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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RD아트컨설팅의 Biz. Story] 콜센터의 주인공 "그날의 주인공은 누구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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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RD아트컨설팅의 Biz. Story] 콜센터의 주인공 "그날의 주인공은 누구였을까?"​
  • 송혜은 HRD아트컨설팅 팀장
  • 승인 2023.10.10 07: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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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캐스트, SISACAST= 송혜은 HRD아트컨설팅 팀장)

 

콜센터는 감정을 담아 고객과 상담을 해야하는 업무 특성상 그 어떤 조직보다 분위기가 살아있어야 하는 곳이다. [사진=픽사베이]

콜센터 인문학 「사람입니다, 고객님」이라는 책의 일부를 소개합니다. 

*'삼시세끼 라면' 구로공단서 한국경제 DNA를 찾다 (mediapen.com)

2014년은 구로공단 조성의 근거법인 '수출산업공업단지 개발 조성법'이 제정된 지 50년이 되는 해였습니다. 2014년 9월 17일, 디지털 단지 내 한국 산업공단에서는 구로공단 50주년을 기념하는 여러가지 행사가 개최되었고 행사에는 대통령도 참석하여 한국의 산업 근대화를 위해 헌신한 여공들의 땀과 희생을 칭송했습니다.

이를 상징하는 조형물 '수출의 여신상'에 대한 설명도 진행되었는데 조각상 아래에는 구로공단의 주인공인 여공들의 열정과 헌신에 대한 설명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같은 날 행사장 바깥에서는 40여 명의 노동자가 '50년 전에는 공순이 인생, 50년 후에는 비정규 인생'이라고 쓴 팻말을 들고 와서 구로공단 시기 혹독했던 노동환경이 오늘날까지 전혀 개선되지 않았음을 강조하는 항의 시위를 벌였습니다. 

구로공단의 주인공이라 칭송받는 여공들이 기념식 자리에 초정 받지 못하고, 오히려 팻말을 들고 시위를 해야만 했던 이유는 무엇일까요. 콜센터 상담사들이 마주한 현실도 이렇지 않을까요. *출처 : 도서 「사람입니다, 고객님」

사실 콜센터만큼 행사가 많은 곳도 없습니다. 각종 시상식, 기념식 등으로 항상 시끌벅적하지요.

이제는 기억도 흐릿할 만큼 오래전 일인데, 콜센터의 N 주년을 기념하며 그간 상담사들의 노고를 치하하는 행사를 지켜 본 적이 있습니다.

사내 기자들을 비롯해 회사의 내. 외빈이 참석하는 큰 행사였으나 정작 상담사의 자리는 저쪽 끝자락, 그마저도 최소 인원의 상담사만 참석하였습니다. 

서운한 마음을 가라앉히고 제 자리에서 일을 하고 있었는데 책상 위 전화벨이 울렸습니다. 행사를 진행하던 대리님의 전화였고, 행사 현장 사진을 찍어야 하는데 박수 쳐 줄 상담사가 필요하다며 상담사들 몇 명과 함께 행사장으로 와달라고 하더라고요.

불편한 마음을 꾹 참고 상담사들에게는 "오늘 OO언니 상 타는데 우리 같이 가서 박수쳐주자"며 상담사들과 함께 행사장으로 향했는데, 행사장 입구에서 아까 통화했던 대리님이 외치는 말이 "빨리 와서 빈 데 좀 채워주세요!"였습니다. 

저는 그날 그 자리에서, "대리님! 빈 데를 채우라뇨? 아니 콜센터 행사에 상담사들은 제외시켜놓고 이제 와서 사진 찍는데 휭하니까 자리 채우라는 게 말이 됩니까?"라고 말하지 못한 것을 수년이 지난 지금도 후회합니다. 

같이 갔던 상담사들에게 민망함과 미안함이 꽤 오래갔었고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 최악의 순간 중 하나입니다. 

구로공단 50주년 행사 이야기를 읽으며 그날의 기억이 떠올랐던 건, 콜센터 행사에 상담사가 주인공이 아니었던 그 일이 오버랩되었기 때문이겠지요.

최근 몇 년간 콜센터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챗봇 등 AI 상담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우려되는 부분이 있는데 바로 상담사들의 가치입니다.

상담사는 사람입니다. 버튼을 누르면 스크립트를 읽어주는 기계가 아니라 업무를 숙지하고 감정을 담아 고객과 함께 회사에 대한 경험을 만들어 가는 전문가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콜센터는 그 어떤 조직보다도 분위기가 살아있어야 하는 곳이지요.

하지만 콜센터의 공간을 한번 떠올려 보세요. 획일적인 11자형 좌석 배치와 촘촘한 상담 부스는 보기만 해도 숨이 막힙니다.

화장실이라도 가려고 일어서면 뒷자리에 앉은 상담사의 의자를 건드릴 수밖에 없고, 바로 옆 상담사의 목소리가 너무 가까이 들려서 하루 종일 머리가 아프다는 상담사들의 하소연은 특정 콜센터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상황이 이러하니 살아있는 분위기를 만들기는커녕 상담사 개인의 프라이버시도 조차도 지켜지기가 어렵습니다.

상담사 스스로가 콜센터의 주인공이라고 느낄 때 콜센터의 효율성은 극대화된다. [사진=픽사베이]

최근 한 기사에서 콜센터에 근무하는 상담사가 상담을 하는 중에 어머니를 여의었다는 갑작스러운 비보를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바로 장례식장으로 갈 수 없었다는 내용을 본 적이 있습니다.

“무슨 일인지 알겠는데 네 콜은 끝까지 책임지고 가”라는 관리자의 지시가 있었기 때문이었다고 합니다. 결국 상담사는 30분 이상을 통화한 뒤 고객이 전화를 끊자 그제야 울며 장례식장으로 향했습니다. 

저는 기사를 읽으며 ‘콜센터의 주인공은 상담사여야 한다’고 외치기 전에 상담사의 감정과 가치가 상식적으로 다뤄지고 있는지 더 근본적인 고민을 하게 되었습니다. 

"회사가 상담사를 소모품으로만 생각하는 것 같아요"라고 말했던 상담사가 생각납니다. 

상담사는 저에게 이 말을 하며 화를 내지도 않았고 슬퍼하지도 않았습니다. 오히려 무표정한 얼굴로 말해서 더욱 제 마음에 콕 박혀있는 것 같습니다.

콜센터의 효율성을 높이겠다며 일분일초 상담사의 시간만 들여다보는 것은 결코 장기적인 해결책이 아닙니다. 상담사에 대한 이해와 공감이 필요합니다. 상담사에게 공감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이전에 회사가 먼저 상담사에게 공감하는 것이 우선입니다. 

상담사 스스로가 콜센터의 주인공이라고 느낄 때 콜센터의 효율성은 극대화되며 상담사와 콜센터 모두 상생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입니다. [시사캐스트]

송혜은 HRD아트컨설팅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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