둘러봤지만, 마음에 들면 가격이 너무 비싸고 가격이 괜찮으면 성의가 없어 보여 고민이 된다”라고 말했다. 경기가 위축되면 명절 선물세트는 고가 제품과 실속형 상품 수요가 동시에 커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거기다 정부가 농축수산물 명절 선물가액 규제를 완화하면서 양극화 현상이 더 뚜렷해졌다.

실제 롯데마트는 추석 사전 예약 선물 세트 중 5만 원 미만 가성비 상품 물량을 지난해 추석과 비교해 20% 확대했다. 동시에 20만 원 이상 프리미엄 상품 구성비도 2배가량 늘려 사전 예약 매출 증대를 기록했다.

예전처럼 준비하자니 예산 초과 vs.예전 가격에 맞추자니 선물이 초라해져

임직원이 직접고른 선물 순위 [이미지=wefun]

회계사인 오모(48)씨는 고민 끝에 올 추석 거래처에 보낼 선물로 와인을 골랐다. 오씨는 “그동안 중요한 거래처엔 한우 선물세트를 보냈었는데 물가가 너무 올라서 품목을 바꿨다”며 “그동안 선물했었던 만큼 과일이나 한우를 고르자니 비용이 너무 커져 예산이 초과하고 예전 가격에 맞추자니 선물이 초라해져서 고민이 많이 됐다”라고 말했다.

그는 “결국 세워놓은 예산에 맞춰 가격 변동이 크지 않은 와인을 골랐다”며 “받으시는 분들이 서운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고물가·고금리 등의 영향으로 오씨처럼 추석 선물의 가격을 낮추거나 품목을 바꾸는 이들이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개인사업을 하는 현모(53)씨도 추석 선물을 저렴한 품목으로 바꿨다. 현씨는 “매년 명절마다 3만원대 수제 햄이나 참치 세트 등을 선물로 준비했었는데 올해는 2만원 미만의 김이나 식용유 세트, 샴푸세트 등으로 품목을 바꿨다”라고 말했다. 일반 가정도 마찬가지다.

주부 강모(41)씨는 “예전엔 5만원 정도면 살림하는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LA갈비 기획세트를 보낼 수 있었는데 요즘엔 어림도 없더라”면서 “5만원 선에서 고를 수 있는 게 뭘까 조사하다가 과일 세트를 추석 선물로 준비했다”고 했다.

이어 “튼실하고 먹음직스러운 과일을 보내고 싶은데 5만 원대는 사이즈가 그리 크지 않아 걱정이 된다”라며 “주는 사람도 받는 분도 기분이 좋아야 하는데 올 추석은 뭔가 기분이 개운치 않다”고 덧붙였다,

“올 추석 선물은 한우, 과일보다는 상품권으로 대체할 것”

롯데마트는 추석 사전 예약 선물 세트 중 5만 원 미만의 상품을 지난해 와 비교해 20% 확대했다. [사진=롯데마트]
롯데마트는 추석 사전 예약 선물 세트 중 5만 원 미만의 상품을 지난해 와 비교해 20% 확대했다. [사진=롯데마트]

물가 상승에 명절 선물 금액과 품목 등이 달라졌다. 롯데멤버스가 지난달 25일부터 30일까지 성인 남녀 2000명을 대상으로 추석 선물 구매 계획에 대해 설문 조사한 결과 물가 상승이 이번 명절 선물 금액(68.5%), 품목(54.0%), 개수(50.4%), 대상(44.0%) 등에 두루 영향을 끼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올 추석 구매 예정인 선물(중복응답)로는 상품권(37.7%)과 과일 선물세트(37.7%)가 공동 1위를 차지했다. 연령대별로 보니 40대와 50대 이상에서는 상품권(각 35.7%, 33.8%)보다 과일 선물세트(각 42.3%, 39.8%)를, 20대와 30대에서는 과일 선물세트(각 32.5%, 35.0%)보다 상품권(각 41.0%, 40.0%)을 구매하겠다는 응답자가 더 많았다.

한의사 이모(47)씨는 “한의원을 찾아주시는 VIP고객들에게 올해는 신세계 상품권을 드리기로 했다”라며 “그동안 한우나 샤인머스캣 등을 보내드렸는데 고깃값이나 과일값이 모두 올라 차라리 상품권을 드리고 고객의 취향대로 사시라고 하는 게 더 나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그 다음으로는 건강기능식품 선물세트(33.0%), 정육 선물세트(31.6%), 가공식품 선물세트(23.2%), 주류 선물세트(16.6%), 전통식품 선물세트(16.2%), 일상생활용품 선물세트(16.2%), 커피·베이커리 선물세트(12.8%), 수산 선물세트(12.6%), 건조식품 선물세트(11.9%), 위생용품 선물세트(6.7%) 등 순으로 인기가 높았다. 20대 응답자들은 다른 연령대에 비해 중복응답이 많아 추석 선물로 보다 다양한 품목을 두루 고려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사과 한 상자 30만원 최고가…추석 전까지 최고 40만원도 찍을 수 있어

지난해 추석 설문 결과와 비교해보니 구매의향이 가장 많이 증가한 품목은 상품권(+3.4%)이었다. 롯데멤버스 거래데이터 분석 결과, 실제 롯데 유통채널에서 상품권으로 결제한 금액이 2020년 대비 2022년 1.4배 가량 늘어 해가 갈수록 상품권 거래 규모가 커지고 있음이 확인됐다.

그 외 주류(+3.2%p), 과일(+3.1%p), 건강기능식품(+2.1%p), 정육(+2.8%p), 가공식품(+1.9%p) 선물세트 구매의향도 지난 추석보다 증가했다. 이번 추석 명절에 구매할 상품권 종류(중복응답)를 묻자 여전히 지류(69.6%) 응답률이 가장 높았지만 모바일 상품권(57.0%) 응답률도 높았다.

특히 모바일 상품권 선호도는 20대가 67.1%에 달한 반면 50대 이상은 48.9%로 젊은 층일수록 모바일 상품권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정청탁금지법(김영란법)의 농축수산물 명절 선물가액 상한선인 30만원 이상 고액 구간 응답률은 모두 1%대로 저조했다.

한편 사과의 경우 이미 오를 대로 오른 사과값은 이번 주 중 최대치를 찍을 전망이다. 본격적으로 추석 명절 선물을 살 때인데다, 차례상에 올릴 과일을 장만하느라 대과 소비가 느는 시점이다.

안동농협농산물공판장 관계자는 “사과값은 추석을 보름 앞두고 선물용으로 쓸 수 있는 최상품의 가격이 가장 높아진다”라며 “이미 한 상자 30만원 최고가가 나왔으니 추석 전까지 최고 40만원도 충분히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시사캐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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